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광주세무서 민원실이 '성과평과 전국 1위'를 해서 동료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휠체어 탄 사람이 김영하씨. ⓒ김영하

북광주세무서는 김영하씨의 직장이다. 대학교 2학년 때 찾아온 전신마비의 난관을 딛고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5년째 일하고 있다. 추운 겨울이라 출근길에 오르는 것이 버거울 법도 하련만 이제는 자신의 책상에 앉아 컴퓨터로 일처리를 할 때가 가장 편하다고 한다. 그녀에게 장애인 공무원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본다.

- 공무원이시라고요? 어떤 일을 하시나요?

“5년차 국가직 세무공무원이에요. 2004년 9급으로 입사해 2007년 8급으로 승진했어요. 이번 인사이동으로 업무지원팀으로 발령이 났는데요. 여긴 세무서의 전반적인 일을 하는 곳인데요. 그 전엔 계속 민원봉사실에서 사업자등록에 관한 일을 했었습니다.”

- 휠체어를 타면서 직장생활을 하기란 쉽지 않을텐데요.

“제 인생에서의 첫 직장생활을 북광주세무서에서 할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어요. 그 정도로 저에 대한 배려를 해주셨거든요. 휠체어를 타면 우선 편의시설이 가장 큰 문제인데 제가 입사하기 전 장애인용 화장실 공사를 하셨대요. 그래서 북광주세무서에는 휠체어가 들어갈만큼 충분히 큰 장애인화장실이 있답니다. 식당도 1층에 있어서 제가 이동하는 데 어려움이 없고요.

가끔 연수 받을 때 다른 지역 수련원에 가보면 휠체어 장애인은 저 하나고, 식당에 가려면 계단도 많고 화장실도 없어 곤란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휠체어 타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제가 세무서에서 일하는 게 필요한 일이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곤 해요. 일할 때는 특별히 근로지원서비스를 받고 있지는 않지만, 항상 제가 맘 편히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시는 실장님과 동료들이 지원군이 되어 주셔서 든든하죠.”

- 공무원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장애인들이 많아졌는데요. 시험공부는 어떻게 하셨나요?

“전 본래 혼자 공부하는 스타일이었는데, 아프고 나니까 도저히 혼자는 못하겠더라고요. 다른 것보다 지구력이 없어져서 한 시간 공부하고 두 시간 침대에서 뻗었거든요. 그래서 생각했던 게 공무원학원이었어요. 휠체어 타는 사람이 학원 수업 받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어떻게든 한 번에 끝내자라는 맘으로 시험이 있을 동안 완전히 시험에 매달렸어요.

시험을 준비하는 분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수험생활은 체력적으로도 심적으로도 오래할 게 못된다고 생각하니까 하는 동안 완전히 매달리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저같은 경우 항상 6시에 일어나서 한 시간 동안은 영어단어 암기를 했어요. 학원에 가서는 아침 8시 무료특강부터 오후 4시까지 수업을 들었고요. 그 후에 10시까진 무조건 자습실에서 자율학습을 했었죠. 왜냐하면 어차피 집에 가면 못할 거란 걸 아니까요. 맘은 있어도 침대에 올라가는 순간 완전 넉다운이 됐거든요.

중간에 생전 처음 기절이란 것도 해봤죠. 집에 와서도 안 풀리는 부기 문제를 잡고 씨름하다가 정신이 아득해졌는데요. 다음 날 링거를 맞느라 학원을 빠져야 해서 다시는 집에선 공부를 하지 않기로 식구들과 약속을 했답니다. 하여간, 이때는 파스를 늘 등에 붙이고 다녔어요. 저는 한 번에 합격한 게 아니라 6개월 공부하고 너무 아깝게 떨어져서 1년 더 해서 총 1년 6개월을 공무원 시험준비에 보냈는데요. 학원 측에서 많이 배려해 주시고 응원해 주셨어요. 그래도 이 시간이 아마도 제 인생에서 제일 힘든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 출퇴근은 어떻게 하시나요?

“활동보조인이 있어서 그 분과 같이해요. 처음엔 여자분이 샤워 등 저의 출근준비를 도와주시고 남자분은 운전을 해주셨는데, 사정이 생겨서 두 분 다 그만두게 되셨어요. 특히나 저같이 매일 출퇴근에 활동보조를 이용하는 사람은 드물잖아요. 그래서, 적당한 활동보조인을 찾는 것도 쉽진 않았죠.

다행히 그때 우리 교회 권사님께서 신청을 하셔서 지금은 그 분이랑 하는데, 문제는 제가 이용해야 하는 것에 비해서 판정 받은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거예요. 초과되는 시간을 저의 자부담으로 하다보니 출근일수가 많은 날은 30만원까지 들어가서 부담이 되더라고요. 그 때문에 이번 달부터는 출근준비를 어머니가 도와주시는데요. 저녁에 일하시고 아침에 저 샤워시키시는 엄마를 보는 게 너무 맘이 안 좋습니다. 활동보조가 시행되기 전 느꼈던 ‘내 출근은 언제까지 우리 가족의 출근이 되야 할까’ 그 기분을 요즘 다시 느끼고 있어요.”

- 세무공무원이 된 뒤에도 계속 공부할 것이 많다면서요?

“제가 요즘 이 시험준비 때문에 아주 맘 고생이 심하답니다. 공무원시험이 끝인 줄 알았는데 꼭 따야하는 국세공무원 기본 자격증이 줄줄이 저를 기다리고 있네요. 컴퓨터 활용 능력은 1년차 때 취득했고, 나머지 회계실무, 조사요원은 내년에 꼭 따리라! 맘먹고 있습니다.”

- 열심히 일하다보면 휠체어 타는 사람은 욕창의 위험에 시달리게 되는데요?

“그래요. 욕창이 가장 큰 문제죠. 특히나 전 40일간 뇌사상태로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 있을 때 욕창이 생겼거든요. 퇴원하기 전에 다 낫긴 했는데 그 부위가 항상 말썽입니다. 그것 때문에 정식공무원이 되기 전, 6개월간의 시보 기간 동안에 한 차례 휴직을 했었어요. 그래서, 지금도 욕창이 가장 신경쓰이는 문제거리죠.”

- 장애인으로서 공무원이란 직업이 갖는 매력은 어떤 걸까요?

“가장 좋은 건 칼퇴근이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이젠 일반화가 됐지만, 주 5일 근무의 매력도 빼놓을 수 없겠죠? 제가 1년차 때만 해도 주 6일 근무였는데, 3년차 때 꿈만 같던 주 5일제가 시행되더군요. 꼭 저 때문에 주 5일제가 만들졌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어요. 하하. 무엇보다 나만의 전문적인 일을 가진다는 건 참 멋진 일이죠. 물론 그걸 잘 소화해 냈을 때 이야기겠지만요. 제 분야에서만큼은 인정받는 게 저의 목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배워야 하고 공부해야 할 게 많이 있지만, 저를 여기까지 인도하신 하나님께서 함께하신다면 분명 해낼 줄 믿습니다.” (계속)

*김영하 미니홈피 www.cyworld.com/youngha7788

[댓글 열전]2009년 기축년, MB정부에 희망을 걸어도 좋을까요?

*예다나 기자는 ‘장애 경력 18년’을 자랑하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입니다.

“장애인에게 제일의 경력은 장애 그 자체”라고 말하는 예다나씨는 22세에 ‘척추혈관기형’이라는 희귀질병으로 장애인이 됐다. 병을 얻은 후 7년 동안은 병원과 대체의학을 쫓아다니는 외엔 집에 칩거하는 세월을 보냈다. 그리고 8년간은 장애인복지관에서 일했다. 그 동안 목발을 짚다가 휠체어를 사용하게 되는 신체 변화를 겪으며 장애 경중에 따른 시각차를 체득했다. 장애인과 관련된 기사와 정보를 챙겨보는 것이 취미라면 취미. 열 손가락으로 컴퓨터 자판을 빠르게 치다가 현재는 양손 검지만을 이용한다. 작업의 속도에서는 퇴보이지만 생각의 틀을 확장시킨 면에선 이득이라고. 잃은 것이 있으면 얻은 것도 있다고 믿는 까닭. ‘백발마녀전’을 연재한 장애인계의 유명한 필객 김효진씨와는 동명이인이라서 부득이하게 필명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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