“엄마”

짧게 남긴 그 한 마디로 엄마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남겨 남은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겨준 고(故) 장영희 교수.

영정 사진 속 고인은 생전의 어떤 아픔도 괴로움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환하게 웃고 있었다.

13일 오전 9시. 서강대 성이냐시오 성당에는 항상 밝은 웃음으로 희망을 전하던 ‘희망메신저’ 고 장영희 교수를 기억하는 500여 명의 추모객들이 모여 2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장 교수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했다.

장애와 암 등 수많은 역경 속에서도 항상 환한 미소로 가득했던 고인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모두 눈물과 흐느낌으로 고인을 보냈다.

서강대 손병두 총장은 추도사를 통해 "영희야 수고했다, 우리도 너를 위해 기도하마. 영희야 안녕” 이라고 고인의 이름을 부르면서 흐느꼈다.

고인의 친한 동료였다는 신숙원 명예교수는 “불이 꺼지지 않은 장 교수의 연구실을 항상 그냥 지날 수 없어 5분만 있겠다고 하다가도 1시간씩 남아 수다를 떨었다”며 울먹였다.

고인의 오빠인 장병우 씨도 “영희야 사랑한다, 고맙다. 못난 오라비를 용서해라”며 큰 소리로 눈물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해인 수녀도 “많은 이에게 희망 전하는 명랑 소녀로 살자고 나와 다짐했던 영희. 천국으로 가는 계단에서 미안해요 하고 웃고있네요. 꽃을 든 천사여 편히 쉬소서. 지상에 두고 간 그의 향기 속에 슬픔 중에도 위로 받으며 그리움을 달랩니다. 영희야 잘가, 그리고 사랑해” 라는 내용의 애도시로 장내를 숙연케 했다.

장 교수의 가르침을 받은 학생들도 스승의 마지막 가는 길을 눈물로 배웅했다.

8년 동안 제자이자 팬이었다던 이경순 씨는 “목발을 짚고 계셔서 팔짱을 끼고 걷고 싶어도 한 발자국 떨어져 걸어야 했고 항상 한 계단 아래에서 선생님을 모셔야 했다”며, “아직도 어디선가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계실 것만 같다”고 고인을 애도했다.

영문과 졸업생 강한진(29) 씨는 “학생들이 고모나 이모처럼 다가갈 수 있던 분이었고, 병색이 완연하신데도 작은 일 하나하나에도 웃으셨다. 삶이란 아름다운 것이라는 걸 몸소 가르쳐주신 분이었다”며 “선생님의 수업을 듣고 나면 누구든 그 문학의 팬이 되곤 했다”고 고인을 추억했다.

환한 꽃보다도 아름다웠던 고인은 천안 공원묘지에 안치돼 그녀의 아버지 곁에서 영원한 안식을 취하게 된다.

CBS 사회부 유재연 기자 allo@cbs.co.kr / 에이블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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