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유도 81kg급에서 금메달을 확정지은 이정민이 엄지를 치켜세워 승리를 만끽하고 있다. ⓒ2015서울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 조직위원회

이정민이 시각장애 유도로 전향한 후 반년 만에 세계무대를 평정, 내년 브라질 리우 장애인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게 됐다.

이정민은 지난 14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5서울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 유도 남자 81kg급 결승에서 샤리프 칼리로프(우즈베키스탄)를 만나 2분 59초 만에 발뒤축후리기 한판승을 거뒀다. 이번 대회 한국 유도의 두 번째 금메달이다.

1회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한 이정민은 2회전에서 다미앙 페레이라(브라질), 3회전에서 아드난 구틱(미국), 준결승에서 에두아르도 아빌라 산체스(멕시코)를 차례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이정민은 이날 마지막 경기로 열린 결승전에서 매섭게 달려든 상대의 공격을 잘 막아내고 자신의 공격을 침착하게 성공시켜 한판승을 거뒀다.

남자 유도 81kg 결승전에서 이정민(오른쪽)이 칼리로프의 공격을 저지하고 있다. ⓒ2015서울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 조직위원회

사실 이정민은 지난해 8월 전국실업유도 최강전에서 왕기춘(27)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며 이미 실력을 입증했다. 왕기춘은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 유도 73kg급에서 은메달을 따낸 최강자다.

이정민은 앞이 하나도 안 보이는 전맹(B1)은 아니다. 눈으로 사물의 형체만 희미하게 인식하는 시각장애 2급(B2)이다. 왼쪽 눈은 시력이 없고 오른쪽 눈으로는 1m 앞의 물체를 희미하게 볼 수 있다.

이런 불리한 조건을 안고 비장애인 선수들과 그동안 경기를 치러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이정민은 “선천적으로 눈이 나빠 유치원을 다닐 때부터 두꺼운 돋보기안경을 썼다. 주위에서 놀림을 받는 것이 싫어 초등학교 때 유도를 시작하게 됐고 계속 하다 보니 감각이 발달했다. 물론 불편했지만 안 보여도 보이는 척 하며 견뎌왔다”고 말했다.

줄곧 비장애인 선수들과 경기를 해 온 그이지만 장애인 유도 관계자들로부터 ‘같이 해보자’는 제의를 숱하게 받아왔다. 하지만 그는 거절했다.

그는 “내가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싶은데 굳이 장애인 대회에 출전해 알리고 싶지 않았다”며 거절한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비장애인 대회에서 최고가 되는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경기 중에 남은 시간을 확인할 수 없어 완급 조절이 어려웠고, 심판 신호도 잘 보이지 않아 경기를 진 적이 많았다.

이정민은 “비장애인 선수들과 감각으로만 경기를 한다는 게 그동안 너무 힘들었다. 눈이 안 좋은 탓에 상대 선수의 도복을 놓치면 불리하기 때문에 한 번 잡으면 절대 안 놓으려고 발버둥 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결국 그는 지난해 11월 장애인 유도로 전향했다. 올림픽 출전이 꿈인 그에게 날개를 달아줄 수 있는 선택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의 선택은 옳았다.

장애인 유도로 전향 후 곧바로 태극마크를 달았고 올해 2월 헝가리에서 열린 시각장애인 유도 오픈 남자 81kg급에서 정상에 올랐다. 이정민은 이번 대회 금메달을 따내면서 내년 리우 장애인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게 됐다.

이정민은 “최고의 자리에 올라 매우 기쁘다. 혹독하게 했던 훈련에 대한 보상을 받은 것 같다”며 경기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장애인 유도로 전향해 부모님께서 마음 아파 하셨다. 이번 금메달로 많이 웃으셨으면 좋겠다”며 “내년 리우 장애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는 몸을 만들어 경기에 임하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전날 금, 은, 동 하나씩 수확하며 산뜻하게 출발한 한국 유도는 이정민이 금메달을 추가해 효자 종목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15일에는 남자 90kg급 박준원, 100kg급 최광근, 여자 63kg급 진송이가 출전해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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