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찬란한 내 인생’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저녁 7시 15분에 방영하는 일일드라마로 지난 6월 29일부터 시작했다.

기획 의도는 모든 불운을 딛고 억척스레 살다가 하루아침에 재벌 2세가 된 한 여인과 재벌 2세에서 어느 날 갑자기 평범한 삶을 살게 된 또 다른 여인을 통해 삶과 가족을 돌아보는 이야기란다.

모든 불운을 딛고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여인은 박복희(심이영 분)다. 박복희는 트럭으로 채소장사 등 별의별 장사를 다하며 쌍둥이로 아들딸을 키우는데, 남편 기차반(원기준 분) 천하에 못된 잡놈으로 백수건달이다.

박복희와 장시경. ⓒMBC

박복희와 기차반이 결혼을 했고 아들․딸 쌍둥이를 키우다가 기차반이 바람을 피워 박복희와 이혼을 했고, 그 사이에 박복희의 존재를 알게 된 장시경(최성재 분)과 고상아(진예솔 분)가 등장한다.

박복희가 트럭에서 배추장사를 하다가 조은임(김영란 분)이 납치되는 것을 구해준다. 조은임은 신상그룹 대표이사인 고충(이정길 분)의 아내다. 그 집에는 고충과 조은임 그리고 딸 고상아와 손녀, 그리고 오래전에 죽은 아들의 친구 장시경(최성재 분)이 같이 살고 있다.

조은임의 납치사건은 고상아가 자신이 고충․조은임 부부의 친딸이 아님을 알고 신상그룹을 차지하기 위한 계략이었다. 고상아는 조은임이 출산한 산부인과에서 다른 아이와 바뀌었다. 그 바뀐 아이가 박복희였다.

고충이 신장병으로 쓰러졌을 때 신장이식이 필요했다. 박복희가 고충의 친딸임을 밝혀 박복희가 신장이식을 하게 된다. (MBC ‘찬란한 내 인생’ 신장이식 대상자 기준, 에이블뉴스 2020.10.07.)

고충의 신장이식. ⓒMBC

고상아는 장시경과 재혼하여 신상그룹을 차지할 생각이었지만, 장시경은 박복희에게 마음이 있었다. 그러자 고상아는 예전부터 자신에게 관심이 있는 유정우(강석정 분)와 기차반을 시켜 사사건건 박복희와 장시경을 괴롭힌다.

유정우는 고상아를 차지하기 위해, 기차반은 다시 박복희와 재결합하기 위해서 고상아의 충실한 개가 되었다. 그 사이에 장시경의 엄마 정영숙(오미연 분)이 미국에서 나왔는데, 아들 장시경이 박복희를 좋아한다고 하자 박복희가 못마땅해서 고상아와 잘 지낸다.

고상아는 고충 회장을 신상그룹에서 쫓아내고 신상그룹을 차지한다. 정영숙의 지원은 물론이고 유정우의 적극적인 도움 덕분이었다. 그런데 장시경은 한사코 박복희에게만 매달리고 더구나 오래전에 죽은 고상아의 오빠이자 친구인 고상수에 대해서 뭔가를 캐고 있었다.

장시경은 가끔 이상한 꿈을 꾸었다. 꿈에서 고상아와 같이 차를 타고 가는데 뒷좌석에는 고상아의 죽은 오빠 고상수가 타고 있었다. 그런데 잠에서 깨고 나면 긴가민가한 내용이었다. 고상수의 휴대폰만 찾으면 고상수 죽음의 진상을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누군가가 휴대폰을 훔쳐 갔다.

그런데 누군가가 고상수의 휴대폰을 돌려주겠다고 했다. 장시경은 휴대폰을 받으러 갔다가 폭행을 당했다. 고상아의 사주를 받은 기차반의 짓이었다.

장시경은 쓰러졌다. 뒤따라온 박복희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는데, 의사는 예전에 다친 곳을 또 다쳤으므로 아무래도 실명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장시경의 시력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은 각막이식밖에 없다고 했다.

장시경은 각막이식을 하기로 했다. 고상아는 그동안 고충과 박복희를 신상그룹에서 몰아내기 위해 배임 횡령 방화 살인교사 등 여러 가지로 경찰에 쫓기고 있었다. 고상아가 병실로 장시경을 찾아가서 한 번 만 더 기회를 달라고 하자, 장시경은 인터폰을 눌러 병실에 무단으로 침입한 사람 있으니 제제를 좀 해달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은 고상아는 병실을 나가 주차장에서 각막이 든 상자를 훔쳐 달아났다. 뒤쫓아 온 박복희에게 잡히고 말았지만. (MBC ‘찬란한 내 인생’ 각막을 훔친 사람. 에이블뉴스, 2020-12-04)

각막을 훔치는 고상아. ⓒMBC

고상아는 각막 절도를 비롯하여 신상그룹을 차지하기 위한 배임 횡령 등으로 재판을 받았고 15년이 구형되었다. 그러나 고상아는 자신은 죄 없다고 큰소리쳤다.

유정우가 면회를 갔다. “오빠 나 안 빼내면 오빠도 가만 안 둬. 지금은 나 빼내라고 입 다무는 거다. 여기서 진짜 15년 살 거면 오빠도 여기 끌어다 처박아놓고 난 여기서 죽어버릴 거야”라고 고상아는 유정우를 협박한다.

유정우는 고상아가 유방암, 우울증, 조현병, 당뇨 등 12개의 질병에 걸렸다는 가짜 진단서를 발급받고 형집행정지를 신청했다. 고상아는 교도소에서 풀려나와 병원에 입원해서 희희낙락한다.

그런데 박복희는 신상그룹 대표이사도 고충에게 되돌려 주고 이제 살만해졌는데 자꾸 코피를 흘리는 등 건강에 이상이 온 것 같았다. 박복희는 진단을 받았는데 급성골수성백혈병이었다.

그런 사실을 잘 모르는 장시경은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며 박복희에게 프러포즈했다. 박복희는 장시경의 프러포즈를 받아 드릴 수가 없어 고심하다가 어쩔 수 없이 백혈병임을 밝혔다. 장시경은 당장에 골수이식을 하겠다고 나섰다. 장시경은 골수검사를 받았지만, 박복희와 골수가 맞지 않았다.

장시경의 청혼. ⓒMBC

“내가 결혼이나 하고 있을 때야?” 박복희는 굳게 결심했다. “암 싸워보자, 그래 할 수 있어!” 박복희는 백혈병을 극복했다.

정영숙은 고상아와 같이 신상그룹을 차지한 후 고충과 조은임이 살던 집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백형병을 극복한 박복희는 장시경과 함께 정영숙을 찾아가서 결혼 사실을 알리고 상견례 날을 잡았다.

그런데 조은임과 정영숙은 상견례 자리에도 만나자마자 티격태격 싸우기만 했다. 장시경은 어이없어하면서도 엄마를 집까지 모셔다 드렸다.

장시경 : “요즘 엄마 건강은 어떠세요?”

정영숙 : “박복희 보다야 낫겠지.”

장시경 : “엄마도 건강검진 한 번 받아 보세요.”

정영숙 : “그 말 하려고 온 거니?”

장시경은 엄마 정영숙을 모시고 건강검진을 받았다. 의사는 뜻밖의 진단을 내렸다. 정영숙이 '루이 소체 치매'라고 했다. “이 치매가 다른 치매와 구별되는 부분은 파키슨병과 같이 온다는 것입니다.” 치매와 함께 파킨슨병 증상이 같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장시경과 박복희는 정영숙에게 결혼 의논을 하려고 했는데 정영숙이 치매라는 사실을 알고는 결혼식은 미루기로 했다.

치매 진단을 받은 정영숙. ⓒMBC

박복희는 앞으로 정영숙이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하자면서 실의에 잠긴 장시경에게 집으로 들어가라고 했다. 그동안 장시경은 박복희 집 3층 옥탑방에 살고 있었다.

장시경은 가방을 싸서 엄마 집으로 들어갔다. 그 집의 지하방에는 고상아가 숨어 있었다. 고상아는 형집행정지로 풀려났지만, 거짓말이 탄로 나서 도망자 신세가 되어 오갈 데가 없어지자 정영숙이 치매라는 사실을 알고 지하방으로 숨어들었던 것이다.

고상아는 아무도 몰래 부엌 냉장고에서 먹을 것을 훔쳐 가곤 했다. 정영숙이 고상아와 냉장고 근처에서 부딪히기도 했지만 치매가 깊어진 정영숙은 고상아를 알아보지 못했다.

정영숙은 집에 쥐가 많다고 중얼거렸다. 장시경은 엄마 정영숙의 헛소리에 당혹했다. 장시경은 엄마의 쥐가 고상아일 줄은 꿈에도 모른 채 엄마의 치매가 중해져서 헛소리를 하는 거라고만 생각했다.

정영숙이 치매라는 사실을 알고 박복희가 친구처럼 지내기로 했다. 그래서 정영숙을 찾아갔다가 지하방에 -예전에 박복희가 살던 곳- 들어갔다가 고상아에게 가격을 당해 결박당했다. 박복희를 찾아다니던 장시경이 실의에 빠져 있을 때 엄마 정영숙은 머리 긴 쥐가 돌아다닌다고 했었다.

장시경은 지하방으로 들어가는 계단에 박복희의 머리핀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그제야 머리 긴 쥐가 고상아 일지도 모른다고 직감했다. 장시경은 112에 신고를 하고 조심스레 지하방으로 들어갔다.

마침 결박을 푼 박복희와 고상아가 맞붙어 싸우고 있었다. 이내 경찰이 들이닥쳤고 고상아는 체포되었다. 구속에서 풀려난 기차반이 유정우의 부탁을 받고 고상아에게 짜장면을 갖다 주러 왔다가 박복희가 결박당한 것을 알고는 풀어 주려다가 같이 결박당했었다. 고상아는 체포되고 기차반도 같이 체포되었다. 이제 남은 사람은 유정우 뿐이다.

장애진단 시기. ⓒ보건복지부

‘찬란한 내 인생’에서 필자가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정영숙의 치매이다.

현재 장애인등록을 할 수 있는 유형은 15가지이다. 다시 한 번 짚어 보자면, 1. 지체장애인, 2. 뇌병변장애인, 3. 시각장애인, 4. 청각장애인, 5. 언어장애인, 6. 지적장애인, 7. 자폐성장애인, 8. 정신장애인, 9. 신장장애인, 10. 심장장애인, 11. 호흡기장애인, 12. 간장애인, 13. 안면장애인, 14. 장루ㆍ요루장애인, 15. 뇌전증장애인.

여기서 나열한 15가지 유형 외에는 장애인등록이 안 된다. 어떤 장애인은 등록이 안 된다고 장애인이 아닌 것도 아닌데 왜 장애인등록이 안 되느냐고 울분을 터뜨리기도 했다. 언제부터인가 장애인등록 하기가 엄청 까다롭고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치매도 장애인등록이 안 된다. 치매도 장애인데 왜 장애인등록이 안 되는가. 글쎄다. 치매 인구는 너무 많고 노환의 일종이기 때문에 안 되는 걸까. 정확한 이유는 필자도 잘 모르지만, 아무튼 치매는 장애인등록이 안 된다.

장애인등록은 장애를 입은 사람이 의사에게 진단을 받고, 진단한 의사는 장애등급을 매겨서 주민센터에 제출하면 됐지만 2011년 4월 1일부터 진단 의사가 장애등급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진단 의사는 진단 내용만 명기해서 진단 장애인에게 주었고, 그 서류를 주민센터에 제출하면 된다. 주민센터에서 국민연금공단으로 보내면 국민연금에서 등급을 판정하여 주민센터로 다시 보내준다. 물론 모든 서류는 봉인되어 당사자가 볼 수 없게 되어 있다.

이 기간은 보통 30일 정도 걸리는데, 2019년 7월 1일부터는 장애등급도 폐지되어 종전의 6단계에서 현재는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과 ‘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 등 2단계로 나누고 있다.

치매가 깊어진 정영숙. ⓒMBC

그런데 ‘찬란한 내 인생’에 나오는 정영숙 같은 치매 장애인이 장애인등록이 되는지는 잘 알 수 없다. 의사는 진단만 하고 등록 여부에 대한 것은 국민연금공단에서 결정하므로.

얼마 전 한 여자가 울면서 전화를 했다. 어머니가 치매로 1급 장애인이었다. 1급이면 장애인연금을 받을 수 있다기에 재판정을 받았는데 ‘등급 외’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다녀야 되는데 여태까지는 장애인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것도 할 수 없대요. 이럴 줄 알았으면 연금을 안 받아도 재판정을 안 받았을 텐데 그까짓 연금에 혹해서, 정말 후회막급이에요.”

예전에 어머니가 치매로 장애등급을 받았을 때, 어머니에게 파킨슨병이 있어서 1급으로 진단했는지, 아니면 어머니가 알츠하이머인데 의사가 잘못 알고 판정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

현재 파킨슨병으로 장애인등록을 한 뇌병변장애인은 과거를 잃어버리는 것뿐 아니라 운동신경의 실조 등으로 손발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파크골프장에서 어떤 뇌병변장애인은 공을 치고 나면 무조건 앞만 보고 달린다. 천천히 가라고 해도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것 같다.

‘찬란한 내 인생’에 한마디 덧붙이자면 신장이식, 실명, 백혈병, 파킨슨병 등 여러 가지 장애유형이 등장하여 장애인복지 측면에서는 고맙고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드라마라고 하지만 실제로 그런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피 말리는 고통 속에서 살고 있는데 드라마에서는 이 모든 것을 코미디 같이 설렁설렁 넘어가고 있으니 실제 장애인들은 너무너무 화가 난다고 한다.

더구나 앞뒤도 안 맞고 개연성도 없이 이혼한 부부가 옆집에 살면서 끊임없이 부딪히는 것도 어이없고, 형집행정지를 위해서 12개의 진단서를 제출하다니, 우리 사회에서 환자를 보지도 않고 진단서를 끊어주는 의사가 있단 말인가.

‘찬란한 내 인생’은 이제 며칠 후면 끝이 나겠지만. 어떤 난관에도 굴하지 않고 매사에 희희낙락하는 긍정적인 박복희(심이영 분)가 어찌 보면 그나마 작은 위안이랄까.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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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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