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아직도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장애인에 대한 야만적 차별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에이블뉴스

[이슈와 사람들]④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상>

올해도 어김없이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 아니라 장애인 차별철폐의 날이라며 거리로 나선 장애인들이 있다. 매년 거리에 천막을 치고, 수십일 동안 단식을 하면서 생명을 내걸고 있는 이들, 과연 무엇이 이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는 것일까?

이런 현장 투쟁을 진두지휘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많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장애인들이 야만적으로 차별받고 있는 현실”이라고 개탄한다. 특히 장애인시설 속에서 아직도 벌어지고 있는 횡령과 인권 유린에 대해 울분을 표한다.

에이블뉴스는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노들장애인야간학교에서 2009년 기획특집 <이슈와 사람들> 네 번째 인물로 박 대표와 만났다. 본지 백종환 대표이사와 가진 인터뷰에서 박 대표는 여전히 투쟁할 수밖에 없는 장애인의 현실을 이야기했고, 현 정부의 장애인정책이 갖고 있는 문제점도 짚었다. 현장 장애인운동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박 대표와의 인터뷰는 두 차례에 나눠 싣는다.

백종환: 박경석 대표하면 개인적으로는 하얀 말총머리에 휠체어를 탄 모습으로 투쟁현장에서 연설하는 모습, 또는 경찰하고 대치하는 모습, 공무원하고 대치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박경석: 다른 부드러운 모습도 많은데….(웃음)

백종환: 그걸 못 봤군요.(웃음) 장애인계의 같은 연배들은 보통 제도권 안으로 들어가서 나름대로 활동하고 있어요. 아직도 이렇게 길거리 투쟁현장에 있는 박경석 대표님의 힘은 무엇인지 그 근원이 궁금해요.

박경석: 장애인에 대한 현실이라는 것이 예전보다는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소위 얘기하는 투쟁이라는 것들을 통해서 지금 현실의 문제를 없애지 않으면 안 되죠. 절박함의 문제인 것 같아요. 안타까움의 문제이기도 하고. 방법은 좀 다를 수도 있겠지만, 가장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방식이 직접적 체험과 직접적 행동이죠. 사실 더 힘이 드는 거죠. 바로 현장에서 만나고 이야기하고, 이런 것들이 힘을 주는 것 같아요.

백종환: 제도권 안에 있는 동료들은 자주 만나시죠?

박경석: 같은 연배가 별로 없어요.(웃음) 제 나이 또래는 거의 없어요. 나이는 좀 어리지만은 저보다 다 선배들이죠. 예전에 같이 활동했었던 사람들 다 선배죠. 저는 83년도에 장애를 입고, 88년도에 복지관에 갔다가 90년에 대학을 갔는데, 그때 알았던 장애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나이는 어리지만 저보다 선배들이죠.(웃음)

백종환: 그때 활동을 했던 김정렬씨, 박춘우씨, 신용호씨 등….

박경석: 네, 그런 분들이 장애운동 역사로 따지면 저보다 먼저 활동을 했죠.

백종환: 그 분들과 교류는?

박경석: 네, 뭐 전화도 하고. 교류가 별로 잘되는 건 없습니다.(웃음)

백종환: 한편으로는 워낙에 이렇게 활동을 왕성하게 해서 운동 선배들이 바라보는 시선 중에 조금 안타까운 점이 있다고 하던데, 현재 왕성히 활동하는 후배들이 운동 선배를 너무 몰라본다고….

박경석: 개인적인 측면이나 인간적인 관계를 떠나서 선배냐 후배냐 이 문제는 좀 다르게 이야기돼야 하지 않겠느냐 싶어요. 후배들이라도 자신들이 운동하고 있는 관점이 있고 운동해야 하는 문제들이 있는데 그것이 부닥칠 때도 있다고 생각되거든요. 그건 건전한 비판이나 이런 것들을 통해서 서로 운동의 의미들을 확장시키는 방식으로 가야 된다고 생각하고, 선배니 후배니 하는 예의 문제를 얘기하는 것은 좀 적절하지 않지 않나 싶습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장애인단체들이 장애인관련 예산의 총량을 확장시켜나가는 방식으로 투쟁하고 연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에이블뉴스

백종환: 노무현 대통령 앞에서 플래카드 시위에 대해 용기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로 인해서 장애인 현안을 집중시키고, 증폭시키는 데 굉장히 큰 성과가 있었다라는 평가도 있었죠. 그러나 한편으로는 공직사회의 장애인계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비판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비판도 상당수 있었습니다. 들어보신 적이?

박경석: 네. 들어봤습니다.

백종환: 이런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박경석: 비판하시는 분들에 대한 입장이 틀렸다, 아니다 이런 것들보다 공직사회와의 신뢰의 문제에서 장애인 분들이, 특히 장애 대중들이 공직사회와 신뢰관계가 일단 있느냐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애인들이 여전히 시설에서 살아가고, 지방 같은 경우는 여전히 이동도 하지 못하는, 아주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는데 공직사회에 무슨 신뢰가 있겠는가? 신뢰라는 것은 그들이 우리를 어떻게 대하느냐, 이런 문제이거든요.

그것은 립서비스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공무원들 만나면 만날 내 친구도 장애인이 있고, 조카도 장애인이라고 하지만, 그래서 내가 네 마음 다 안다고 얘기하지만, 행동과 실천 속에서 전혀 너무 많은 차이가 나는데 지금까지 누가 어떤 신뢰를 갖고 있었느냐 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되지 않겠느냐, 하는 문제이죠. 그 신뢰가 단지 장애인단체 상층부와 공직사회 관료들과의 신뢰라면 그것이 지금 우리가 풀어나가려고 하는 장애인의 문제에서 그렇게 중요할까요?

노무현 대통령 앞에서 시위할 당시, 부모님들이 장애인교육법을 갖고 30일, 40일째 단식을 하고 있었을 때거든요. 정부가 장애인교육법을 책임 있게 만들고, 단식을 중단시키고, 그것을 대통령에게 알리는 다리 역할을 해야 신뢰가 생기는 것이지, 꼼짝도 안 하고 있고 또 시설 비리 문제들도 있는데….

장애인 전체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은 당연히 축하하고, 또 같이 가야하는 것이지만, 현안에 대한 문제들을 대통령이 직접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심각하게 생각해야 하고. 그래서 그렇게 그런 것들을 했죠.

백종환: 그 이후에 현재 제도권에 있는 대표적인 단체들이 정부를 상대로 일하기가 굉장히 곤혹스러웠다고 하던데.

박경석: 곤혹스럽겠죠, 뭐. 그것은 일시적인 문제라고 생각해요.

백종환: 현재 복지부 앞에서 노숙농성 벌이고 있잖아요. 생존권 9대 요구안을 내걸었는데, 현재 복지부와 협상은?

박경석: 몇 차례 만났고요, 9개 요구안 중에 다섯 가지 분야가 복지부 소관입니다. 저번 주에는 복지부가 자체적으로 우리가 요구한 부분들에 대해서 얼마의 예산이 들 것인지 추계를 해봤더라고요. 그걸 갖고 어제(4월 10일) 만났어요. 저희가 요구한 총 예산이 3조 4,000억원이 된대요.(웃음) 장애인연금법 등. 지금 복지부 예산이 총 7,000억원인가요?

백종환: 그렇죠. 복지부내 장애인 복지 예산만 7000억 원 가량이 되죠.

박경석: 그리고 매년 평균적으로 800억원이 올라가고 있는데, 우리 예산이 3조 4,000억원이라니 기겁하고 있는 거죠.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가. 자신들은 실링(ceiling) 방식으로 하기 때문에 하고 싶어도 못한다고 복지부가 얘기를 했어요. 저희는 실링 방식이든 어떤 방식이든 이명박 정부가 장애인 현실을 이야기하면 총량을 늘려야 하는데, 총량을 늘리는 부분에서 성실하게 태도를 취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노력들이 확인되지 않는데, 지금의 예산이 예를 들어서 10원이면 10원을 갖고 나누는 방식으로 고민을 하면 10원을 어떻게 쪼갤까를 고민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 100원으로 늘려야 100원 속에서 얘기해야 되는 문제들 속에서, 정부가 과연 신뢰가 있느냐, 이것들을 먼저 보여줘야 하는 것이지, 나 10원밖에 없는데 이거 어떻게 할래, 이렇게 다가오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다음 주에 바로 실무조사 하자고 던져놓고 있습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시설 민주화 운동을 시설을 철폐하기 위해서 나고 있는 과도기적인 투쟁이라고 전했다. ⓒ에이블뉴스

백종환: 최근에는 지역별로 420장애인차별철폐 투쟁을 진행하고 있는데, 지역 현장은 어떻습니까?

박경석: 지금 제주도부터 시작해서 전국을 돌고 있습니다. 4월 20일 날 이제 마지막으로 서울지역에서 집회하는데요. 제주, 대구, 부산, 전남, 광주, 대전까지 돌았고 그 다음에 충북, 경기 이런 지역을 다음 주중에 찾아다니면서 투쟁할 수 있는 곳은 투쟁하고, 기자회견을 할 수 있는 곳은 기자회견을 하고, 정책간담회를 할 수 있으면 정책간담회를 하고, 이런 방식으로 해서 준비된 만큼 같이 하고 있고요, 이것이 장애인 당사자뿐만 아니라 장애인부모연대, 장애인 부모들하고 같이 같은 요구안을 묶어서 도나 시에 전달하고 있습니다.

핵심적인 사안들은 몇 가지가 있는데요. 물론 중앙정부하고 비슷한데…. 탈시설에 대한 권리 문제는 더 이상 시설을 증축하는 돈을 쓰지 말고, 그 돈을 자립주택이나 소규모 그룹홈이나 이런 방식으로 전환하라는 것입니다.

대구 지역도 30인 이상 시설을 지으려고 하는 것을 못 짓게 하고 있고, 인천 같은 경우도 70인 이상의 시설을 지으려고 하고 있는데, 이게 30인 이상 시설 계획 발표 전에 예산을 승인 받은 것이라서, 해야 된다는 게 시설의 입장이고, 우리는 정부에게 당신들이 30인 이하의 시설로 하겠다고 했는데 그 몇 개월 때문에 70인 시설을 짓는 것이 말이 되느냐, 어차피 70인 이상도 줄여야 하는 입장인데, 그렇게 하지 말라고 얘기했어요. 그 시설을 지을 돈이면 차라리 전세나 월세로 해서 지역사회에 자립주택이라는 형태로 얻어서 거기에 한 두명씩 살게 하는데, 그 돈이면 충분히 가능하다, 그래서 지역사회로 나오게 하라고 부닥치는 거죠.

백종환: 보통 4월 20일을 우리는 장애인의 날로 부르고 있는데, 박경석 대표님은 장애인의 날이 아니고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이라고 해서 2002년부터 매년 투쟁해오셨습니다. 아까 말씀해주셨던 각 지역별로 나타나는 성과도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보는데, 매년 장애인 차별철폐라는 슬로건을 걸고 투쟁을 해오셨는데, 얼마큼이나 개선이 됐다고 생각하세요?

박경석: 수량으로 따지면 굉장히 많이 발전해왔다고 생각합니다. 2001년도에 오이도역 사고 나고, 2002년도에 발산역 사고가 났는데 당시 장애인이동권과 관련해 저상버스를 도입하지 못하겠다는 것이 입장이었고 지하철에 엘리베이터가 없었고, 장애인 콜택시도 없었죠. 지금 저상버스가 280대 정도 되는데, 그런 수량으로 보면 많이 나아진 거죠. 그 당시는 활동보조서비스도 되지 않았던 시대였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여전히 활동보조문제는 24시간 필요한 장애인들이 제공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또 여전히 지역에는 이동권 문제가 심각합니다. 지방투쟁을 하면서 여수 지역을 갔다왔는데,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에 30만 이상은 특별교통수단을 50대로 규정하고 있는데 30만 미만의 도시에 대해서는 대수가 규정이 안 돼 있어요. 그곳이 29만 7000명이라고 하는데, 3000명이 모자라서 이 50대 적용을 못 받으니까 법적 책임이 없다면서 2대인가 3대인가를 특별교통수단으로 주면서 그걸 또 장애인단체 누구한테 줄 것인지 얘기하고 있어요. 2~3일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게 되죠. 아직도 지역에는 이런 게 굉장히 많거든요. 입장 바꿔 놓고 생각하면 비장애인들이 자기 직장을 가고, 이동하고 사람을 만나는데 이틀간 예약을 했다가 밖으로 나오라고 하면 정권이 바뀌어도 수백 번 바뀌었을 거예요. 지방자치단체장은 아마 그걸로 거부당해서 다시는 정치를 못했을 거예요.

그만큼 장애인이동권의 문제나 인권침해 모습들을 보면 과연 수량이 나아졌다는 것이 정말 나아진 것인가, 좋아졌다고 얘기할 수 있겠느냐, 이런 고민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장애인 문제는 가장 심하게 야만적으로 차별받고 있는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백종환: 아까 잠깐 탈시설 문제, 주거문제를 이야기 해주셨는데요. 이 내용이 지금 현재 9대 생존권 요구안의 첫 번째에 있어요. 탈시설, 자립생활 권리보장에 대한 내용인데, 예전보다 구체적인 내용이 많이 들어있는 것 같아요. 전장연에서 활동보조서비스와 관련한 투쟁들을 집중적으로 벌여왔고, 또 수량적인 측면에서 보면 굉장히 많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죠. 하지만 그 자립생활정책을 크게 구상하고 만드는데,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고요. 활동보조서비스 중심으로 타깃을 잡다보니까 자립생활정책 대안들이 그 안에 묻혀 버렸다라는 이런 지적들이 있었어요. 가령 자립생활센터가 장애인복지관처럼 제도권 안으로 들어가서, 정부예산을 받는 것에 대해서 지금 고민이 많이 있는 것 같아요. 대표님께서는 이런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지난 11일 에이블뉴스 백종환 대표이사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와 노들장애인야학 교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에이블뉴스

박경석: 아까 자립생활의 전체적인 부분들에 대해서 활동보조서비스에 비판을 했다고 하는데, 자립생활 전체가 무엇인지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만약에 그 비판이 활동보조서비스 예산문제하고 자립생활센터 지원문제와 비교해서 그런 것들을 전체 판이라고 얘기하면 그걸 전체판이라고 얘기하기엔 너무 초라하다고 생각해요.

또 이동권 쪽으로 투쟁할 때는 이동권 문제만 있느냐라는 이런 이야기들이 있었죠. 그게 아니라 이동권문제가 절실하고 그걸 갖고 투쟁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지, 이동권 투쟁한다고 다른 교육권문제나 이런 문제를 투쟁하지 말란 적은 없었거든요.

그래서 각자가 조금씩 다른 문제, 생각이 있다면 각자가 그 영역 속에서 열심히 투쟁하고, 연대하면 되는 문제를, 활동보조서비스만 중요하냐고 비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또 활동보조서비스 예산이 2006년도에 15억원이었어요. 그것도 자립생활센터 지원과 같이 하면서. 15억의 예산을 갖고 센터 지원 문제를 이야기 하고 거기서 돈 몇 푼 주고 활동보조서비스를 하라고 얘기했는데, 그 당시 센터 지원문제나 활동보조서비스를 늘려야 된다는 것에 대해서 돈 없다고 했거든요. 불과 3년 전이에요. 근데 올해는 1,111억이거든요.

그럼 그 당시엔 없었던 돈이 어디서 났느냐는 거죠. 돈은 있는데 쓰지 않았다는 것이 정답일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부분들이 문제가 있다면 같이 확장시켜나가는 방식으로 투쟁하고 연대하고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냐고 생각하고요.

또 하나는 장애인복지관에 비해서 자립생활센터가 예산 받는 문제가 맞느냐, 틀리냐? 지금 현실적으로 받고 있는데, 단지 복지관 같은 경우엔 20억, 30억 받는데 센터는 기껏 1억 5천, 1억 받는 이런 것들을 비교한다는 자체가 좀 슬프기도 하고…. 또 제도화가 필요한 센터이고, 제도화의 방식을 통해서 갈 수 있다면 그렇게 가는 것도 자기의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돈을 받는 문제하고, 자립생활센터가 능동적으로 건강하게 지역사회에서 투쟁하고 장애인 권리를 찾아내고, 이런 부분에 대해서 현장감을 갖고 잘 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이 있어요.

백종환: 요즘은 자립생활센터들이 지역에서 예산을 받기 위해서 애쓰는 모습들이 비춰지는 것 같던데요?

박경석: 돈의 문제는 너무나 중요한 문제인데,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종속의 방식으로 한다는 것은 오히려 장애인 운동을 피폐하게 만드는, 그것이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래서 재활과 자립, 장애인당사자주의 이런 문제가 있는데, 장애인이 주체가 되는 것은 운동의 모든 면에서 너무나 중요하고 기본적인 문제인데, 장애인이 주체가 되지 못했던 역사들이 있었기 때문에 장애인당사자주의의 문제가 있는 거죠. 누군가 대리해주는 문제들에 대한 극복, 그리고 그것들을 넘는 문제인데 현재 장애인당사자들이 정권의 돈 받기 위한 종속물로 사용되는 것은, 그리고 그것들에 기생하는 방식으로 살아남는 것은 오히려 더 위험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백종환: 그리고 이제 탈시설, 반시설 그리고 자립생활, 여기에 조금씩 관점의 차이가 있는 듯 싶어요. 시설 민주화 운동에 대한 다른 시각이 존재하고 있는 현실인 것 같은데, 시설을 개선하고 민주화시켜야 할 곳이 아니라 시설을 아예 없애자고 주장하는 이런 관점은 어떤 관점이죠?

박경석: 반시설, 탈시설이 바라는 지향들이 과연 다를까? 만약 관점이 다르다면 토론해봤으면 좋겠고요. 또한 반시설과 탈시설로 이행하는 과정에서의 문제라면 그것은 한 쪽을 한 쪽으로 매도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이 질문지에 보면 ‘좋은 시설이 대안’이냐, 결국 민주화는 좋은 시설로 가기 위해 시설을 인정하고…,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 것은 좀 매도라고 저는 생각해요.

때려치워야 된다, 폐쇄해야 된다는 것들이 그냥 선언적으로 깃발만 있는 것이 무슨 반시설이냐? 거기에서 제대로 투쟁하거나 이런 문제인데…. 그런데 탈시설과 시설 민주화의 문제는 그런 이행과정에서의 과도적인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럼 민주화를 통해서 시설을 인정하는 문제냐, 라는 것에 대해서는 반시설 운동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지향점은 좋은 시설을 만들기 위한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고, 민주화라는 것은 현실의 문제, 시설에서의 비리의 문제, 인권의 문제, 이런 것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그러면 지금 민주화 운동을 통해서, 내부의 투쟁을 통해서, 결국은 시설이라는 것이 한 사람, 복지법인의 장, 이사장, 시설장에 의한 사유도구로써 사유화의 과정들 속에서 나타나는 것이거든요. 시설 운영하면서 장애인 대상으로 머리수마다 밥값 받고 옷값 받고 그걸 챙겨먹고, 거기에다가 성폭력하고, 갖고 놀고, 두들겨 패고 이런 과정의 문제들을, 지금 당장 시설을 다 없애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거기서 나타났던 그런 문제들을 철저하게 싸워서 그 시설장의 권력들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죄를 지은 사람이 다시는 시설을 운영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필요한 것이고, 그런 지점에서의 시설 민주화 투쟁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민주화 투쟁들 속에 같이 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우리는 교육하고 시설이 필요없다고 이야기하면서 국가 정책도 같이 바꿔가면서 이것을 같이 함께하도록 만들어야 할 또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이죠. 그런데 그걸 시설 민주화 투쟁한다고, 좋은 시설 만드는 것을 인정하느냐고 하면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데 매도하는….

노들장애인야학 교실 벽면에 붙어있는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 9대 생존권 요구안.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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