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각) 은메달을 획득한 임우근이 시상식에서 기념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12년의 시간 세 번의 패럴림픽에서 결승전의 시간은 5분여 뿐이더라. 이제 좀 알 것 같았는데, 시간은 너무 빨리 지나가 버렸다. 포기하고 싶었고 도망가고 싶었던 시간, 2연패는 아니지만 여전히 난 ‘메달리스트’다.”

4년 전 런던에서 예상치 못했던 깜짝 금메달로 한국 장애인수영계에 24년 만의 금메달을 선물했던 임우근 선수.

2016리우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에서 도전했던 2연패가 아쉽게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임우근 선수가 보여준 ‘부상투혼’은 금빛 보다 반짝이는 은메달을 선물했다.

현지시간으로 11일 오후 5시 30분, 수영 남자 평영 100m SB5에 출전한 임우근 선수가 출발대에 모습을 나타냈다.

임우근 선수는 4년 전 이 부분에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던 금메달 주인공이다. 하지만 1년 전 세계선수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왼쪽 어깨에 심각한 부상이 생겼고, 당초 메달권 진입도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었다. 훈련 중에는 마취 주사를 맞으며 고통을 견뎌냈다.

드디어 시작된 결승전, 임우근 선수는 경기 초반 흐름을 이끌며 가장 먼저 앞서나갔다.

하지만 부상당한 어깨가 중반을 넘어서면서 힘을 받지 못했고, 50m 지점에서부터 스웨덴 FORSMAN Karl선수가 옆으로 바짝 붙었다. 끝내 임우근 선수를 추월한 FORSMAN Karl 선수가 1분34초27로 먼저 터치 패드를 찍었고, 임우근 선수의 기록 1분35초19의 기록보다 0.92초 빨랐다.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깨물고 있는 임우근. ⓒ대한장애인체육회

12년간 세번의 패럴림픽, 그리고 5분여의 짧았던 결승… “복잡 미묘한 감정이 섞인다”

경기를 마친 임우근 선수는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먼저 꺼냈다. 하지만 그에게 “잘했다”는 축하가 쏟아졌다.

2012년 런던, 임우근 선수는 한국 장애인 수영의 재도약을 알렸었다. 당시 그의 기록은 1분34초06으로 아시아 신기록으로 시상대에 올랐다. 한국은 패럴림픽 수영에서 1988년 서울패럴림픽 이후 24년 만에 금메달을 획득하는 영광의 순간이었다.

임우근 선수는 좀 더 나아가 2연패를 만들고 싶었다.

다만 그의 부상은 심각했고, 때문에 당초 메달권 진입조차 어려울 것 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하지만 임우근 선수는 끝내 결승에 올랐고 은메달이라는 값진 쾌거를 거뒀다.

임우근 선수는 “여기까지 오면서도 우여곡절도 많았고, 힘들기도 했다.”며 “2008년 베이징에서부터 시작해 12년이라는 시간을 돌아보면 경기장에 있었던 시간은 ‘5분’ 뿐이었다. 이제 좀 알 것 같았는데, 결전의 무대가 너무 빨리 지나가버렸다.”고 아쉬움을 남겼다.

메달을 향해 물길을 가르고 있는 임우근. ⓒ대한장애인체육회

특히 이날 1·2·3위를 차지한 스웨덴 FORSMAN Karl 선수와 한국 임우근 선수, 멕시코 RANGEL Pedro 선수는 나란히 2016리우·2012런던·2008베이징의 금메달리스트로, 새로운 선수의 출전에 금메달의 주인공이 바뀌고 있다.

임우근 선수는 “동메달을 차지한 RANGEL Pedro 선수는 나의 우상이었고 런던에서 내가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며 “그리고 새롭게 출전한 스웨덴 FORSMAN Karl 선수에게는 올해 내가 그런 역할이 된 것 같다.”고 미묘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수영 대표팀 ‘맏형’… “재활에 집중하며 앞길을 닦아주는 선배되고 파”

임우근 선수의 나이는 올해로 서른. 고등학교 시절부터 시작해 삶의 모든 것이 수영이었다. 그리고 세 번의 패럴림픽 무대를 마친 그는 “잘 내려오고 있다.”고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런던대회에서의 금메달 이후 부상 등 어려움을 겪으면서 기록이 마음처럼 나오지 않아 불안했던 그는 “정상이 있으면 내려오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만, 사라져 버리듯 내려오는 것이 아닌 은메달 획득으로 한 단계씩 안전하게 다음을 준비할 시간을 벌었다.”고 말했다.

이제 앞으로 임우근 선수는 길을 만들어가는 선수가 되고 싶다.

한국 수영대표팀은 대회 5일째를 지나고 있는 11일, 앞서 메달을 획득한 조기성·이인국 선수의 금메달 2개에 더불어 임우근 선수의 은메달까지 순항을 펼치고 있다.

런던에서 목에 걸었던 자신의 금메달에 이어 리우에서 그 길을 잘 따라와 주는 후배들이 고맙다.

임우근이 결승선에 들어온 후 휴식을 취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임우근 선수는 “사실 첫날 조기성 선수와 이인국 선수가 메달을 따면서 너무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나도 같이 보조를 맞춰 잘하고 싶다는 생각에 부담이 생겼던 것도 사실.”이라며 “후배들이 더 좋은 성적으로 먼 미래를 바라볼 수 있도록 앞을 열어주는 선배가 되고 싶다.”고 계획했다. 당장은 재활을 우선으로 쉬면서 본인의 다음이 도쿄가 될지, 아니면 또 다른 길이 될지 충분히 고민하고 싶다는 계획이다.

특히 그는 운동선수로 생활하면서 공부에도 열의를 보여 왔다. 지난해 한국복지대학교로 편입한 그는 장애인행정학과를 다니고 있다.

임우근 선수는 “아직은 서른 밖에 되지 않았지만 긴 시간 선수생활을 하다 보면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며 “당장의 변화를 계획 한 것은 아니지만 무언가를 계속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활 치료를 받아야 하고, 기록에 신경쓰지 않고 즐기면서 수영을 하고 싶다. 시작한 학업도 잘 마무리 하고 싶다.”며 “하나씩 차근차근 해나가다 보면 내게도 앞길이 보이고, 후배들에게도 본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기대했다.

*이 기사는 2016리우장애인올림픽 장애인·복지언론 공동취재단 소속 웰페어뉴스 정두리 기자가 작성한 기사입니다. 공동취재단은 복지연합신문, 에이블뉴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장애인복지신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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