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던져, 뛰어!’31일 제3회 세계신체장애인야구대회를 하루 앞둔 한국대표팀의 첫 일정은 관광을 제쳐둔 연습이었다.

4년 전 꼴찌의 치욕을 벗어던지겠다는 벅찬 각오. 비가 오는 돔구장에서 연습을 하고 있는 한국대표선수단을 만났다.

한국대표팀 강순형, 박승진, 김창주 선수.ⓒ에이블뉴스

먼저 지난 1975년부터 소프트볼을 시작, 2008년 권유로 인해 야구를 시작했다던 노장 강순형 선수(57세, 지체5급). 그는 소아마비로 다리를 절면서도 끝까지 선수들과의 호흡을 놓치지 않았다. 강 선수는 정립회관에서 1974년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농구, 축구, 소프트볼까지.

그러던 중 알게 된 신체장애인야구로 지난 2010년 제2회대회와 올해 대회까지 2번의 대회를 거친 베테랑 선수가 됐다. ‘무엇이 가장 어렵냐’는 질문에 강 선수는 소아마비로 인해 다리가 불편, 근력을 쓰는 운동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강 선수는 “소아마비 선수들은 중도장애인들과는 다르게 근력이 약해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야구는 물론, 배구, 테니스까지 하체에 중심이 잘 안 잡혀서 힘든 부분”이라며 “4년 전까지만 해도 숨이 차질 않았는데 이제는 힘들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또 그에게는 큰 고민이 있다. 장애인식이 떨어지기 때문에 선수층 확보에 힘들다는 것. 노장인 그를 대신해 앞으로 신체장애인야구를 이끌어갈 꿈나무가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강 선수는 “장애인 선수들이 스스로 장애인식이 떨어진다. 상당수 중도장애인들은 스스로 장애인인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한다. 결국 선수 확보가 어려워지는 것”이라며 “일본의 경우 장애인인 것을 인정하고 정말 열심히 뛴다. 참 많이 아쉬운 순간”이라고 토로했다.

선수들을 챙기느라 바쁜 대한신체장애인야구협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박승진 선수(49세, 지체4급). 그는 지난 2007년 재활운동으로 수영을 배우다가 2009년 강순형 선수로부터 권유를 받으며 인연이 시작됐다. 그의 포지션은 ‘투수’.

‘소프트볼 대회에 나가는데, 2만5천원만 내면 된다’는 소리에 그 길로 신체장애인야구의 길로 들어섰다. 박 선수는 “그때 내가 돈 안냈으면 야구계와 인연이 없었을텐데”하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사무국장의 실무자로 일하다보니 박 선수의 애로점은 장애인야구에 대한 낮은 관심과 지원이었다. 실제로 이번 대회를 참가하기 위한 유니폼 지원을 위해 한 선수가 2년간 후원을 요청해왔다. 그 결과 지난해 한국거래소의 약 4백만원 가량의 후원금으로 유니폼과 장비를 구입했다.

박 선수는 “각자 사회생활을 하다가 대회를 위해 뭉친 분들이다. 따로 지원이 없다보니까 선수들이 각자 부담하는 비용이 많다. 일본에서 수입하는 공도 1만원 수준인데 잘 분실되서 자주 구입해야 한다”며 “생활이 어려운 분들이 있어서 회비 조차 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31일 대회를 앞두고 연습하는 한국대표팀.ⓒ에이블뉴스

기자가 그들의 명단을 보면서 가장 의아했던 점이 있었다. 바로 ‘신체장애인야구’ 종목임에도 전체적으로 경증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 ‘중증장애인을 받지 않냐’는 질문에 박 선수도 할말이 많았다.

박 선수는 “원래는 중증장애인분들도 선수로 있었다. 하반신장애나 뇌성마비분도 있었는데 예전에는 딱딱한 공으로 사용하다보니 보험처리가 안돼 다치는 경우도 있어 그만두게 된 분들도 있다”며 “선수들 자체도 중증에 대한 배려가 없다보니까 중증장애인들이 세계대회에 참여하기가 힘든 부분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백승완 선수단장도 “1,2회때는 중증장애인들도 참여를 했는데 세계대회가 너무 경증 위주더라. 등급별 몇 명의 선수숫자가 있어야 되지 않겠냐는 문제제기를 했지만 변하지 않았다”며 “이번 대회에서 어쩔 수 없이 다른 팀들에 맞춰서 경하게 갈 수 밖에 없었다. 그 부분은 이해해달라”고 설명을 보탰다.

초등학교 야구부를 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다가 장애인야구계로 들어선 이도 있다. 바로 김창주 선수(47세, 지체4급). 우연히 장충체육관에서 장애인들이 야구하는 모습을 보고 4년전 시작하게 됐다. 당시 그의 나이는 44세.

김 선수는 “야구를 원래 좋아했다. 회사에 속한 야구동호회도 가입하고 그랬지만 장애가 있다보니 직접 뛸 수 없었다. 장애인야구를 하고부터는 1루수로 뛰고 있다”며 “야구한다는 자체가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가장 힘든점으로는 역시 ‘편견’을 꼽았다. 야구라고 하면 딱딱한 공으로 하기 때문에 장애인이 하기 힘들지 않다는 그런 세상의 눈초리. 그에 대해 김 선수는 “실질적으로 해본다면 그렇지 않다”고 딱 잘라 말했다.

김 선수는 “위험한 운동이 절대 아니다. 장애인도 할 수 있겠구나라는 인식만 바꾼다면 누구나 생활체육으로 야구를 즐길수 있지 않겠냐”며 “작년 재팬컵을 참가하니 일본의 경우 중증도 참여하더라. 그만큼 훈련량도 많고 지원이 많기 때문에 그렇지 않겠냐. 우리나라도 생활체육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면 참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제3회 세계신체장애인야구대회는 11월1일부터 2일까지 일본 효고현 다지마 돔구장에서 열리며, 우리나라 선수단은 총 25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31일 일본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 도착한 한국대표팀.ⓒ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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