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분 할머니(앞열 우측)과 양수남 할머니를 비롯해 만학도들을 위한 대안학교인 진형중고등학교는 17일 제2회 졸업식을 갖고, 9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한다. ⓒ노컷뉴스

파킨슨병에 시달리면서도 회갑의 나이에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은 할머니와 10년간 그의 손발이 되어주며 함께 졸업한 두 할머니 만학도들의 사연이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온몸이 마비돼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조차 힘든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양수남(60) 할머니. 양 할머니에겐 17일 받는 졸업장이 세상 어느 것보다도 값지고 의미있는 선물로 남게 됐다. 지난 1992년 갑작스레 찾아온 파킨슨병 탓에 양 할머니는 삶의 의욕조차 잃은 채 하루하루를 보내야만 했다.

아들의 권유로 고등학교 졸업장이라도 받아볼 생각에 만학도들을 위한 대안학교인 서울 숭인동 진형중고등학교에 입학했지만 불편한 몸으로 졸업장을 받을수나 있을 지 수없이 많은 갈등을 겪어야만 했다.

동급생들에게 혹여나 폐라도 끼칠까, 하루에도 몇 번이나 학교를 그만둘 생각을 했던 양 할머니를 다독이고 일으켜 세운 것은 같은 반 친구인 한수분(70) 할머니였다.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한 할머니는 몸이 불편한 양 할머니를 위해 매일같이 함께 통학하면서 항상 위로해주고 격려했고, 그 자신도 함께 만학의 꿈을 실현했다.

이 같은 만학도들의 우정에 감동한 같은 반 학우들은 양 할머니에게 노트를 복사해주는 등 양 할머니의 졸업을 위해 물심양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혹여나 다칠까, 2년을 하루도 빠짐없이 서로를 돌봐준 10년 터울의 두 만학도들의 값진 우정은 주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양 할머니는 말하기조차도 불편한데도 "항상 돌봐줘서 감사하고, 또 감사한다"며 언니 같은 한 할머니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이들의 담임교사인 정인숙 씨는 "가족도 저렇게 정성을 다해서 돌봐주지 않는데 주변사람들을 항상 감동시킨다"며 "두 사람 덕분에 학급분위기도 항상 밝고 활기차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77살의 늦은 나이에 졸업하게 된 쌍둥이 할머니 오모 씨 자매의 감회도 남다르다.

두 시간이 넘는 통학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오로지 공부에 대한 의욕만으로 두 사람은 2년 만에 졸업이라는 영광스런 순간을 맞이 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을 가르친 담임선생님은 "2년 동안 잠시 아프셔서 3주 정도 동생분이 학업을 거르신 것 외에는 한 번도 결석을 하지 않았다"며 "수업태도도 같은 나이대 분들에 비해 좋고 항상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특히 영어에 소질이 있는 언니 오 씨가 올해 방송통신대 영문학과에 진학할 예정이라 기쁨은 두 배가 됐다.

오 씨 자매와 양수남 씨 같은 만학도 900여 명은 17일 오전 10시 서울 진형중고등학교에서 졸업식을 갖고 뜻깊었던 지난 3년간의 시간을 되돌아보게 된다.

CBS사회부 강현석 기자 wicked@cbs.co.kr/에이블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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