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잔칫날'에는 ‘아버지의 장례식 날, 나는 잔칫집으로 향한다’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잔칫날‘은 2020년도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부분에서 작품상, 배우상, 관객상, 배급지원상 등 4개 부분을 수상했다고 한다.

’잔칫날‘은 김록경 감독 작품으로 배우 하준과 소주연이 출연했다. 2020년 12월 2일에 개봉했다고 하는데 코로나 때문인지 일찍 막을 내린 모양이다. 그러나 필자가 개봉관에서 영화를 관람한 것은 아니고 며칠 전 텔레비전에서 우연히 ‘잔칫날’을 보게 되었다.

잔칫날. ⓒ네이버 영화

‘잔칫날’의 줄거리는 무명 MC 경만(하준 분)은 각종 행사 일을 하며 동생 경미(소주연 분)와 함께 오랫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는 아버지를 간호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는데 동생 경미는 아무것도 모르고, 오빠 경만은 아버지의 장례비용조차 없었다.

경만은 동생 몰래 장례식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지방으로 생신 축하연 행사를 하러 간다. 생신을 맞은 팔순 할머니는 남편을 잃은 후 웃음도 잃었다. 아들은 웃음을 잃은 할머니를 웃게 해 준다면 보너스를 더 주겠다고 했다. 경만은 팔순 잔치 MC로 200만 원에 계약을 하고 할머니를 웃게 하면 보너스를 더 준다 했으므로 할머니를 웃게 하기 위해 온갖 재롱을 다 피운다.

경만이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두루마기를 걸치고 할머니에게 같이 춤을 추자고 손을 내밀었을 때 할머니는 웃으면서 그 손을 잡으면서 웃었다. 아들과 청년회장은 엄지 척을 해 보이며 MC 경만을 부추겼다. 다음 순간 웃음 짓던 할머니가 경만에게 뭐라고 하더니 그대로 쓰러졌다.

잔치를 하던 행사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할머니의 아들 정인기(정일식 분)는 쓰러진 어머니를 병원으로 옮겼다. 남은 MC 경만은 빨리 가야 한다고 애원을 했으나 청년회장과 부녀회장은 경만이 할머니의 손을 세게 흔들어서 할머니가 쓰러졌다며 MC 비용을 안 주려고 했다. 그러던 차에 할머니는 돌아가시고, 남은 사람들은 할머니가 사고사라며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생일잔치에서 웃음을 파는 MC 경만. ⓒ네이버 영화

경만은 아니라며 빨리 가야 한다고 했으나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조사하던 경찰이 “이거 뭐 CCTV도 없고 누구 말을 믿어야 하나?” 한탄하고 있을 때 마침 잔치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던 사람이 있어서 그 사람을 찾아서 동영상을 돌려 보니 할머니가 혼자 쓰러졌다.

“제가 아니라고 했잖아요.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빨리 가야 한다고 했잖아요.”

그제야 사람들은 미안해하면서 경만을 할머니가 돌아가신 상가로 데려갔다.

할머니의 아들 정신기는 경만에게 어머니를 웃게 해 주어서 오히려 고맙다고 하면서 계약금에 보너스까지 보태주었다. 경만은 할머니가 쓰러지시기 전에 자신을 ‘여보’라고 불렀다고 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두루마기를 걸친 경만이 남편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경만 아버지 상가에서는 쉴 새 없이 전화가 왔지만, 경만이 잔치 중에는 전화를 받을 수가 없었다. 그동안 경미는 장례식장 사무실 사람들 그리고 조문객들에게 이래저래 시달리고 있었다. 입관을 어떻게 할 거냐. 향불을 꺼지게 하지 말라. 조문객이 오면 아이고 아이고 곡을 해야 한다. 접객 음식에 머리 고기는 왜 안 했냐. 심지어 오빠 친구는 경미를 불러서 사촌 언니에게 남자 친구가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경미는 사람들에게 시달리다 못해 경만에게 전화하면서 울면서 화를 내기도 했다.

오빠에게 화를 내는 경미. ⓒ네이버 영화

경만이 잔칫집에서의 일이 일단락되고 서울로 올라가면서 아버지 입관은 좋은 거로 해 달라고 했다. 경만이 돌아와서 아버지 입관을 하고 나서 경만은 동생 경미에게 아버지 모시고 바다로 가자고 했다. 예전에 동생 경미와 아버지를 따라 바다낚시를 다녔던 것이다.

‘잔칫날’은 부천영화제에서 4개 부분이나 수상을 했고, 영화 평점도 비교적 좋은 편이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장례식 날, 나는 잔칫집으로 향한다’라는 부제처럼 가장 슬픈 날 웃으면서 재롱을 피워야 하는 경만의 처지가 너무나 아픈 우리네 현실인 것 같았다.

‘잔칫날’이 좋은 영화인지는 몰라도 필자는 보는 내내 먹먹하고 불편했다. 죽음에서까지 모든 것이 돈으로 연결이 되고, 상가에서의 불편한 현실의 진상 조문객들, 기초생활수급자나 하루 벌어서 하루 사는 사람들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MC 하루 일당이 200이라면서 돈 몇백이 없어서 아버지 장례식도 못 치를 형편이라니…….

언제부터인가 대부분의 장례는 장례식장에서 한다. 장례식장에는 장례전문인으로 장례지도사가 있음으로 개인이 준비해야 할 것은 영정사진뿐이라고 한다. 나머지는 장례지도사가 다 알아서 해 주기 때문이다.

장례는 고인을 장례식장으로 모시면 장례지도사가 장례 일정을 잡아주는데 보통은 삼일장으로 1일에는 안치를 해서 빈소를 설치하고, 2일에는 입관을 하고, 3일에는 발인으로 진행되는데 그 일정도 장례지도사가 다 알아서 다 해준다. 조문객은 1일 또는 2일에 할 수 있다.

빈소는 종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데 지체장애인이 상주거나 조문객일 경우 엎드려 절을 하기는 어려우므로 상주일 경우 휠체어에 앉아 있으면 되고, 조문객일 경우에는 헌화를 하고 묵례만 하면 된다.

요즘은 조문객이 분향할 때도 아이고 아이고 하는 곡소리는 내지 않는다. 빈소에 절을 할 때는 2배 반을 하면 되고 헌화를 할 때는 묵례를 하고 상주에게도 묵례만 하면 된다. 그리고 되도록 상주에게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도록 한다.

그러나 ‘잔칫날’에서 보듯이 일정 등은 장례지도사가 알아서 해 주겠지만 빈소를 차리고 입관을 하고 조문객 음식 접대를 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장제급여. ⓒ보건복지부

**병원 장례식장에 근무하는 강창오 장례지도사와 평소에 알고 지내던 터라 전화를 했다. 영화 ‘잔칫날’에 대해서 대강 설명을 하고 장례식을 저렴하게 하면 어느 정도 비용이 드는지 물었다.

빈소를 차리고, 입관하고, 조문객 접객 음식 등을 합하면 최소한으로 잡아도 200~300만 원은 들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기초생활 보장수급자는 빈소와 화장은 무료이며 80만 원의 장례비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기초생활수급자가 받을 수 있는 장제급여는 내가 아니고 사망자가 기초생활수급자여야 장제급여를 신청할 수가 있다. 기초생활수급자는 장례식을 치른 후 읍, 면, 동 주민센터에 가족이나 친인척이 사망신고를 할 때 장제급여를 신청하면서 80만 원의 장례비가 나온다고 한다.

내가 부모님 등 누군가의 상을 당했다면, 고인이 숨지면 의사에게 사망을 확인하고 사망진단서를 받는다. 이때 사망진단서는 3부 이상 발급 받아야 한다. 1부는 장례식장에 제출하고, 1부는 화장장에, 나머지 1부는 사망신고에 필요하다. 그 밖에 은행 등에도 필요하다고 한다.

나머지는 장례식장을 정하고 장례지도사에게 일임하면 된다. 장례를 치른 후 사망신고는 사망 후 1개월 이내에 고인 주소지의 동사무소나 주민센터에 사망진단서 또는 시체검안서, 신고자의 신분증을 지참해서 신고하면 된다.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사망신고를 할 때 장제급여를 신청하면 된다.

아버지를 모시고 바다로 간 남매. ⓒ잔칫날TV화면

그런데 ‘잔칫날’ 마지막에 아들과 딸이 아버지를 바다로 모시고 가자고 했다. 우리나라에도 바다장(葬)을 지내는 곳이 있는지 강창오 장례지도사에게 물어 보았다.

인천 앞바다와 부산 앞 바다에서 바다장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드라마 같은데서 강가에 유골을 뿌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런 것은 불법이란다. 바다장은 육지에서 5km 이상 떨어지고 주변에 양식장이 없는 곳이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런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더니 시·도 조례라서 자세한 것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육지에서 5km 떨어진 바다로 나가려면 배가 필요할 텐데 그런 배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고 사람이 승선할 수 있는 배라면 어떤 배라도 가능하다고 했다. 필자가 아는 지인에게 요트가 있는데, 요트에서도 가끔 바다장을 한다고 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물론이고 죽어서까지 모든 것에는 돈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1인 가구와 가족관계 단절 등으로 무연고자와 고독사(孤獨死)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살아가는 것 못지않게 죽음 또한 중요하다. 누군가의 죽음이 짐짝처럼 처리되지 않도록 죽음에 대해서도 미리미리 대비해야 할 것 같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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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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