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일일드라마 ‘빨강 구두’(극본 황순영, 연출 박기현)의 기획의도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 혈육의 정을 외면한 채 사랑과 욕망을 찾아 떠난 비정한 엄마와 그녀에 대한 복수심으로 멈출 수 없는 욕망의 굴레에 빠져든 딸의 이야기’라고 한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 혈육의 정을 외면한 채 사랑과 욕망을 찾아 떠난 비정한 엄마는 민희경 (최명길 분)이다. 엄마에 대한 복수심으로 욕망의 굴레에 빠져든 딸은 김진아(소이현 분)다.

‘빨강 구두’는 엄마 민희경과 딸 김진아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가운데 여러 사람이 등장한다.

빨강 구두. ⓒKBS

민희경은 권혁상(선우재덕 분)과 연인 사이였으나 권혁상의 어머니는 아들 권혁상을 돈 많은 이혼녀와 결혼시켰다. 민희경은 김정국(김규철 분)과 결혼해서 수제화 구둣방을 운영하면서 딸과 아들을 낳았으나 남편 김정국은 무능하고 폭력적인 남편이었다.

권혁상은 돈 많은 아내가 있었으나 민희경을 잊지 못해 그 주위를 맴돌았고 그런 사실을 알게 된 남편은 더욱더 민희경을 못살게 굴었다. 어느 날 민희경은 백화점에서 우연히 권혁상을 만났는데 권혁상은 민희경의 구두 디자인으로 대박을 터트렸다면서 민희경에게 빨강 구두를 선물했다.

어느 날 김정국이 술을 마시다가 민희경과 권혁상의 만남을 목격하고는 집에 들어온 민희경을 두들겨 패고 쫓아냈다. 빨강 구두와 함께. 민희경이 애원했으나 남편은 문을 잠가버렸고 밖에는 비가 내렸다.

민희경은 공중전화로 권혁상에게 전화했고 민희경을 찾아서 차에 태우고 길을 떠나려는데 아내 민희경을 찾아 헤매던 남편 김정국이 권혁상의 차에 부딪혔으나 권혁상은 그 자리를 떠났다.

민희경의 옆집에는 민희경의 딸과 아들이 이모라고 부르는 소옥경(경인선 분)이 살고 있었는데, 동생 소태길(김광영 분)은 구둣방에서 일하고 있었고, 소옥경의 아들 이건욱(지상윤 분)은 심장이 좋지 않은데 돈이 없어 수술을 못 해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아버지 김정국은 죽고 엄마 민희경은 떠나고 철없는 어린 딸과 아들만 남았다. 소태길은 아이들은 보육원에 맡기자고 했지만 누나 소옥경은 그럴 수 없다며 아이들은 이건욱과 함께 키웠다.

그런데 소옥경 소태길 남매가 그날 빗속에서 권혁상이 김정국을 치고 달아나는 것을 보았고 소태길은 권혁상에게 많은 돈을 요구해서 이건욱을 수술시킨 후 남은 돈을 들고 달아났다.

백화점에서 마주친 민희경과 권혁상. ⓒKBS

소옥경은 아들 이건욱(지상윤 분)과 함께 온갖 고생을 하면서도 딸 김진아(소이현 분)와 아들 김진호(건일 분)를 길렀다. 다행히 김진호는 공부를 잘했기에 누나 김진아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여러 가지 알바와 사채까지 얻어서 동생 김진호를 공부시켰고 드디어 김진호는 의사가 되었다.

김진아는 의사가 된 동생 김진호의 생일날 새 구두를 선물하려고 구둣방에 디자인을 맡겼다. 새 디자인이 없나 싶어서 여기저기 구둣방을 돌아다니던 민희경이 마침 김진아가 디자인한 구두가 맘에 들어서 구둣방 주인에게 거금을 주고 그 구두를 가져간다.

김진아는 구두를 잃어버렸다는 구둣방 주인의 말에 속상해하면서도 동생 생일날이니 진수성찬을 차려 놓고 동생을 기다리지만, 밤이 늦도록 동생은 오지 않는다. 동생은 집에 오다가 소매치기를 쫓다가 소매치기의 칼에 찔려 사경을 헤맨다.

김진아는 통곡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김진호는 마지막 소원으로 엄마를 한번 보고 싶다고 했다. 김진아는 이를 악물고 민희경을 찾아갔으나 민희경은 그런 사람 모른다 했고, 그 대신 김진아는 자신이 디자인한 구두를 발견했다.

김진호가 죽자 김진아는 이름을 젬마로 바꾸었다. 동생은 죽고 김진아에게는 사채만 남았다.

병세가 악화되어 쓰러지는 최숙자. ⓒKBS

민희경(최명길 분)은 ‘로라’의 권혁상(선우재덕 분)과 결혼하여 딸 권혜빈(정유민 분)을 낳고 ‘로라’에서 대표이자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로라’에서는 가끔 자금이 달렸다. 그때마다 민희경은 대부업계의 큰손 최숙자(반효정 분)를 찾았다. 민희경은 남편 권혁상을 내세웠지만, 사실은 자신이 국회의원이 되고자 했다.

대부업계의 큰손 최숙자는 아들과 며느리를 잃고 그녀 인생에 유일한 희망은 손자 윤기석(박윤재 분)과 윤현석(신정윤 분) 그리고 예전에 입양했던 아들 명준을 찾는 일이다. 그러나 최숙자는 신장이 좋지 않아 투석에 의지하고 있지만, 큰손자 윤기석은 결혼을 잘못해서 교수 자리에서도 쫓겨나서 할머니의 돈 심부름이나 하고, 둘째 윤현석은 천하의 바람둥이 카사노바로 세계를 누비고 있다.

최숙자는 윤기석에게 교수 자리에서도 쫓겨났으니 새로운 일을 하라면서 고급식당 ‘양산’을 차려 주었다. 김진아의 친구 정유경(하은진 분)은 ‘양산’에 매니저로 취업하면서 김진아를 데려갔는데 김진아는 늘 사채업자들에게 쫓기고 있었다.

사채업자들은 김진아가 취업했다는 것을 알고는 ‘양산’까지 찾아와서 겁박할 때 윤기석이 나서서 사채업자들을 때려눕혔으나, 그로 인해 사채업자에게 끌려간 김진아는 곤욕을 치러야 했다.

그 장기 저한테 파시죠. ⓒKBS

정유경이 김진아를 위로 겸 술을 한잔하면서, 김진아는 그 사람들이 뭐라 하는 줄 아니 나 보고 술 잘 마시느냐고 묻더라, 술을 잘 마신다면 간과 신장이 튼튼해서 장기라도 팔아서 돈을 갚으란다. 김진아의 그 말을 윤기석이 듣고 있었다.

윤기석은 김진아를 따라가서 그 장기 자신한테 팔라고 했다. 김진아는 대표면 이래도 되느냐고 노발대발했다. 제가 장기가 필요해서 그래요. 윤기석의 할머니 최숙자는 신장이 안 좋아서 혈액투석 중이다. 그런데 병세가 악화하여 자꾸 쓰러진다. 담당 의사는 어쩔 수 없다면서 이제 남은 것은 신장이식밖에 없다고 했다.

윤기석은 할머니와 혈액형이 맞지 않았다. 동생 윤현석에게도 물어보았지만, 혈액형이 맞지 않아서 윤기석이 낙담하고 있었다.

여기서 잠깐, 신장이식을 하는데 예전에는 혈액형이 같아야 이식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혈액형이 달라도 이식할 수가 있다. 혈액형이 다를 경우 수술 전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항체를 제거하는 혈장교환술을 시행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윤기석이나 윤현석은 최숙자와 혈액형이 달라서 신장이식을 할 수 없다면서 김진아의 혈액형이 무엇인지는 물어보지도 않았다.

의사는 신장이식밖에 방법이 없다고 한다. ⓒKBS

장기이식의 경우 매매가 금지되어 있으므로 친인척이나 지인이면 장기매매 금지를 위해 철저하게 조사를 하고, 위장결혼을 가려내기 위해서는 부부는 물론이고 자녀까지도 면담하는 등 장기매매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그리고 신장이식이 결정되면 수혜자는 일주일 전에, 공여자도 이틀 전에는 입원해서 각종 검사를 받아야 한다.

김진아의 혈액형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최숙자가 할머니가 신장이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김진아는 신장이식을 결심했다. 그리고 아버지 김정국과 동생 김진호를 함께 모신 봉안당을 찾았다.

“아빠 저 왔어요. 아빠 돌아가시고 옥경 아줌마 딸로 살았는데 이제 또 다른 분 양녀로 들어가게 됐어요. 그래도 아시죠? 저는 언제나 아빠 딸이라는 거. 진호야 누나 이제 새로운 인생 살 거야! 이제 더는 착하게 살지 않을 거야. 절대로.”

봉안당(奉安堂)은 시체를 화장하여 그 유골을 그릇에 담아 모시어 두는 장소를 일컫는다. 예전에는 납골당(納骨堂)이라고 했으나 일본문화라는 비판이 있어 2005년 5월 25일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에서는 명칭을 `봉안당`으로 바꾸어 이를 KS규격으로 정하였다.

김진아는 최숙자의 양딸로 호적을 바꾸었다. 김진아의 집에는 ‘양산’에 휴가를 내고 친구 정유경과 속초로 여행을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최숙자에게 신장을 이식했다.

김진아의 신장이식. ⓒKBS

김진아가 직장에 휴가까지 내고 여행을 가다니, 전화기도 꺼져있어서 엄마 소옥경은 애가 탔다. 그러자 아들 이건욱이 친구 정유경에게 전화했다. 정유경이 전화를 받았다. “여행 갔다며?” 아 참, 그렇지 그래, 이건욱이 정유경을 찾아가서 따졌다. 정유경은 이건욱을 좋아하고 있었으므로 이건욱이 윽박지르자 실토할 수밖에 없었다.

최숙자는 김진아의 신장으로 이식을 하고 퇴원했다. 김진아도 직장 ‘양산’에 복귀했다. 최숙자는 김진아를 집으로 불러서 봉투를 건넸다. 극구 부인하던 김진아에게 “내 성의니까 받아둬라. 아무리 좋은 마음으로 이식한다 해도 그 고생을 시켰는데 어떻게 나 몰라라 하냐?”라며 미안해했다.

김진아는 “아닙니다. 저 이 돈 못 받습니다.” 끝까지 거절했다. “네가 호적까지 바꿔서 내 양녀 된 거 안다. 나 살리려고 그렇게까지 했다는데 그냥 받아줘라.”라고 사정하므로 김진아는 어쩔 수 없이 돈을 받았다. 최숙자는 “너 호적도 바꾼 김에 그냥 내 딸 하자. 아니지, 이미 내 딸이지?”라며 흐뭇해했다. 그러나 김진아는 할머니 방을 나와서 돈 봉투를 다시 윤기석에게 돌려줬다.

김진아에게 돈 봉투를 건네는 최숙자. ⓒKBS

그에 앞서 김진아가 최숙자 집 앞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스쳐 가는 윤현석에게 놀라 넘어졌다. 윤현석은 김진아에게 자해공갈단이냐며 돈을 뿌렸다. 그랬던 김진아가 할머니에게 신장을 기증한 사람이라니 오해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김진아가 윤현석에게 싸가지라며 따귀를 날렸다.

최근 들어 만성신부전이 늘고, 의학이 발달해서 신장이식이 많아진다 해도 뭔가 좀 이상하다. 신장이식을 하면 면역이 중요하므로 신장이식을 받은 사람은 1주일 정도는 무균실에 있어야 하고, 그 후에도 한 달 정도는 입원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신장이식 공여자도 이틀 전에는 입원해서 여러 가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신장이식을 한 후에도 2주 정도는 입원을 해야 하고 그 후에도 한 달 정도는 요양하면서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빨강 구두’에서는 신장이식을 한 최숙자나 김진아가 같이 퇴원하고 김진아는 퇴원하자마자 직장 ‘양산’에 다시 출근한다.

신장이식 등의 수혜자는 면역이 중요한데 최숙자는 민희경이 왔을 때 도우미를 호통치면서 소독약을 뿌리기도 하지만, 신장이식을 한 사람은 평생 동안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는 것 등은 명심했으면 좋겠다.

장기기증의 필요성.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의학이 아무리 발달했다 해도 질병이나 사고 등으로 인체조직이 그 기능을 상실하게 되면 현대의학으로서도 어찌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 이때 그 기능의 손상을 보완하는 길은 다른 사람의 장기밖에 없다.

현재 다른 사람에게 이식할 수 있는 장기는 생체 뇌사 사후를 다 합쳐서 장기는 신장, 간장, 췌장, 췌도, 소장, 심장, 폐, 안구, 손·팔, 발·다리 등이다. 그리고 인체조직은 뼈, 연골, 근막, 피부, 양막, 인대 및 건, 심장판막, 혈관, 신경, 심낭 등이다.

‘빨강 구두’에서 신장이식이 스쳐 가듯 등장하지만 실제로 신장이식을 받아야 할 수혜자나 신장이식을 해 주어야 할 공여자나 나름대로 목숨을 담보로 하는 중대 사안인데, 신장이식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은 드라마를 보면서 신장이식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김진아가 입원 기간에는 사채업자가 더 이상 안 나오는 것을 보니 윤기석이 김진아의 사채를 전부 갚아 주었을까?

‘빨강 구두’는 7월 5일 시작했으므로 이제 겨우 10여 회다. ‘빨강 구두’에서 신장이식에 대한 비중이 그리 높지 않아서인지는 잘 몰라도 최숙자와 김진아의 신장이식은 한 회 만에 해치웠다.

그렇지만 ‘빨강 구두’에 만성신부전으로 혈액 투석과 신장이식이 나오므로 시청자들에게 다시 한번 신장장애인에 대해 알릴 수 있음은 고마운 일이다. 만성신부전증으로 혈액투석이나 복막투석을 받고 있는 사람은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으로 중증장애인이다. 그러나 신장을 이식한 사람은 ‘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 즉 경증장애인이다.

그러나 한쪽 신장을 이식해 준 공여자는 장애등급이 없다. 사실 신장 하나를 떼 내어 다른 사람에게 준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오래전부터 신장이식 공여자에게도 경증장애인 등급은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관계 당국에서 장애등급을 줄 의향은 없는 것 같다.

아무튼 김진아가 최숙자의 양딸이 되어 엄마 민희경에게 어떻게 복수하게 될지는 귀추가 주목된다. 그리고 최숙자는 예전에 버린 입양아들 명준을 찾고 있는데 아마도 명준은 죽은 김진아의 아버지 김정국이 아닐까 싶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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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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