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4일 영남권 장애인어울림 파크골프대회가 부산 삼락동 18홀 삼장파크골프장에서 열렸다. 경남 경북 대구 울산 부산 등 영남권 5개 시도에서 120여 명이 참여했다. 이번 대회는 4인조 단체전인데 여성 1명 이상이 필수 조건이었다.

단체전은 한 조에 두 팀씩 총 54홀을 도는데 상금은 1등 100만 원이고, 5등은 20만 원인데 팀별 중복 수상은 없다고 했다. 클럽별로 ABC로 세팀이 나온 지역도 있었다.

경기 시작 전. ⓒ이복남

날씨는 맑고 화창했다. 전국적으로 파크골프가 주목받고 성장하는 스포츠로 떠오르고 있고, 특히 장애인에게는 재활 운동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파크골프 인구가 늘어나자 지자체에서도 다투어 파크골프장을 조성하고 있는데 파크골프장 조성에는 때로는 환경파괴라는 반대와 부딪치고 있다.

어울림 대회가 개최되는 삼장구장의 날씨는 맑고 화창했다. 다른 지역에는 스프링클러(Sprinkler)가 작동하기도 했지만, 부산 삼장구장의 경우 이런저런 사유로 스프링클러도 하나 없어 오랫동안 가뭄이 계속된 날씨 탓에 땅은 바짝 메말랐고 잔디도 말라가고 있어서 공은 예상보다 훨씬 잘 굴러갔다.

참석 내빈. ⓒ이복남

오전 9시.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주최 측인 부산장애인골프협회 김정포 회장은 인사와 함께 로컬룰을 설명했다. 모든 것은 일반적인 규정에 준하는데 오늘은 0B 공은 한 클럽 들어와서 치고, 평소에는 두 클럽이다. 그리고 OB선 밖에서 움직이는 물체에 맞은 공은 다시 들어와도 OB라고 했다.

도그레그의 그물망이 아닌다음에는 공이 OB선 밖으로 나갔다가 들어와도 IN인데, OB선 밖에서 움직이는 물체에 공이 맞으면 다시 들어와도 OB라니, 움직이는 물체라면 어떤 것이 있을 까? 옆에 있는 선수에게 물어보니 다른 팀이나 휠체어에 맞을 수도 있고 지나가는 개미가 맞을 수도 있다고 했다. 아하, 개미가 맞을 수도 있구나!

경기할 때 심판은 각 홑에 붙박이로 있거나 아니면 각 팀을 따라가는데 이번 대회에는 심판이 각 팀을 따라다녔다.

경기는 시작되고. ⓒ이복남

1조부터는 A 코스에서 시작하고 10조부터는 B 코스에서 시작했다. 경기는 별 탈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전 경기는 18홀로 끝이 났고 이어서 기념식이 있었다.

중앙회 송태섭 회장이 축사에서 파크골프 인구가 점점 늘어나서 **대학에 파크골프 과가 신설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이번 가을에 울산에서 개최되는 전국체전에서 파크골프 부분에 4인조 단체전을 부활했다고 했다. 그리고 부산장애인체육회 김철우 사무처장과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전현숙 사무처장이 인사를 했다.

즐거운 점심시간, 음식은 뷔페식이었는데 사람이 많으니까 길게 줄을 서야 했다. 테이블을 두 군데로 나눴으면 시간이 좀 더 단축되었을 텐데, 그래도 부산 선수들은 다른 지역 선수들을 위해서 천막 아래서 참고 기다리는 성숙한 배려심을 보여 주었다.

점심시간. ⓒ이복남

그런데 줄을 길게 서야 하는 곳은 점심 식사뿐 아니었다. 오후 경기가 시작되기 전 선수들은 화장실 앞에서 줄을 길게 서야 했다. 남자 화장실보다 여자 화장실이 더 심했다.

삼장구장을 조성하면서 장애인 화장실을 만들었는데 여자 화장실의 경우 양쪽에 두 칸이 있는데 두 칸 다 휠체어용이었다. 한 칸은 휠체어 화장실로 하고 다른 칸은 일반용이라면 두 칸을 만들 수 있는 넓이인데 왜 휠체어용으로 만들었을까.

화장실을 처음 만들었을 때부터 휠체어용 한 칸 그리고 맞은편은 일반 화장실 두 칸을 만들었다면 이렇게 길게 줄을 서서 발을 동동 구르지는 않았을 텐데 지금이라고 한 곳은 일반 화장실 두 개로 나누었으면 좋겠다.

화장실에서는 필자도 줄을 서서 기다렸는데 필자 앞에는 휠체어 장애인이었다. 휠체어 장애인은 다른 장애인보다 옷을 내리고 볼일을 보고 다시 옷을 추스르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서 필자 앞에 들어갔던 휠체어 장애인은 뒤에도 줄을 서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문을 열고, 미안하지만 대신 물을 좀 내려 달라고 했다.

줄 서서 기다리는 화장실. ⓒ이복남

야외에 설치된 화장실은 물을 내리는 레버가 아래쪽 앞에 있는데 사람들은 볼일을 보고 물 내림 레버를 발로 밟아야 한다. 그런데 휠체어 장애인은 하체를 마음먹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므로 발을 들어서 물 내림 레버를 누르는 게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괜찮아요. 제가 내릴게요.

일반 화장실에서 휠체어용 화장실은 변기에 앉아다가 변기를 떠나면 물이 저절로 나오는데 야외 화장실에서는 그런 게 안 되는 모양이다. 그러면 하체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휠체어 사용 장애인을 위해 뭔가 다른 방법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오후에는 36홀이 연속으로 이어졌다. 어떤 선수들은 공이 마음대로 가지 않았는지 타수가 많이 나와 땅을 치는 것 같았지만, 그러나 크게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파크골프는 한 코스가 9홀인데 대부분이 18홀을 기준으로 기본타수가 66타이다. 일반 골프는 기본타수가 72홀이다. 타수가 적은 사람이 우승하므로 경기 전에 파이팅을 외칠 때도 적은 타수를 위해서 아래로 파이팅을 외친다.

점수 합계표. ⓒ이복남

모든 경기가 끝났다. 주최 측의 운영요원들이 점수를 합계하는 동안 준비한 간식으로 호박떡을 하나씩 나눠 주고 김정포 회장은 행운권 추첨을 했다. 행운상에는 파크골프 공을 비롯한 파크골프 클럽 장갑 등 다양했다.

운영요원들이 점수를 합계했다. 총 54홀을 돌았으니 기본타수 18홀을 세 번 친 타수로 66타 곱하기 3회는 198타인데 기본타수보다도 적게 친 팀이 있었다. 동점자는 서든데스

(sudden death) 방식으로 A 코스 5번, 니어-홀 아웃으로 순위 결정했다.

1위는 대구C 188타, 2위는 창원A 190타, 3위도 부산협회A 190타, 4위 울산 199타, 5위 나누리C 199타가 차지했다. 등수에서 탈락한 팀은 아쉬워했지만, 공이 어디 마음먹은 대로 치지던가.

개구리와 금계국과 메꽃. ⓒ이복남

삼장구장 담장 옆에는 큰금계국이 노랗게 반짝이고 어느 홀 부근에는 분홍색 메꽃이 홀로 피어 있었다. 그리고 날이 가물어 도랑물은 거의 다 말랐지만 약간 물이 고여 있는 곳에는 개구리가 보였는데 황소개구리 같았다.

파크골프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날의 운빨도 무시할 수 없으니 복불복(福不福)이라고 했다. 필자는 애초에 등수하고는 거리가 멀어서 복불복이라 할 수도 없었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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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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