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골프(parkgolf)는 파크와 골프의 합성어로 공원에서 치는 골프인데 일반 골프의 축소판이다. 그래서 파크골프도 일반 골프와 마찬가지로 일 년 열두 달 365일을 칠 수 있는데, 꽃이 피는 봄날에 치는 파크골프가 뭔 대수라고? 의아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일반 골프는 거의 다 회원제라 비싼(?) 돈을 주고 치기 때문에 골프장에서 잔디를 관리한다. 그러나 파크골프는 대부분이 강변이나 유휴지 등 지자체에서 조성한 곳이라 조성했으나 관리는 그저 그렇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얼었던 땅에 새싹이 돋아나고 꽃이 핀다. 파크골프장 잔디에 새싹이 돋을 무렵이면 대부분 파크골프장은 휴장한다. 돋아나는 새싹을 밟지 말라고, 부산의 경우 지난 2월 15일부터 3월 31일까지 파크골프장이 문을 닫았는데 새싹이 덜 돋아서인지 4월 15일까지 휴장 기간을 연장했다.

파크골프 휴장 현수막. ⓒ부산장애인파크골프협회

파크골프를 하는 사람들은 날로 늘어나지만, 그 사람들에게는 건강을 위한 재미있는 스포츠다. 그러나 장애인에게 파크골프는 재미있는 스포츠를 넘어 재활의 일종이다. 푸른 잔디밭을 밟으며 공을 친다는 것은 육체적 재활은 물론이고 정신건강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야말로 요즘 유행하는 소확행이다.

그런데 날마다 공을 치던 사람들이 두 달이나 공을 못 치게 되었으니 좀이 쑤셔서 미칠 지경이다. 그래서 전동스쿠터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비록 공을 치지는 못하지만 문 닫은 삼락 파크골프장에 바람 쐬러 가서 한숨이나 쉬고 온다고 했다.

가끔 알음알음으로 문을 안 닫은 파크골프장이 있으면 멀더라도 가 보곤 하는 사람도 있는데 파크골프장이 개장하기를 학수고대하던 사람들이 또 15일이나 연기를 한다니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그래서 하사가 파크골프클럽에서는 삼월이 가기 전에 월례회 겸 모임을 하기로 했다. 밀양에 논두렁밭두렁이라는 식당에서 파크골프장 18홀을 조성해 놓았는데 식당을 이용하는 손님들에게는 무료로 이용케 한다는 것이었다.

논두렁밭두렁. ⓒ이복남

3월이 가기 전에, 3월 31일 목요일로 날을 잡았는데 일기예보에는 수요일부터 비가 온다고 했다. 파크골프는 야외놀이라 비가 오면 공치기가 어려울뿐더러 특히나 장애인은 비가 오면 쥐약이다.

그래서 회장 총무 등 주최 측에서 날짜 변경을 요청했다. 수요일 오후부터 비가 온다 했으므로 오전에 공을 치고 점심 먹고 비가 오면 돌아오기로. 모두가 좋다고 했다.

아직도 코로나 때문에 마음대로 움직이기 힘든 호흡기 장애인과 직장에서 빠질 수 없는 사람을 제외하고 자영업 등은 하루 공치면 되니까. 10명이 승용차 2대에 5명씩 탑승하기로 했다.

논두렁밭두렁은 밀양이라 1인당 차비를 만 원씩으로 하고 아침 9시경 승용차 두 대는 따로따로 출발했다. 태워야 할 사람들이 가까운 곳에서 승차해야 하므로.

필자가 탄 차도 밀양을 향해 출발했다. 때는 춘삼월이라 길가에는 그야말로 백화가 만발했다. 여기저기 벚꽃이 만발했고, 노란 개나리도 피어있고 철모르는 백목련과 자목련이 함께 피어있기도 했다. 먼 산에는 벚꽃과 진달래가 울긋불긋했다.

아침 10시가 좀 지나서 논두렁 밭두렁에 도착했다. 두렁이란 논이나 밭의 경계를 나타내기 위하여 흙을 모아서 만든 두둑이다. 논두렁밭두렁에 도착해보니 논두렁 밭두렁은 아닌 것 같았고 사과와 배 등의 과수원을 파크골프장으로 조성하고 식당 건물은 새로 지어서 오리백숙 및 염소 불고기 등을 파는 것 같았다.

일반적으로 파크골프장은 9홀의 총길이가 500m~790m이고 각 홀은 기본타수가 3x4, 4x4, 5x1로 구성되어 있어 9홀의 기본타수는 33타이고 18홀은 66타이다.

잔디밭이 조성된 1홀과 2홀. ⓒ이복남

논두렁밭두렁 파크골프장에 큰 기대는 안 했었다. 파크골프장이라면 공을 치는 티박스와 공이 들어가는 깃발만 있으면 되겠거니 했는데, 티박스와 깃대는 그런대로 구성되어 있었으나, 홀과 홀 사이에 구분이 없고 몇 개 홀은 평지이나 대부분의 홀이 비탈진 곳에 있어서 공이 엉뚱한 곳으로 굴러가기 일쑤였다.

강신주 총무가 파크골프장을 둘러보더니 게임조와 놀이조로 가르겠다고 했다. 파크골프는 보통 1조가 4명이므로 4명은 게임조로 빠지고 나머지 6명은 3명씩 2조로 놀이조를 하기로 했다.

게임조는 아마도 뭔가 내기 게임을 하는 모양이다. 필자는 놀이조에 들었다. 홀과 홀 사이에 구분이 없고 너무 가까워서 1번 홀 공이 2번으로 가기도 하고 심지어는 다른 홀의 공이 날아오기도 했다. 평일임에도 사람들은 제법 많았다.

필자는 잘 모르지만, 삼장구장에 자주 가는 사람들은 만나는 사람마다 아는 체 인사를 했다. 대부분이 부산 사람들이었기 이곳까지 공을 치러 온 모양이다.

곳곳에 놓인 돌절구. ⓒ이복남

밀양으로 오는 길가에는 벚꽃이 한창이고 이미 백목련은 지고 있었는데, 이곳은 산이 깊어서 온도가 낮은 탓인지 백목련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곳곳에 매화가 피고 산수유도 피고, 사과나무 배나무는 이제 새순이 돋아나고 있었다.

한 회원이 가을에 오면 좋겠다고 했다. 근처 산에 단풍도 좋을 테고 공을 치다가 사과나 배를 따 먹을 수 있어서 좋지 않겠느냐고 해서 한바탕 웃었다.

옆에는 제법 큰 연못이 두 개나 있어서 공을 치기 위해서는 다리를 건너기도 했다. 그래서 어떤 회원이 친 공이 물에 빠지기도 해서 긴 장대가 달린 뜰채로 겨우 건져 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오르락내리락하면서 18홀을 겨우 돌았다. 그러나 별 기대 안 하고 놀이로 공을 치러 왔기에 아무도 불평불만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곳 주인이 골동품에 관심이 많은 사람인지 홀 중간 중간에 돌절구와 맷돌이 있었다. 저 많은 돌절구와 맷돌은 다 어디서 구했을까.

오리백숙. ⓒ이복남

삼장구장처럼 사람이 많지는 않았고 코스도 짧았기에 18홀을 다 돌고도 점심시간은 남았다. 식사를 12시 반에 예약했으므로. 게임조는 다시 18홀로 공을 치러 가고 놀이팀은 오르락내리락 경사가 너무 많아서 비교적 경사가 덜한 1번 홀과 2번 홀만 왔다 갔다 했다.

식사는 오리백숙이 한 마리 6만 원이고 오리불고기는 4만 5천 원이라고 했다. 그러자 오리백숙 2마리와 불고기 1마리를 하면 어떻겠느냐고, 안 돼요, 그렇게 하면 모자라요. 천이 소천 마리 먹는다고 같은 거 한꺼번에 시켜야 해요. 오리백숙 3마리를 12시 반에 예약했었다.

식당은 넓고 깨끗했다. 식당을 하기 위해 새로 지은 건물 같았다. 무엇보다도 화장실이 현대식 좌변기로 깨끗했다. 물론 장애인용 화장실은 아니었지만, 이곳 산속까지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 올 수도 없겠지만, 우리 회원 중에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없고 전동스쿠터를 사용하는 사람은 두어 명 있지만, 오늘은 스쿠터를 사용하지 않았다.

맥주와 밀양 탁주로 안인찬 회장이 인사 및 건배를 했다. 운전을 하시는 두 분은 술을 사양했지만, 밀양 탁주 맛이 달큰하고 시원했다. 10명이 오리백숙 3마리는 그런대로 괜찮았고 백숙을 다 먹을 즈음에 죽이 나왔다.

여러 가지 농기구. ⓒ이복남

카운터에는 커다란 다라이에 담긴 딸기를 팔고 있었는데 3kg에 2만 원이었다. 카드는 안 된다기에 회원 두 명이 1만씩 내서 딸기 한 다라이를 샀는데 딸기는 크고 싱싱해서 10명이 먹고도 충분했다.

점심 식사 후에 근처에 창고 같은 게 있어서 들어가 보았더니, 역시 주인장이 유물 등에 관심이 있는 지 오래된 농기구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필자는 처음 보는 농기구가 있었는데 이영우 회원이 예전에 촌에서 자랐다면서 서래를 가르쳐 주었다.

서래,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하니, 논이나 밭고랑에 풀 매는 기구란다. 풍구(풍차)도 있었는데 풍구란 벼 보리 콩 등의 쭉정이를 골라내는 기구라며 직접 풍구를 돌려 보기도 했다. 그 밖에도 오래된 장롱 디딜방아 등 여러 가지가 있었다.

개구리 같은 바위. ⓒ이복남

주최 측에서 물과 사탕 약과 등을 준비해 왔고 다른 회원이 박카스와 요구르트 등을 가져와서 먹을 게 충분했다. 오후에도 게임팀은 게임을 하러 가고 나머지 놀이팀은 비교적 평탄한 코스만 돌았는데, 제오종 회원이 2번 홀에서 홀인원을 했고 송보경 회원이 4번 홀에서 홀인원을 했다.

그냥 공을 치기에도 어려운데 홀인원까지 하다니, 두 분 축하드립니다.

개구리와 곰을 닮은 것 같은 바위도 있었고 거석묘처럼 생긴 평평하고 커다란 바위도 있었다. 이런 바위는 도대체 어떻게 운반했을까. 그리고 너와로 만든 정자 같은 집이 있었는데 그 앞에는 태양열 패널이 깔려 있었다. 요즘 너와집을 보기도 어려운데 고대와 현대의 공존이라니.

너와집과 태양열. ⓒ이복남

비가 온다고 해서 다들 마음을 졸였었고 비가와도 예정된 나들이는 강행한다고 했는데, 오후가 되면서 하늘은 점점 더 맑아졌고 비는 오지 않았다. 비가 안 와서 정말 다행이지만, 기상청이 또 오보를 한 거잖아.

파크골프장이 거리는 아무래도 좋은데, 홀과 홀 사이에 구분이 좀 되어 있고, 경사진 곳에 그물망이라도 있었으면 싶었다. 경사진 곳으로 자꾸 공이 굴러가 버려서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은 공을 주우러 다니기가 만만치 않아서 놀이팀에서는 비교적 평평한 1번 홀과 2번 홀에서만 공을 칠 수밖에 없었다.

강신주 총무가 자기는 한 달 안에 제대로 된 파크골프장을 만들어 놓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럼 해 보시지, 주인이 하라고 해야 하지, 모두가 한바탕 웃고 말았다.

고속도로가에 핀 벚꽃. ⓒ이복남

꽃피는 봄날에 삼락구장은 문을 닫았지만, 밀양에서 파크골프 공도 치고 점심도 맛있게 먹고 덕분에 비도 안 와서 모두가 즐겁고 행복한 소확행의 파크골프 나들이였다.

돌아오는 길가에도 벚꽃은 화사했다. 지금쯤 삼락구장 부근에도 벚꽃이 한창일 텐데. 예전에는 삼락구장 근처에 벚꽃축제가 열릴 때는 파크골프장이 휴장이 아니었는데 올해는 웬일일까. 삼락벚꽃축제가 열릴 때면 차가 삼락구장까지 들어가지 못해서 큰 도로에 내려서 제법 먼 길을 걸어가곤 했었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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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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