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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가수가 되고 싶은 장애예술인 이현학

활동 하며 수도 없이 들은 질문은 ‘가수라구요?’

음악 직접 만들고, 영상편집 등 필요한 작업 ‘척척’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1-09-02 14:27:50
가수 이현학. ⓒ이현학 에이블포토로 보기 가수 이현학. ⓒ이현학
음악인의 길을 찾다

선천성 황반변성증은 망막이 손상되는 질병으로 손상이 망막 전체로 확대되면 시각을 잃게 된다. 이현학이 바로 이 경우이다.

서울맹학교를 거쳐 대학에 입학하였다. 대학 2학년 때 대학축제에 가요제가 있었는데 서울맹학교 동창인 김국환이 우리도 듀엣으로 출전해 보자고 제안하였다. 대학생활의 낭만이기도 했기에 그는 친구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고 가요제 준비를 하였다.

유리상자의 <사랑해도 될까요>를 불렀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다. 그때 힘입어 그는 음악의 길로 들어섰다. 처음에는 취미생활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직업이 되었다. 공연에 초대를 받는 일이 점차 늘어나게 된 것이다.

가수가 되려면 음반이 필요하기에 2007년 CCM 앨범을 준비하게 되었는데, 그때 처음 보컬 트레이너에게 레슨을 받았다. 교회나 단체 행사 등에서 공연을 할 때 행사 분위기에 따라 장기로 인기가수 모창도 하고 춤도 추자 관객들이 무척 좋아하였다. 시각장애인이 팝핀댄스를 하는 것을 보고 2011년 SBS-TV <스타킹>에 출연하게 되었다.

김현철 모창을 하고 팝핀댄스를 선보였는데 MC 강호동의 ‘안 보이는데 어떻게 춤을 추느냐.’는 질문에 아주 재미있게 말해 주었다. 춤 동작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하나하나 점토작품을 만들듯이 손으로 잡아 주면 거기에 영혼을 불어넣어서 춤이 완성된다는 설명이었다.

jtbc 히든싱어 출연 모습. ⓒ이현학 에이블포토로 보기 jtbc 히든싱어 출연 모습. ⓒ이현학
음악인의 길을 걷다

이현학은 jtbc <히든싱어> 김종서 편에 출연하여 매 라운드마다 ‘김종서보다 더 김종서 같은 목소리’로 호평을 받았다. 2013년 4월 6일 방송된 왕중왕전에서‘7번방의 김종서’란 별명이 생길 정도로 노래 실력을 뽐냈다.

마지막 결승전에 김종서와 이현학 두 명이 남았을 때 MC 전현무 씨가 우승을 해야 하는 이유를 묻자 그는 미국에 있는 여자친구와 장거리 연애를 하느라 교제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세 번밖에 만나지 못했다며 김종서를 꺾고 우승을 해서 상금 1,000만 원을 받으면 여자친구를 보러 가고 싶다고 솔직하면서도 유쾌한 답변으로 시청자를 웃게 만들었다.

이현학은 마지막 결승에서 4표 차이로 준우승에 머물렀는데 김종서는 자신이 탈락하고 싶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기도 하였다.

7번방의 김종서라는 별명은 그가 노래연습을 하러 갈 때마다 노래방 7번방으로 안내 되었고, 당시 <7번방의 선물>이란 지적장애 아버지와 딸의 애틋한 부성애를 그린 영화가 유행했기 때문에 7번방이 장애를 상징하게 되었기에 그에게 붙여진 별명이다.

이런 활동에 힘입어 2014년 시각장애인 그룹‘더 블라인드’를 결성했다. 각각 음악 활동을 하던 시각장애 음악인들이 뭉친 것이다. <슈퍼스타K> 시즌1에서 이효리를 울린 남자 김국환과 <스타킹>에서 한국의 스티비원더로 칭송받은 정명수 그리고 <히든싱어> 시즌1 왕중왕전에 진출하여 7번방의 김종서란 별명을 갖게 된 이현학이 함께했다. 당시는 역시 <스타킹>에서 음악성을 인정받은 김지호까지 4명으로 출발했지만 김지호는 건강문제로 빠지게 되었다.

시각장애 청년들이 보컬그룹을 만들어 가수 활동을 선언하자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공연 섭외가 많이 들어와서 그룹 멤버들이 놀랄 정도였다. 2015년 배우 구혜선과 음원 <썼다 지웠다>를 발표하여 또다시 화제가 되었다. 행사에서 우연히 만난 구혜선 배우가 ‘더 블라인드’ 공연을 보고 너무 노래가 좋다며 작업을 할 때 참여하고 싶다고 하여 연락을 하였는데 선뜻 응해주었다.

사랑이 오다

이현학은 밀알선교회나 교회 주최로 2008년부터 거의 1년에 한 번씩 미국 공연을 가게 되었다. 2009년 공연을 마치고 앨범 판매 사인회가 있었는데 한 중년 부인이 공연에 너무 큰 감동을 받았다며 한국에서 온 공연팀을 저녁 식사에 초대하였다. 초대장소는 초대해 주신 분 집이었다. 저녁 파티를 돕던 부인의 딸이 이현학에게 신경을 많이 써 주었다. 시각장애로 식사가 불편할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었지만 이현학은 호감을 느꼈다.

그래서 이현학은 사귀자고 고백을 했다. 그녀는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 2세로 영어가 더 편한 사람이고, 그는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말만 하는 사람이다. 또 그는 시각장애인이고 여자친구는 비장애인이다. 이현학은 여자친구에게 ‘no’라는 대답을 들었다. 차인 것이다. 그는 차인 이유가 후자라고 생각했다. 누가 봐도 후자였으니까.

그런데 나중에 그녀가 말해 준 거절 이유는 장거리 연애가 자신이 없어서라는 뜻밖의 이유라는 것을 알고 다시 희망을 가졌다. 이현학은 그녀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자신의 진심을 계속 보여주었다. 그러자 어느 날그녀가 ‘yes’라는 고백을 하였다. 이렇게 연애를 10년 동안 하다가 드디어 2020년 11월에 양가 부모의 축복 속에서 미국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1985년생인 이현학은 사랑을 얻기 위해 끈질기게 기다려야 했다. 그들 커플을 처음 만난 사람은‘천사 같아요. 넘 착해요.’라고 그들의 사랑을 그녀의 착함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여자친구의 희생을 의미하였다. 그래서 그는‘저도 넘 착하거든요. 저도 천사 같거든요.’라고 농담처럼 말한다.

결혼을 하고 나서 이현학은 아내에게 물어보았다.
“왜 나랑 결혼했어?”

“그냥… 사람이니까.”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자신이‘시각장애인이 아닌 그냥 사람이rn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큰 위로가 되었다.

사실 그냥 사람이라는 부인의 말이 맞다. 그는 청소도 잘하고, 요리도 잘한다. 돼지고기 두루치기, 시금치 된장국도 잘 끓이는데 사람들은 잘못해서 불이 나면 어떻게 하나, 화상을 입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먼저 한다. 하지만 그는 온라인으로 장을 보고 식자재가 도착하면 능숙하게 요리를 해서 맛있는 식탁을 꾸미는 1등 남편이다.

결혼식 ⓒ이현학 에이블포토로 보기 결혼식 ⓒ이현학
다양한 사회활동

그는 음악작업을 위해 사회적 협동조합 ‘좋은이웃 컴퍼니’라는 회사를 2018년 설립하였다. 직원은 4명이지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문화예술기획, 공연, 앨범과 동영상 제작까지 정말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이현학은 음악을 직접 만들고 영상도 편집하면서 음악활동에 필요한 작업을 스스로 한다.

시각장애인이 영상편집을 어떻게 하냐며 깜짝 놀란다. 스마트폰이 스크린에 있는 정보를 읽어 주듯이 그가 사용하는 컴퓨터 역시 스크린에 있는 정보를 음성으로 읽어 주고, 저시력 장애인을 위한 확대 기능도 있기 때문에 음악이나 영상 작업을 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물론 최종 마스터 단계에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완성도를 높인다.

2014년부터 KBS 3라디오 <내일은 푸른하늘> 고정 연사로 출연하여 입담을 키운 이현학은 2019년 장애청년들의 시선으로 장애인 인권, 소수자 혐오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이야기하는 팟캐스트 <당장 만나 (당신이 장애를 이해하고 싶을 때 만나는 사람들) > 진행을 시작했는데 현재 정의당 국회의원이 된 영화 <어른이 되면>의 장혜영 감독 등이 출연하여 많은 화제를 만들어냈다.

장애인식 교육강사

가수 활동을 하며 수도 없이 들은 질문은 ‘가수라구요?’이다. 그 질문 속에는 ‘너 시각장애인이잖아.’라는 인식이 담겨 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가수로만 보게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실시하는 장애인식개선강사 교육을 받고 강사활동을 하고 있다.

사람들은 그가 하는 모든 일을 시각장애와 연결시켜 궁금해한다. 그는 사람들의 궁금증에 대해 재미있게 설명해 준다. 무례하다고 화를 내거나 당신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지적을 하면 사람들은 장애인과 더 멀어지기 때문이다. 이제는 사람들이 질문을 하지 않아도 먼저 말한다. 그래야 세상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한테는 너무나 편한 키오스크가 시각장애인에게는 사용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해 주지 않으면 절대로 알 수가 없다. 그는 장애를 규정짓는 건 사람이 아닌 사회 환경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하는 명강사이다. 요즘은 월 6회 정도 강의를 나갈 정도로 주업무가 되었다.

앞으로 계획

가장 중요한 계획은 내년에는 아빠가 되는 것이다. 부인이 유치원 교사이기 때문에 육아는 문제가 없다는 것도 행운이다. 이현학은 어렸을 때부터 아들이 하는 일을 긍정적으로 지지해주시는 부모님 그리고 친구 같은 누나와 남동생이 있어서 외롭지 않았다. 이제 부인까지 생긴 이현학은 그 어느 때보다 든든하고 행복하다.

코로나19로 설 수 있는 무대가 줄어 들자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모든 콘텐츠를 재미있게 설명해 주고, 모창으로 기분도 풀어주는 ‘워너두 (wanna Do) ’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여 팬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유튜브와의 인연은 포스코ICT가 개최한 유튜브 공모전에 참여하여 최우수상을 받은 것에서 시작되었다.

공모전 작품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엘리베이터 점자나 캔맥주 점자가 무슨 말인지를 소개하는 5분 정도의 동영상이었는데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내용이어서 유익하다는 평을 받았다.

이렇듯 이현학의 도전은 끝이 없다. 그의 도전이 아름다운 것은 겸손함 때문이다. 그는 늘 이렇게 말한다.

“우리 멤버 가운데 내가 제일 노래를 못해요. 제가 묻어 가는 거죠. 저는 별로 재능이 없어요. 주위에서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할 수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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