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체육계 비리 근절을 위한 정부 시책을 거부해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장애인체육회는 정관 개정을 통해 임원의 자격 기준을 강화하라는 문화부의 지시를 묵살했다.

문화부는 단체 운영과 관련한 비리로 기소되는 임원의 직무를 정지한다는 내용을 정관에 담으라고 산하 공공기관에 지시했다.

이는 정부가 마련한 '공정하고 투명한 스포츠 환경 조성(클린스포츠)' 프로젝트의 실효성을 담보할 골자 가운데 하나다.

대한체육회, 국민생활체육회, 체육인재육성재단, 태권도진흥재단 등 다른 산하 기관은 취지에 적극적으로 공감해 권고를 수용했다.

종목별 경기단체들의 동참도 잇따르고 있다.

공공기관 중에는 장애인체육회만 동참하지 않았다. 장애인체육회 산하에 있는 경기단체 4곳도 정관을 개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애인체육회는 이달 5일 열린 이사회에서 임원 자격기준을 강화하는 정관 개정안을 부결했다.

이 때문에 정관 개정안은 지난 15일 정기 대의원 총회에서 안건으로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문화부는 이사회를 앞두고 권고를 다시 알리는 공문까지 보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장애인체육회는 개정안에 다른 조항도 있어 산하 경기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는 이의가 제기되면서 개정안이 부결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문화부는 장애인체육회 이사회의 결정을 '권고 묵살'로 보고 다른 이유가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문화부의 한 관계자는 "개정된 정관이 소급 적용될까 싶어서 기소된 임원이 지레 겁을 먹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장애인체육회는 최근 잇따른 비리로 몸살을 앓았다.

그 때문에 클린스포츠 시책에 대한 미온적 태도가 자정 의지의 실종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단체의 수장은 정치 쟁점화한 서울시 주민투표를 앞두고 직원들에게 특정 견해를 지지하는 선전에 참가하라고 했다가 처벌됐다.

그는 회장실에서 직원을 지팡이로 때린 공소사실도 인정돼 마찬가지로 1심 법원에서 처벌을 받았다.

국가대표 감독 한 명도 작년 런던 패럴림픽에서 선수를 폭행해 물의를 일으켰다. 장애인체육회는 이 감독을 영구제명했다.

문화부의 한 관계자는 장애인체육회가 클린스포츠 권고를 끝까지 수용하지 않으면 제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1년에 국고·기금에서 500억 가까이 받는 기관이 정부의 권고를 이렇게 무시할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재정지원 중단 같은 제재책이 있지만 그 피해가 선수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기 때문에 고심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덧붙였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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