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웃는 창훈씨네 가족. ⓒ노컷뉴스

하반신 마비로 삶의 의욕마저 잃고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시골 총각이 베트남 출신 아내를 만나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고흥군 포두면 길두리 봉덕마을에 사는 올해 35살의 송창훈 씨.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창훈 씨는 지난 2003년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척추를 다치면서 지체 1급 하반신 마비라는 장애를 안았다.

고향인 고흥으로 내려온 창훈 씨는 정신까지 나약해져 죽음까지 생각하기에 이른다.

"신체적으로 당하고 하면 사람이 심리적으로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죽고 싶은 심정도 많이 느끼잖아요. 그 정도까지 갔습니다, 솔직히. 일년 지나고 2년 지나고 해도 안돌아 오니까. 많이 힘들었죠."

이런 창훈 씨를 바라보는 어머니의 마음은 더 타들어갔다.

창훈 씨의 어머니 57살 서향자씨는 "‘나가 어디 가서 안 들어오면 죽어버린 줄 알아라’ 그러데요. 나 눈물이 흘러서 바다같이 됐을 것이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삶을 포기하려는 송 씨에게 형님인 창한 씨(37)가 베트남 처녀와의 결혼을 제안한다. 창한 씨 역시 2004년 당시 19살의 베트남 여인 응웬티엔피(24)와 결혼한 상태.

창한 씨는 아내가 총명할 뿐만 아니라 부모와 가족들을 잘 섬겼기 때문에 동생도 기왕 한국 여자와 결혼하기 힘들다면 베트남 여인과 가정을 꾸리면 활력을 되찾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창훈 씨는 다행히 하반신의 감각이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해 지난 2005년 당시 19살인 응웬티지(24)씨와 결혼한다.

창훈 씨는 현재 3살 난 쌍둥이 아들과 지난 10월 태어난 이쁜 딸을 둔 행복한 가정의 가장이다.

창훈 씨는 "이 얘(아내) 만나기 전까지는 삶의 비관을 많이 했죠. 만나서 애들 낳고 하니까 희망이 생기더라고요. 안 먹어도 배부르고. 뭐 그런 거 있잖아요(웃음)"

창훈씨 때문에 눈물로 밤을 지새웠던 어머니도 이제 어느 누구도 부럽지 않을 만큼 행복한다.

"인자는 넘 부럽지 않은 세상을 삽니다. 큰 며느리, 작은 며느리가 서로 제사 때나 명절 때나 엄마 생일 때나 서로 돈 걷어서 선물도 해주고 이런 것을 볼 때 나는 진짜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어디 외국사람 얻었다고. 우리나라 며느리 원하지도 않는다. 내 가정에서 좋게 하면 다 똑같은 사람이지"

시골의 그리 넉넉하지 않은 농사꾼 집안에 불과하지만 창훈 씨네는 요즘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창훈 씨가 아직 한국말이 서툰 아내에게‘한국에 사니까 어떻냐’고 장난스럽게 묻는다.

"한국에 사니까 좋아요, 안좋아요? (답: 좋아요.) 뭐가 좋아? 돈 많이 써서 좋아? 허허허~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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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CBS 박형주 기자 jedirush@cbs.co.kr/에이블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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