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같은 국제경기가 열려도 실시간 스포츠 중계를 볼 수 없는 장애인 스포츠. 장애인 스포츠는 재미없다는 통념은 사실일까? 장애인 스포츠는 재활 수단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아이스슬레지하키는 장애인 스포츠 중 가장 박진감이 넘치는 볼거리 풍성한 스포츠. 장애인 스포츠는 지루하다는 고정관념을 거부한다.
동계올림픽은 우리나라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창단 72년이 되도록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꿈의 무대로 불린다. 그 설욕을 장애인들의 아이스하키, 아이스슬레지하키 선수들이 창단 1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씻어주었다. 2006 토리노올림픽에 이어 장애인올림픽을 향한 두 번째 도전 만에 이뤄낸 값진 쾌거이다.
아이스슬레지하키는 캐나다, 미국 등 북미와 유럽에서 인기 높은 장애인 스포츠로 세계무대의 벽이 높다. 선수들이 쓰는 하키썰매, 슬레지(sledge)는 전량 캐나다 수입품. 때문에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의 하키썰매는 부러진 곳곳마다 용접한 자국이 선연하다. 스피드가 생명인 운동인데, 장비 지원도 선수 지원도 미흡한 현실 속에서 열정과 강력한 팀워크로 열악한 현실을 뛰어넘은 것이다.
그러나 밴쿠버동계올림픽의 뚜껑을 연 순간 우리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결과는 참혹했다. 조별 리그 3경기 모두 참패. 우승 후보 미국과 맞붙은 첫 경기에서 5대 0으로 졌고, 일본전에서도 역시 5대 0으로 패배했다. 마지막 체코와의 경기에서 2골을 넣었지만 4대 2로 결국 고전을 면치 못했다.
역사적인 한국팀의 첫 승리는 18일 열린 5~8위전에서 나왔다. 겨울스포츠가 발달한 스웨덴을 2대 1로 꺾고 6강 진출에 성공한 것. 하지만 우리나라 선수들은 승리의 기쁨도 맘껏 누리지 못하고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경기결과에 의기소침해 있다.
누가 이들을 경기 결과로 탓할 수 있을까. 국가대표 선수촌 대신 모텔을 숙소로 삼고, 동네 헬스클럽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야 하는 이들. 편의시설이 돼 있지 않은 아이스링크에서 그것도 링크가 비는 시간에 맞춰 운동하느라 점심을 오후 4시에 먹는다. 균형 잡힌 고칼로리의 식사 대신 식당 밥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는 가난한 운동선수들.
넘어지고 쓰러지며 부상을 달고 다니면서도 차가운 링크를 뜨겁게 달궈 왔던 이들의 치열한 훈련 기록이 3월 20일(토) 오후 1시, KBS1 TV '열린 채널'을 통해 방송된다. 같은 날, 체코와의 5, 6위 순위 결정전을 앞두고 있는 이들에게 뜨겁고 우렁찬 박수가 필요하다. 올림픽에서 올린 감격의 첫 승만으로도 이미 15명의 아이스슬레지하키 국가대표 선수들은 모두는 빛나는 챔피언이다.
*예다나 기자는 ‘장애 경력 20년’을 자랑하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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