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토일드라마 ‘악마판사’(극본 문유석/ 연출 최정규)는 ‘가상의 디스토피아 대한민국, 전 국민이 참여하는 라이브 법정 쇼와 함께 등장한 '악마판사' 강요한. 그는 모두가 원하는 영웅인가, 법관의 가면을 쓴 악마인가?’

강요한(지성 분)은 국민참여재판을 하는 시범재판부의 재판장이다. 김가온(진영 분)은 시범재판부 좌배석 판사이고 오진주(김재경 분)는 우배석 판사이다. 강요한은 명쾌한 국민참여재판으로 국민적 영웅이 되어 많은 사람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그런데 좌배석 판사인 김가온은 강요한이 영웅이 아니라 악마 같다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악마판사. ⓒtvN

국민참여재판을 앞두고 강요한은 대법관 민정호(안내상)에게 항변한다. “대법관님,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다고 믿습니까? 저는 안 믿습니다.”

다음 국민참여재판 대상은 이영민(문동혁 분)이었다. 이영민은 차경희(장영남 분) 법무부 장관의 아들로 재벌 2세였다. 이영민은 전형적인 갑질로 만나는 사람마다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으나, 뒤에서는 모두 돈으로 무마했다.

차경희 법무부 장관은 아들 이영민이 재판을 받게 되자 긴급 기자회견을 했다. “모든 게 제 불찰입니다. 제가 아들을 잘못 키웠습니다. 그러나 잘못했으면 그에 합당한 벌을 받아야겠지요. 그것이 대한민국을 위한 저의 바람입니다.”

이영민의 국민참여재판이 시작되었다. 이영민의 변호인은 그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전부 고소를 취하했으므로 더 이상 재판이 열릴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러자 강요한 판사는 이영민의 얼굴을 텔레비전 화면에 띄우고 이 사람에게 폭행을 당한 사람은 연락하라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연락을 해 왔다. 그때는 겁이 나서 말을 못 했지만 이제 직장에서 잘려서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강요한 판사는 이영민을 상습폭행범으로 처벌하겠다고 했다. 변호인은 열변을 토했다. 피고인은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는 나라에, 아빠는 경제에 빼앗기고 혼자 살아야 했기에 이런 일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영민이 구속되면 아까운 혈세를 낭비해야 하므로 차라리 당사자들에게 돈으로 배상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했다.

이영민에게 내린 태형. ⓒtvN

강요한 판사는 국민 혈세도 막고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잘못에 합당한 고통만을 가하는 가장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형벌이 태형이라고 했다.

모두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는데, 변호인은 21세기에 사람을 묶어놓고 때린다는 것은 너무나 야만적이고 말도 안 된다고 항변했다.

강요한은 피고인의 어머니 차경희 장관께서 추진하는 법질서 강화특별법을 근거로 하고 있으며 국민들도 원한다면서 이영민에게 태형 30대를 판결했고 태형 장면은 생중계되었다.

조선 시대에도 사람이 죄를 지으면 법에 따라 형을 받았는데 죄의 경중에 따라 태(笞), 장(杖), 도(徒), 유(流), 사(死) 이렇게 오형(五刑)이 기본이다. 태형은 오형 가운데 가장 가벼운 형벌로, 죄수를 형틀에 묶고 하의를 내려 엉덩이를 노출시킨 다음 가는 회초리로 엉덩이를 때리는 형벌이다. 지금도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에서는 태형이 시행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영민에게 내려진 형벌은 태형인데 실제로 행해진 형은 태형이 아니라 몽둥이 같은 걸로 등짝을 후려치는 장형 같았다.

아무튼 좌배석판사 김가온은 강요한 사무실에서 폭탄테러를 당했는데 강요한은 폭탄테러의 배후를 밝혀야 한다며 김가온을 그의 집으로 데려온다. 강요한은 조카 엘리야(전채은 분)와 같이 살고 있었다. 김가온은 친구 윤수현(박규영 분)과 함께 끊임없이 강요한의 뒤를 캐고 있었는데 윤수현은 광역수사대 형사이다.

강요한 김가온 엘리야. ⓒtvN

김가온은 강요한의 집에서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사람의 사진을 발견했는데 유모는 김가온과 닮은 남자가 강요한의 형 이삭이라고 했다. 이삭이 저택의 진짜 주인이고 강요한은 아무도 원치 않은 버려진 아이라고 했다. 강회장이 아내를 잃고 술집 여자와 하룻밤을 보내 생긴 아이가 강요한인데, 술집 여자는 강회장이 돈을 주지 않자 강요한을 버리고 떠났다. 강회장은 아들 강요한을 지하 방에 두고 학대했지만 이복형 이삭이 강요한을 챙겼다는 것이다.

강회장이 죽자 형 이삭은 모든 재산을 사회적 책임재단에 기부했다. 성당에서 기부 협약식을 하는 중에 불이 났다. 성당 밖에서 서성거리던 강요한이 불이 난 것을 보고 성당 안으로 뛰어 들어갔는데, 성당 안은 탈출하려는 사람들로 아수라장이었다.

그 속에서 어린 엘리야가 엄마 아빠를 찾으며 울부짖는데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차경희가 그 옆을 지나다가 의자를 밀치는 바람에 엘리야는 다리가 끼어 꼼짝을 못하고 울부짖었다. 그때 엘리야의 아빠 이삭이 엘리야를 구하러 왔으나 이삭 위로 불기둥이 넘어졌고, 이삭은 온몸으로 불기둥을 받으며 엘리야를 지켰다.

강요한이 엘리야를 발견하고 엘리야를 안고 나오다가 또 다른 불기둥을 만났으나 온몸으로 엘리야를 지켰고 엘리야를 안고 겨우 나와 보니 먼저 탈출한 멀쩡한 사람들이 구급차를 차지하고 있었다. 강요한이 이영민에게 내린 태형은 어찌 보면 그의 어머니 차경희 법무부 장관에 대한 복수 같기도 했다.

불이 난 성당에서 엘리야를 안고 나오는 강요한. ⓒtvN

성당에 불이 난 그날 엘리야에게 위해를 가하고 자신들만 탈출한 사람들 중에는 차경희 법무부 장관을 비롯하여 현재 대통령이 된 허중세(백현진 분)를 비롯하여 여러 사람이 있었다.

강요한 입장에서는 엘리야를 지키기 위해서 인류애를 잃고 인간 혐오를 겪게 된 것도 이해는 가지만, 불이 난 위급한 상황에서 살아남고자 몸부림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 잘은 모르겠지만 그 당시 성당 안에 있었던 유명 인사들에게 그래서 복수하는 강요한에게 동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아무튼 김가온은 강요한의 등에 불기둥으로 생긴 화상자국을 보고 잘 몰라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가온과 친구 윤수현은 강요한에 대한 의심을 버리지 못한 채 이번에는 엘리야를 데리고 나와서 강요한에 대해서 여러 가지를 물었다.

강요한은 엘리야가 없어진 것을 알고 찾아 나섰다가 엘리야를 김가온이 윤수현에게 데려갔다는 것을 알고는 붙같이 화를 냈다. 강요한은 카페에서 김가온을 밀치고 휠체어에 앉아 있는 엘리야를 데리고 나와서는 번쩍 안아서 차에 태웠다.

집에 돌아온 엘리야는 강요한에게 거기는 어찌 알고 온 거냐며 대들었다. 나는 니 보호자야, 나도 이제 어린애가 아니에요. 그래서 누가 부르면 쫄래쫄래 따라 나가서 유괴도 당하고 하느냐고 강요한은 소리쳤다.

“외로워서 그랬잖아요. 외로운 것도 죄가 되나요?” 김가온이 나서서 엘리야의 휠체어를 밀고 나갔다.

엘리야는 모든 것을 강요한에게 의지하면서도 강요한과 조카 엘리야는 만나기만 하면 티격태격하는 애증관계였다. 강요한이나 엘리야는 둘 다 정상적인 가정에서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들이 아니어서 인간관계가 서툰 것 같다. 특히 엘리야는 쌀쌀맞고 퉁명스러우며 휠체어를 타고 집안을 어슬렁거리면서 처음에는 김가온에게도 소리쳤으나 김가온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고 있었다.

강요한 저택의 엘리베이터. ⓒtvN

김가온은 엘리야가 뭘 하나 했더니 모니터로 비대면 수업을 하고 있었다. 유모는 엘리야는 스탠퍼드 대학 컴퓨터공학과 장학생이라고 했다. 유모는 궁금하면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라고 했다. 강요한은 엘리야를 위해서 스탠퍼드 대학에 홀까지 지어 주었다.

김가온은 여전히 강요한 판사를 의심하고, 차경희 법무부 장관은 자기 아들 이영민에게 태형을 내린 강요한에게 이를 갈고 있다. 그때 정선아(김민정 분)가 차경희에게 접근해서 강요한에게 한 방 먹일 방안을 제시했다.

강요한은 이영민에게 태형을 내림으로써 국민적 지지를 받았으나 정선아는 태형으로 상처가 난 이영민의 등 사진을 잔인하게 조작했고, 이를 본 사람들은 징그럽고 잔인하다며 강요한을 비난했다.

거기다 다음 재판은 국민배우 남석훈(강서준 분)의 성폭행 사건인데, 검사는 징역 20년과 물리적 거세형을 구형했다.

정선아는 차경희에게 강요한은 똑똑한 사람이니까 숙제를 한 번 내는 거라고 했다. 국민들이 이영민에게 태형 30대를 내렸을 때는 환호했다가 이영민 등의 상처를 보고는 잔인하다며 비난하는 것처럼, 남석훈에게 물리적 거세형을 하지 않는다면 실망해서 돌아설 것이고, 물리적 거세형을 했다가는 잔인하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진퇴양난을 제안했던 것이다.

강요한은 객석에 앉아 있는 정선아를 보면서 정선아가 차경희를 조정했을 거라고 짐작했다. 그러면서 강요한이 내린 판결은 남석훈에게 20년형을 내렸다. 남석훈은 물리적 거세형을 면한 것에 안도했으나 강요한은 남석훈이 20년 동안 미국 텍사스에 있는 성범죄 전담교도소에 수감한다고 했다.

집에 온 김가온은 강요한에게 엘리야가 하루 종일 잠만 잔다고 투덜댔다. “놔 둬, 어젯밤 밤새도록 인터넷을 뒤져서 텍사스 교도소를 찾아 낸 사람이 엘리야야.”

엘리야와 김가온. ⓒtvN

강요한의 다음 재판은 사회적 책임재단의 비리문제였다. 사회적 책임재단의 이사장은 서정학(정인겸 분)인데 실질적인 오너는 정선아였다.

강요한의 국민참여재판을 방해하는 것은 차경희 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재단의 이사들이었는데 그 중심에 정선아가 있었다.

정선아는 엄마한테 얻어맞는 가난한 집 딸이었고 열두 살 때 강회장 집 하녀로 들어왔다. 정선아는 자신이 살던 집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어리어리한 저택에 살면서도 지하실에 갇혀 있는 강요한을 보면서 강요한을 몰래 꺼내주곤 했다.

정선아가 강요한을 지하실에서 꺼낸 준 이유는 정선아가 저택에서 이것저것 물건을 훔치면서 그 죄를 강요한에게 뒤집어씌우기 위해서였다. 유모는 지금까지도 강요한이 훔쳤다고 믿고 있다.

훗날 강요한이 정선아에게 “넌 좀도둑일 뿐이야”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정선아는 그렇게 만만한 여자가 아니었다.

정선아는 강회장 집 하녀를 그만두고 사회적 책임재단 서정학 이사장의 비서로 들어갔으나 서정학의 비리를 꼬투리 잡아서 서정학을 꼼짝 못 하게 한다. 그리고 강요한이 사회적 책임재단의 비리 문제를 들고나왔을 때 정선아는 서정학을 죽이고, 서정학이 사회적 책임재단의 비리문제를 떠안고 자결했다고 공포하고 자신이 사회적 책임재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엘리야의 휠체어를 밀고 나오는 강요한. ⓒtvN

앞으로 남은 과제는 강요한이 사회적 책임재단의 이사장이 된 정선아와 대치하면서 김가온을 어떻게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느냐에 달렸는지 모른다.

그러나 ‘악마판사’에서 엘리야는 주연도 아니고 휠체어를 타고 여기저기 한 번씩 나타나는 게 전부다. 그런데 ‘악마판사’에서 엘리야를 볼 때마다 몇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엘리야는 성당 화재 사건 때 다쳤다. 어디를 어떻게 다쳤으며 치료와 재활은 어떻게 했을까. 엘리야는 스탠퍼드 대학 컴퓨터공학과 장학생이라고 했는데 스탠퍼드 대학은 어떻게 들어갔을까.

그 보다 궁금한 것은 엘리야가 휠체어를 사용하는데 집안 구조는 어떻게 생겼을까. 언젠가 김가온이 엘리야의 휠체어를 밀고 나가서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강요한과 엘리야는 같은 층에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일 텐데, 엘리야는 몇 층에 살고 있을까. 강요한이 어렸을 때 계단 아래 지하실에 갇혀 있었는데 엘리베이터는 언제 설치했을까.

엘리야는 밖에 외출할 때도 집안에서 사용하는 휠체어를 그대로 가져가는 것 같은데, 집안에서부터 어떤 길로 어떻게 밖으로 나왔을까. 그리고 요즘 같은 시대에 밖에서는 전동휠체어를 사용할 만도 한데 여전히 집에서 사용하던 수동휠체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 같다.

엘리야가 강요한 몰래 나왔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엘리야 일이라면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물불 안 가리는 강요한인데 휠체어를 바로 실을 수 있는 차는 왜 없을까. 요즘은 장애인콜택시를 비롯해서 휠체어를 타고 그대로 탑승할 수 있는 승용차도 많이 있다.

그리고 엘리야가 스탠퍼드 대학 컴퓨터공학과를 장학생으로 입학 한 것도 의아스럽지만, 학교를 졸업 한 후에는 어떤 직업으로 어떻게 전공을 살릴 수 있을까.

‘악마판사’에서 강요한은 자기 자신 그리고 엘리야를 지키기 위해서 물불을 안 가리는 악마 같은 천사이다. 사람들은 그 악마와 천사에서 일희일비(一喜一悲)하고 있지만.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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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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