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7일부터 jtbc에서 수·목 드라마 ‘시지프스 : the myth’를 방영하고 있다. ‘시지프스 : the myth’는 ‘우리의 세상에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고 있는 존재를 밝혀내려는 천재공학자와 그를 위해 멀고도 위험한 길을 거슬러온 구원자의 여정을 그린 판타지 미스터리 드라마’라고 한다.

시지프스(Sisyphus) 그리스 신화의 인물이다. 시지프스는 코린토스시를 건설한 왕이었다. 시시포스는 꾀가 많은 것으로 명성을 떨쳤으나, 신들을 기만한 죄로 커다란 바위를 산꼭대기 위로 밀어 올리는 형벌을 받았다.

시지프스가 산 정상으로 커다란 바위를 밀어 올리면 그 바위는 다시 아래로 떨어졌다. 시지프스는 다시 그 바위를 산 정상으로 밀어 올리고 아래로 떨어지면 다시 밀어 올려야 하는 형벌이 영원히 되풀이되었다고 한다.

시지프스는 결과를 알면서도 끊임없이 이를 반복해야 하는 운명에 놓인 것이다. ‘시지프스 : the myth’는 시지프스의 전설이라고 해도 될 것 같은데 왜 굳이 ‘the myth’를 붙였을까.

시지프스. ⓒjtbc

드라마 ‘시지프스 : the myth’(이하 시지프스)는 천재 공학자 한태술(조승우 분)과 미래에서 온 강서해(박신혜 분)의 이야기다.

필자는 예전에 ‘말아톤’에서 조승우를 보고 ‘시지프스’를 보기 시작했는데 솔직히 얘기하자면 ‘시지프스’는 코미디 같은 판타지다. 한태술은 못 하는 게 없고, 강서해는 벽을 타고 빌딩 사이를 건너뛰고 총알을 피해 가는 등 그야말로 만화 같다.

한태술은 순간이동 또는 타임머신 같은 업로더를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각설탕 하나를 순간이동 시켜서 각설탕을 커피잔에 넣고 이제 막 커피를 마시려 하는데, 객석에서 형 한태산(허준석 분)이 보여서 커피잔을 떨어뜨린다.

그러자 형 한태산은 어디론가 가버리고 한태술은 알 수 없는 사람의 공격을 받는데, 강서해가 나타나서 한태술을 데리고 달아난다. 단속국 황현승(최정우 분) 과장과 부하들도 한태술과 강서해를 쫓는다.

한태술과 강서해를 쫓는 것은 단속국 뿐 아니라 아시아마트, 시그마 등에서도 쫓고 있다. 강서해는 한태술과 같이 달아나다가 아시아마트 박사장(성동일 분) 일당에게 붙잡히고 만다.

그런데 강서해는 왜 기를 쓰고 한태술을 지키려고 하는 걸까. 강서해가 소중히 간직한 일기장에는 그녀의 엄마가 해준 말이 쓰여 있다.

“서해에게. 생일축하 해, 네가 이 일기를 읽을 때쯤엔 난 이미 죽은 뒤일 거야. 너무 놀라지마 네가 지금 보고 있는 그거 너야. 잘 들어 우리에겐 해야 할 일이 있어 업로더를 타고 과거로 돌아가. 가서 한태술을 구해. 그 사람이 살면 전쟁을 막을 수 있어. 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이야, 네가 한태술을 구하면 한태술이 세상을 구할 거야”

아시아마트 박사장은 미래에서 넘어오는 사람들을 단속국의 눈을 피해 밀입국 시켜주는 일종의 브로커다. 미래에서 오는 사람들은 5% 정도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왜 죽음을 무릅쓰고 미래에서 현재로 넘어오는 것일까.

그들은 죽기 살기로 현재로 넘어오는데 그것은 한(恨) 즉 가슴에 맺힌 후회 때문이었다. 지난 시간의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고 가슴에 남은 한을 풀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정현기를 데리고 나오는 한태술. ⓒjtbc

한태술과 강서해는 아시아마트에서 기진맥진해서 벌거벗고 쓰러진 정현기(고윤 분)를 발견한다. 각설탕 하나를 옮기는 것도 쉽지 않음으로, 많은 것을 간직한 인간이 미래에서 넘어오려면 옷도 거추장스러우므로 벗고 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강서해는 아시아마트 박사장을 때려눕히고 한태술과 달아나려고 하는데, 정현기가 한태술의 발목을 잡았다. “나도 데려가 내가 네 형 있는 데를 알아”

한태술과 한태산의 부모님은 일찍 돌아가셨다. 형 한태산은 정비기술로 동생 한태술을 키웠다. 동생 한태술에게 위험이 닥친 것을 알게 되었으나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았고 형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한태술은 부모님 같은 형 한태산의 행방을 찾아 헤매고 있었던 것이다.

한태술은 정현기가 형의 행방을 안다 하므로 강서해와 아시아마트를 빠져나오면서 정현기를 데려갔다. 그런데 정현기는 한태산을 만나기 전에 먼저 들릴 곳이 있다고 했다. 한태술이 안 된다고 했으나 그러면 정현기도 안 된다고 했다. 하는 수 없이 정현기가 원하는 곳으로 갔는데 그곳은 정현기의 집이었다.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정현기. ⓒjtbc

예전에 정현기의 직업은 경찰이었는데 그는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소시민이었다. 정현기는 당뇨병을 앓는 어머니(성병숙 분)와 같이 살았는데 매일 당직에 순찰에 엉덩이 붙일 시간도 없이 바쁘면서도 아픈 어머니의 밥을 차려주러 집에 들르는 착한 아들이었다.

그런데 당뇨를 앓고 있는 어머니는 당뇨 합병증으로 점점 눈이 멀어가고 있었다. 당뇨병에는 짜고 달고 기름진 음식은 피해야 될 음식이다. 그러나 어머니는 잡곡밥과 야채만 먹으라는 의사의 권유에도 한사코 라면만 끓여 먹어 아들의 애를 태웠다. 그래서 정현기는 어머니에게 당뇨에 안 좋은 음식을 못 드시게 했으나 어머니는 아들의 말을 듣지 않고 아들 몰래 라면을 끓여 먹곤 했다.

그날도 정현기는 어머니의 밥을 차려드리려고 집에 와 보니 어머니가 아들 몰래 라면을 끓여 먹은 후였다. “어머니 자꾸 이러실 거예요?” 정현기는 어머니에게 화를 내고 집을 나갔다. 그리고는 어머니의 전화도 받지 않았다. 그런데 그날이 정현기와 어머니의 마지막 날이었다. 정현기는 어머니에게 화를 내고 나가서 순찰을 돌았는데 이상한 사람이 있다고 해서 갔더니 미래에서 온 사람이었다.

정현기와 미래에서 온 사람은 단속국에 잡혀갔다. 정현기가 아시아마트에서 한태술을 만나 집으로 돌아온 것이 15년 만이었다. 정현기는 슈트케이스에 뭔가를 잔뜩 담아 왔는데 예전에 어머니가 좋아하시던 라면이었다.

어머니에게 라면을 끓여 드리는 정현기. ⓒjtbc

정현기는 라면에다 계란까지 풀어서 어머니를 대접했다. 어머니는 아들이 끓여 준 라면을 맛있게 드시고 자리에 들었다. 정현기는 어머니 앞에 무릎을 꿇고 어머니가 잠드시기를 기다렸다. 어머니는 그렇게 잠이 드셨고 그것이 어머니의 마지막이었다. 정현기는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15년 동안 가슴에 응어리졌던 한을 풀었던 것이다.

그 모습을 지켜본 한태술은 “그래서 사람들이 결사적으로 넘어오는구나. 그런데 너는 왜 넘어왔는데?” 한태술은 강서해에게 물었다. “나도 잘 몰라 너를 구하래.” 강서해는 한태술을 지키고 한태술이 업로더를 못 만들게 하기 위해서 미래에서 온 전사였다.

그러자 정현기가 말했다. “나는 단속국 요원으로서 당신들의 적이었어” 그때 한태술과 강서해를 뒤따라온 단속국 사람들이 총을 난사했고 한태술과 강서해는 몸을 피했으나 정현기는 총에 맞았다. 정현기는 자신의 차 키를 건네주면 ”어서 도망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던 당신들은 나를 용서해 줘, 그래야 당신들이 살 수 있어.”

천재 공학자 한태술과 미래전사 강서해가 싸우는데 난데없이 정현기와 엄마는 왜 나왔을까? 아마도 정현기는 죽었다가 다른 세상에서 다시 살아나곤 하는 모양이다.

정현기의 어머니는 아들을 기다리다 쓸쓸히 외롭게 혼자 죽었다. 이른바 고독사이다. 그런데 단속국 황현승 과장은 정현기에게 어머니의 죽음을 보여 주면서 강서해가 어머니를 죽였다고 정현기의 복수심에 불을 지폈다.

무엇이든지 뚝딱 만들어 내는 천재공학자 한태술이 개발한 미완의 업로더 때문에 세상은 뒤죽박죽되었고, 그래서 강서해는 한태술에게 업로더를 못 만들게 하려고 전쟁으로 폐허가 된 미래에서 나타났던 것이다.

전국 장애인등록현황(2019). ⓒ통계청

‘시지프스’는 한태술의 두뇌와 강서해의 액션에다 정현기의 활약까지 보태겠지만, 필자가 하려는 이야기는 당뇨병으로 인한 시각장애인 이야기다.

2019년 등록장애인은 2,618,918명인데 그 가운데 시각장애인은 253,055명이다. 시각장애란 어떤 원인으로 수정체에 혼탁이 생겨 시력저하가 오게 되는데 시력 저하의 상태에 따라 실명 또는 약시 등으로 구분하게 된다. 예전에는 시력저하에 따라서 1~6급으로 구분하였으나 현재는 ‘심한 장애인’과 ‘심하지 않은 장애인으로 나누고 있다.

그러나 253,055명의 시각장애인이 어떻게 무슨 연유로 시각장애인이 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일설에 의하면 요즘은 선천적인 장애보다는 사고나 질병 등으로 인한 후천적인 장애인이 더 많다고 하는데 백내장 녹내장 당뇨병 등으로 시각장애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시지프스‘에 나오는 정현기의 어머니처럼 당뇨병이 진행되면 시력이 저하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당뇨병은 특히 식이조절에 신경을 써야 한다.

당뇨병은 식생활의 변화 등 여러 요인에 의한 결과로 현대병이라 할 수 있는데 당뇨병 환자가 점차 늘어가는 추세에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당뇨병성 망막증도 증가하고 있으며, 최근 서구에서는 당뇨병성 망막증으로 인한 실명이 실명 원인 중 으뜸을 차지할 정도라고 한다. 당뇨병도 고혈압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적절히 치료를 하지 않으면 망막에 출혈이나 삼출물 등의 여러 가지 변화를 일으켜 결국 실명을 초래하게 된다.

2형 당뇨병. ⓒ대한당뇨병연합

25만 여명의 시각장애인 중에서 당뇨병으로 시각장애인이 된 사람이 얼마인지는 알 수 없지만, 2019년도에 당뇨병 관련으로 인슐린을 처방받은 환자 수는 341,247명이라고 한다.(대한당뇨병연합 통계)

’시지프스‘에서도 정현기의 어머니가 당뇨병으로 시력이 저하되고 있었으므로 의사는 잡곡밥과 야채만 먹으라고 했지만, 어머니는 아들 몰래 라면을 즐겨 드셨다. 그래서 정현기는 그런 어머니에게 화를 내고 나갔고 그것이 영이별이 된 것이 가슴에 한이 되어 죽음을 무릅쓰고 다시 돌아왔던 것이다. 그 한을 풀기 위해 미래에서 다시 돌아오는 것이 ‘시지프스’의 내용이다.

당뇨병에는 1형과 2형이 있다. 대부분의 1형 당뇨병은 바이러스, 감염 등의 환경인자로 인해 자가면역에 이상이 발생해 이자 β 세포가 파괴됨으로써 발병한다. 그리고 2형 당뇨병의 발병에는 인슐린 분비장애와 인슐린 저항성이 관여하고 있으며, 모두 복수의 유전인자에 의해 규정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제1형 당뇨병이 보다 급격히 발생하고 증상이 심한데 비해 제2형 당뇨병은 서서히 증상이 발생하는데, 1형이나 2형이나 증상은 비슷하다고 한다. 대부분의 당뇨병은 소변량이 증가하는 다뇨, 갈증이 심하며 입이 많이 마른다는 다갈, 입맛이 좋아지기도 한다는 다식 등 세 가지 증상으로 밤 시간에 소변량이 증가하여 수면 부족 현상이 나타난다. 그리고 기운이 없으며 증상이 심해지면 시야가 흐려진다.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며 울부짖는 정현기. ⓒjtbc

당뇨병을 앓게 되면 다뇨 다갈 다식 등의 3다(多)를 겪게 되면서 시력이 저하되어 결국에는 시각장애인이 되거나 발가락을 자르기도 한다.

필자가 아는 사람 중에는 1형 당뇨 등으로 신장이 망가지고 있어 어머니는 콜라나 사이다 등 음료수나 라면 등을 못 먹게 했더니 어린 마음에 오히려 반항심이 생겨 어머니 몰래 콜라 사이다 같은 음료수와 라면 등을 몰래 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아이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 아이가 죽지는 않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차츰차츰 시력이 저하되어 시각장애인이 되었고, 신장도 다 망가져서 혈액투석을 받다가 현재는 그 어머니의 신장을 이식하여 살고 있다.

드라마 '시지프스'를 계기로 다시 한 번 당뇨병에 대한 주의와 경각심을 되새겼으면 한다. 그리고 누구라도 '시지프스'처럼 나중에 가슴에 응어리진 후회와 한이 남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지프스'는 그 후회 때문에 드라마가 이어지고 있지만.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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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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