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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예술인 인터뷰, 가야금 연주자 김보경

서울대 국악과 졸업반, 관현맹인전통예술단 예비단원

“국악 접할 기회 없는 특수학교 학생들 가르치고 싶어”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1-10-26 10:11:50
시각장애 가야금 연주자 김보경. ⓒ김보경 에이블포토로 보기 시각장애 가야금 연주자 김보경. ⓒ김보경
시작은 서양음악 악기로

보경은 한빛맹학교를 유치부부터 중학교까지 다녔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친한 친구가 바이올린을 배운다고 하여 그녀도 친구 따라 바이올린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데 친구보다 보경의 진도가 빨라서 부모님과 선생님들이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것으로 보경의 미래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보경은 어렸을 때부터 TV 국악프로그램을 좋아하고, 명절날 한복을 입히면 벗으려고 하지 않을 정도로 한국적인 것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음악 동영상도 국악을 많이 검색하곤 하였는데 어느 날 가야금 연주를 듣고 이제까지 느껴 보지 못했던 강렬한 매력을 느꼈다.

그래서 중학교 2학년 때 바이올린 대신 가야금을 택했다. 같은 서양음악에서 악기를 바꾸는 일은 종종 있지만 서양음악에서 국악으로의 전환은 그 전에 쏟았던 시간과 노력을 모두 버리고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매우 힘든 결정이다.

부모님의 반대를 예측했던 보경은 부모님에게 자신의 진학 계획을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허락을 받아냈다. 보경은 가야금을 공부하면서 손가락에 물집이 생길 정도로 열심히 연습했지만 힘든 줄 몰랐다.

보경이 가야금을 연주할 때 행복해하는 표정을 보고 부모님도 보경이 정말 좋아하는 것이 가야금이라는 것을 알고 안심이 되었다.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입학을 목표로 세웠는데 다른 친구들보다 늦게 출발하였기 때문에 몇 배의 노력이 필요했다. 2014년 원서를 내기 전에 학교를 방문하였는데 거부하는 태도를 보이진 않았지만 장애 학생을 한 번도 받아 본 적이 없다는 말을 남겼다.

그러나 막상 원서를 내자 한빛맹학교에서 편하게 학교생활을 하지 왜 굳이 힘들게 여기 와서 공부를 하느냐는 염려 아닌 염려를 해 주었다. 하지만 2015년 시각장애 학생 최초로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에 당당히 입학하였다.

성숙한 학생들

7세 때부터 11년 동안 특수학교에 다녔던 보경은 일반학교 생활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언론에서 따돌림 사건을 접했기 때문에 교우관계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학교에 갔을 때 상상과는 달리 친구들은 이미 성숙해 있었다. 과하지 않게, 티나지 않게 챙겨 주는 보통의 친구들이었다.

보경을 힘들게 하는 것은 수업이었다. 특수학교는 학생들이 적어서 선생님이 거의 일대일로 학생 각각의 수준에 맞게 가르쳐 주는데, 일반학교는 칠판 가득 판서를 하면서 설명을 빠르게 하시기 때문에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었다. 그래서 수업 시간에는 초긴장을 하고 주로 설명을 들었고, 쉬는 시간에 친구들 노트를 빌려 자기 방식대로 필기를 하였다.

노트를 빌려 달라고 말하기 전에 친구들이 쉬는 시간에 빨리 쓰라고 자기 노트를 갖다 주기까지 하였다. 고등학교 3년 동안 보경은 하나의 사명감을 갖고 임했다. 시각장애 학생 최초의 국립전통예술고 학생이어서 자신의 학교생활을 보고 시각장애 학생을 평가할 것이기에 후배들에게 누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었다.

그래서 입학하며 공부 잘 해서 받는 우등상, 학교생활에 성실하여 받는 개근상, 학생다운 학교생활을 해서 받는 모범학생 표창장을 목표로 세웠는데 졸업할 때 보경은 이 세 가지 상을 모두 받아 목표를 이루었다. 자기와의 약속을 지킨 정말 성숙한 학생이었다.

공연 모습. ⓒ김보경 에이블포토로 보기 공연 모습. ⓒ김보경
각막 이상으로 태어난 아기

1999년생 보경이 태어났을 때 각막이 손상된 상태였다. 첫 아이가 장애를 갖게 될지 모른다는 진단은 젊은 부부에게는 핵폭탄 같은 두려움이었다. 딸에게 빛을 주기 위해 각막이식 수술이란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고 부모는 각막 기증자를 애타게 기다렸다.

그래서 태어난 지 7개월 되었을 때 보경은 각막을 이식받았는데 왼쪽 눈은 거부 반응이 나타나 실패했고, 오른쪽 눈은 눈에 가까이 대면 큰 글씨를 읽을 수 있는 정도의 시력이 생겨서 시각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시야가 좁고 흐릿하지만 형체 정도는 파악한다.

그런데 왼쪽 눈의 검은 눈동자에 흰 막이 가려져 있어서 사람들이 쳐다보기도 하고, 어린 아이들은 보경을 보고 무섭다고 울어서 보경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시선을 가볍게 받아 넘길 정도로 보경은 단단해졌다.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국악과 입학

서양음악은 음표로 완벽한 악보를 만들 수 있지만 국악은 음을 떤다거나 하는 기교가 많은데 그것을 악보로 표기하기 어렵다. 게다가 정악은 악보를 점자로 표기하기 힘들어서 완벽한 점자 악보를 만들 수 없기에 공부하기가 힘들었다.

보경은 연주를 많이 들은 후 악보를 오른쪽 눈에 가까이 대고 하나하나 확인을 하면서 그것을 외워서 연주를 한다. 일반 아이들보다는 몇십 배 힘든 과정으로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다.

2017년 고3이 되었다. 수험생들이 다 그렇듯이 보경도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고 싶었다. 그래서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 중앙대학교, 서울대학교에 메일로 입학시험에 있는 초견에 대한 문의를 하였다. 초견은 새로 작곡한 음악 악보를 주며 즉석에서 연주하는 시험이라서 시각장애 학생에게는 불가능한 시험이었다.

그런데 한예종은 답변 자체가 없었고, 중앙대에서는 점자악보를 만들어 주겠다고 하였다. 하지만 악보를 점자로 만들어 준다 해도 손으로 연주를 해야 해서 손으로 점자를 읽을 수 없었다.

그런데 서울대에서는 교수님께서 직접 연락을 주시며 서울대학교는 장애인특별전형에 초견이 없다고 알려 주었다. 그리하여 보경은 2018년 역시 또 시각장애인 최초로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국악과에 입학하였다.

이렇듯 계속 최초를 기록하며 서울대학교 학생이 되자 사람들의 기대치가 커서 부담이 되었다. 가야금은 산조(12현), 정악(12현), 18현, 25현 가야금이 있어서 연주가 여간 복잡한 것이 아니다.

독주는 그런 대로 할 수 있지만 정악 합주는 악보를 완벽하게 암기하지 않으면 연주가 불가능하였다. 또한 국악관현악은 가야금 악보가 화성 위주의 반주로 되어 있어서 외우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시각장애 가야금 연주자 김보경. ⓒ김보경 에이블포토로 보기 시각장애 가야금 연주자 김보경. ⓒ김보경
관현맹인전통예술단 예비단원으로 활동

보경은 중학교 때 해금을 전공하던 시각장애 선배를 통해 관현맹인전통예술단이 있다는 것을 알고 엄마와 함께 찾아가서 직접 활동하는 모습을 보았고, 그곳에서 실시하는 음악캠프에 참여하는 등 꾸준히 소통을 하고 있었다.

관현맹인전통예술단에 가야금 연주자가 없어서 보경은 대학에 입학하며 바로 예비단원이 될 수 있었다. 그 덕에 대학생이지만 월급을 받으면서 연주 활동을 할 수 있고, 국립국악원을 비롯해서 2019년에는 카네기홀 공연까지 남들이 경험하기 힘든 무대에서 연주를 했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외부 공연을 하려면 한복이 필요한데 보통 한 벌에 50만 원, 조금 고급스러운 것은 100만 원 가까이 비용이 들기 때문에 연주비보다 의상비가 더 비싸서 연주 활동을 해도 용돈을 벌기 어렵다.

그리고 연주자는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해서 개인 레슨이 필요한데 그 레슨비를 부모님께서 마련해 주고 있다. 훌륭한 연주자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김보경의 미래

보경은 올해 4학년 졸업반이다. 모든 학생들이 대학 졸업 후의 진로에 고민이 많을 때이다. 그녀도 자신의 미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보경은 좋은 연주자가 되고 싶다. 그래서 계속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런데 대학원에 진학하면 교육학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 이유는 특수학교에서는 국악을 접할 기회가 없어 특수학교 학생들에게 국악을 가르쳐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가야금 연주자 김보경으로 최선을 다하는 멋진 모습을 보여 줄 것이란 믿음이 있기에 김보경의 미래가 기대된다.

수상
제19회 고양행주 전국국악경연대회(장려상)
제2회 의정부 죽파 가야금 경연대회(죽파상)
제8회 기산국악제전 전국국악경연대회(금상)
제27회 전국학생국악경연대회(우수상)
제4회 대한민국 장애인예술경연대회 스페셜K(은상)
제3회 화성시 전국청소년국악경연대회(장려상)
2020 무안 전국장애인 승달국악대제전(우수상)

공연
2015
장애인의 날 공연 “우리도 스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한빛오케스트라 협연
서울오페라 창단 40주년 초청공연(한빛오케스트라 협연)
찾아가는 음악회 국방부 공연(한빛오케스트라 협연)
2018
예술의전당 문화햇살콘서트 “음악이 빛이 되는 콘서트”
2019
관현맹인전통예술단 제8회 정기연주회
문재숙과 함께하는 천사금의 어울림 콘서트
관현맹인전통예술단 카네기홀 공연
2020
관현맹인전통예술단 3집 음반 참여
아트위캔 국악콘서트 “가여낙낙”
2021
관현맹인전통예술단 국립부산국악원 공연 “수요공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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