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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들 통해 성장한 장애예술인 김경원

시를 통한 진정어린 소통…지난해 대통령 신년오찬회 초대도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1-10-01 10:19:40
김경원 시인. ⓒ김경원 에이블포토로 보기 김경원 시인. ⓒ김경원
경원아, 너 광천터미널에 버려졌었데

중학교 2학년 때 같은 방 친구가 툭 던져 주었다. 경원은 영신원에서 6세까지 살다가 행복재활원으로 전원되었다. 가족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었던 그는 그저 그렇게 사는 것인가 보다 하고 자기가 왜 행복재활원으로 오게 되었는지 알아보려고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친구의 말이 송곳처럼 가슴을 찔러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재활원 선생님에게 물어보았다. 자기를 버린 부모가 누구인지 너무너무 궁금했다. 하지만 선생님(박미연 과장님)도 재활원 입소 때 작성된 서류에 적힌 것 외에는 알지 못하였다. 그때가 3세였다는 것밖에 알아낸 것이 없었다.

그리고 자신의 장애가 뇌병변장애와 지적장애의 중복장애인이라는 것이 눈에 확 들어왔다. 경원은 키가 몹시 작고 걸음이 불편하며 언어장애가 있는 순박한 아이였는데 그 모든 것이 장애라는 정체성으로 확인되었다.

그때 경원은 중학교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친구들이 경원을 화장실에 가둬 놓고 몹쓸 짓을 하였지만 그는 그저 웃으며 참아 넘겼다. 하지만 부모조차도 자기를 버렸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재활원 옥상으로 올라갔다.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것이 이 모든 것과 이별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 같았기 때문이다. 재활원 김종원 선생님이 달려오셨다.

“경원아! 안 돼!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을 거야. 잘 생각해 봐.”

그때가 중3이었다. 선생님한테 끌려 내려가면서 ‘왜 죽지도 못하게 하느냐.’고 반항했다. 그 후 살아가야 할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엄마라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그것이 그가 살아야할 이유가 되었다. 그때부터 자신의 생각을 노트에 적기 시작했고 그것이 시를 쓰기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 그때 처음 만난 시가 나태주 선생님의 시 <풀꽃>이었다.

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런 나도 자세히 보면 예쁠까, 나도 사랑스러울까.’ 경원은 그 풀꽃이 자기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원은 그때부터 시가 사람의 마음에 위로를 주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자신도 시인이 되고 싶었다.

김경원 시인. ⓒ김경원 에이블포토로 보기 김경원 시인. ⓒ김경원
선생님, 고등학교는 특수학교로 가고 싶어요

경원은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다. 경원은 일반 학교에 다니면 학생들에게 또다시 따돌림으로 괴롭힘을 당할까 걱정되었지만, 재활원 선생님은 비장애 학생들과 어울리는 것도 큰 공부라고 하시며 조선대학교부속고등학교로 입학시키셨다. 그곳에는 특수학급이 있었고 통합학급으로 운영되었기 때문에 중학교보다는 생활하기가 나을 것이라 하였다. 하지만 2학년이 된 어느 날 학급 이동 수업을 할 때였다.

어떤 아이가 자기 자리에 경원이가 앉았다며 더럽다고 책상과 의자를 물티슈로 닦고, 페브리즈를 뿌리고 난리를 쳤고 경원이가 복도에 지나가면 기다리고 서 있다가 발을 걸며 괴롭히는 일이 발생하였다. 경원은 그 학생을 피하기에 지쳐 선생님께 전학을 가고 싶다고 졸랐다. 학교를 옮기면 힘든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힘든 경원이에게 가장 위로가 된 것은 바로 시였다. 힘들 때마다 시를 썼고 그 시를 친구나 교감 선생님, 담임 선생님께 보여 드렸다. 교감 선생님께서는 특히 경원이를 귀여워해 주셨고, 경원이가 시를 써올 때마다 맛있는 과자를 주시며 용기를 북돋아 주셨다.

경원이도 어느덧 3학년이 되었다. 친구들은 입시 공부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경원이는 평범한 고3 학생들의 지적 수준과 속도를 따라갈 수 없었다. 그래도 여느 고3과 같이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싶어 야자 시간에 남아서 책도 보고 시도 썼다. 경원이는 손이 불편하기 때문에 쓴 시는 언제나 비뚤비뚤해서 보기가 싫었다. 그래서 시를 써 놓고도 구겨서 버렸는데 어느 날 같은 반 친구인 현규가 그것을 주워서 펴보았다.

“우와, 아주 멋진 시인 걸. 야, 이거 경원이가 썼는데 한 번 읽어 봐.”

현규가 감동 받아 시를 교실 벽에 붙여 놓았고, 수업에 들어오시는 선생님들도 경원의 시에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특히 담임 선생님은 국문학을 전공한 국어 교사였기에 경원의 시가 남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담임 선생님은 늦게까지 학교에서 업무를 볼 정도로 일이 많았는데 그때 경원의 시가 큰 위로가 되었다고 하셨다.

안봄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김경원 에이블포토로 보기 안봄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김경원
선생님! 경원이 시집을 내주면 좋을 것 같아요

반 친구들의 제안으로 ‘스토리 펀딩-널 위해 우리는 별이 될 수 있을까?’가 진행되었고 11,557,500원이 모금되었다. 755명이나 참여한 것이 더 의미 있다. 2016년 첫 번째 시집 「세상에서 가장 값진 보석」이 출간되자 언론에서 경원이의 스토리를 소개하였다. 경원이에게 꿈같은 일들이 벌어졌다.

그런데 경원이가 가장 좋아한 것은 시집 서문을 부탁드리기 위해 담임 선생님과 함께 나태주 공주 풀꽃문학관을 방문하였을 때 경원이에게는 신과 같은 나태주 선생님을 만난 것이었다. 나태주 선생님은 아주 인자하신 미소로 경원을 맞아 주었다.

경원은 내심 신문이나 방송을 보고 엄마가 연락을 주실 것이란 기대를 하였지만 결국 기다리는 전화는 오지 않았다. 학생들이 멋진 미래를 위해 대학 입시를 준비하고 있을 때 경원이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행복재활원에서 더 이상 있을 수가 없기에 자립생활을 준비해야 했다. 그래서 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20만 원을 받고 일을 했다. 시설은 만 18세가 되면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500만 원 정도의 자립 정착금을 손에 쥐고 세상 밖으로 나와서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경원아, 너 형편에 대학에 가는 것은 좀 어려울 것 같다.”
“그래두 수능은 볼래요. 한 번뿐이잖아요.”

선생님은 반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포기하지 않는 학생에게 대학 진학이 어렵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다. 경원은 소풍을 가듯 대입 시험장으로 향했고 수능을 치렀다.

수능 다음 날 아침 9시. 수능 가채점 분석을 하느라 바쁜 고3 교무실에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안녕하세요. 여기는 미국 뉴욕입니다. 혹시 경원이가 수능을 봤나요. 수능을 봤다면 경원 이를 대학을 보내십시오. 경원이 대학 학비를 후원하겠습니다.”
“네? 경원이 학비를 후원해 주시겠다구요? 어머나 세상에!”

전화를 끊고 담임 선생님은 소리 내어 울었다. 너무나 감동하여 너무나 감사해서 울음을 터트리고 만 것이다. 고3이니까, 누구나 보니까, 한번뿐이니까 보고 싶다던 경원의 소박한 선택이 옳았다. 만약 수능을 보지 않았다면 대학 입시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 아닌가?

미국 뉴욕에 살고 계신 엘리자베스 할머니의 등록금 지원 약속으로 경원이는 수시 2차 원서 마지막날 동아보건대학교 애완동물학부에 장애인특례입학 원서를 낼 수 있었다. 그리고 당당히 입학하게 되었다.

경원이는 고2 때 ‘TV동물농장’을 보며 애완동물에 관심이 생겨서 유기 견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했는데 그곳에서 만난 유기견이 경원이가 속상해서 눈물을 흘리자 눈물을 혀로 핥아 주었다. 그 순간 애완견이 사람에게 큰 위로가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동물매개 심리상담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었다.

2017년 2월 10일 광주 조선대학교부속고등학교 제66회 졸업식은 아주 특별했다. 경원이의 고등학교 졸업식을 취재하기 위해 언론사에서 찾아왔고, 전국에서 경원이의 졸업을 축하해 주었다. 무엇보다 미국 뉴욕에서 70대의 엘리자베스 할머니가 가족이 없는 경원이를 위해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 주셨다.

경원이는 졸업식을 마치고 미국 할머니를 따라 한 달 동안 미국 여행을 하는 뜻밖의 선물을 받았지만 경원은 미국에서 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있는 한국이 좋았다.

나태주 선생님과 함께. ⓒ김경원 에이블포토로 보기 나태주 선생님과 함께. ⓒ김경원
경원의 꿈이 이루어지기 위해

경원은 10대를 보낸 재활원을 나와 현재 체험홀에서 자립생활 훈련을 하고 있다. 그는 대학 2년을 알차게 보냈다. 주말에는 광주애견훈련소 김종욱 소장님을 찾아가서 애완동물들과 함께 보내며 동물매개 심리상담사의 꿈을 구체화시켜 갔다.

대학 생활을 하며 쓴 시들을 모아 2019년 두 번째 시집 「꽃이 되어」를 발간하였고, 힘차게 살아가는 경원이의 소식은 청와대에 까지 알려져 2020년 대통령 초청 신년오찬회에 초대받아 대통령을 직접 만나는 영광을 누리 기도 하였다.

1998년생으로 MZ세대인 김경원은 고3, 3반 친구들과 담임 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선생님들 그리고 지금도 변함없이 생활비를 보내 주시는 미국 할머니 등 좋은 분들을 만난 덕분에 부모도 없는 흙수저 출신에 뇌병변장애와 지적장애의 중복장애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도 밝고 바르게 성장해 왔다.

그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시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전하며 진정어린 소통을 했기 때문이다. 그에게 시는 신이 내려 주신 선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인으로 살 수는 없다는 것을 주위 어른들은 너무나 잘 알기에 걱정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다. 고3 담임이었던 안봄 선생님은 경원이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 경원이에게 그림자가 드리워질 것이 염려된다.

이제 출판사에서 시집을 내주지 않기에 선생님은 학교 앞 복사집에서 세 번째 시집 「너는 나에게 봄이다」를 제본해 주었다.

경원이의 꿈 동물매개 심리상담사가 되는 것은 쉽지 않다. 공부할 것이 너무 많고, 경원이 조건으로 취업하기가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는 동물을 다루기 위한 기본 체력을 다지기 위해 하루 2시간 육상을 하고 있다. 그래도 경원은 활짝 웃는다.

“곧 임대 아파트로 입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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