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월·화드라마 ‘방법’은 연상호 극본, 김용완 연출로 지난 2월 10일에 시작한 3월 17일 오늘 밤에 끝이 난다. 드라마가 끝날 즈음에야 글을 쓴다는 게 좀 그렇지만 지난 주말에야 어느 지인으로부터 ‘방법’에 지체장애인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니 어쩔 수가 없다.

기획의도에 의하면 ‘이 드라마는, 인간이 품고 있는 저주의 마음을 이용하려는 거대악과 그에 맞서는 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 중심에 선 주인공, 정의 구현을 위해 진실을 파헤치는 기자 임진희와 저주의 능력이 있는 10대 방법사 백소진.’의 이야기다.

tvN 월화드라마 ‘방법’. ⓒtvN

요즘은 한자를 잘 사용하지 않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방법(方法)은 ‘어떤 일을 해 나가거나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취하는 수단이나 방식.’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 나오는 방법(謗法)은 비방정법(誹謗正法)으로 사람을 저주해서 해하게 하는 주술이다. 사극에서 짚으로 짠 인형에 바늘을 꽂으면서 정적이 아프길 기원하는 등도 일종의 방법이다. 드라마에서는 방법을 '사람을 저주해서 손발이 오그라지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드라마 ‘방법’에서는 한자 이름, 사진, 소지품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저주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10대 소녀와 정의감 넘치는 사회부 기자가 IT 대기업 뒤에 숨어 있는 거대한 악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인데 방법사 백소진(정지소 분)과 사회부 기자 임진희(엄지원 분)가 그 주인공이다.

백소진은 무당 어머니로부터 방법사 기질을 물려받았는데, 백소진이 어렸을 때 또 다른 방법사 진종현에 의해 백소진의 어머니가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백소진은 어머니의 원수를 갚기 위해 이를 갈고 있었다. 보육원에서 생활하며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기도 하는 백소진 앞에 임진희가 나타나게 되면서 살아갈 힘과 목표가 생기게 된다.

왼손으로 지팡이를 짚은 정성준. ⓒtvN

임진희는 중진일보 사회부 기자로 사회를 좀먹는 범죄, 정치 부패, 기업 비리 등을 파헤치는 탐사보도가 전문이며, 불의라면 그 누구도 성역에 두지 않는 투철한 정의감으로 무장한 열혈 기자이다.

정성준(정문성 분)은 서동경찰서 강력팀 팀장으로 경찰대학 출신의 베테랑 형사다. 정성준은 임진희 기자의 남편인데 난생 처음 보는 괴기스러운 사건을 수사하게 되면서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이 흔들리게 된다.

정성준 팀장의 충실한 심복인 양진수 형사의 아내는 임신 중이었다. 어느 날 양진수 형사는 임신한 아내를 위해서 정성준 팀장에게 대신 잠복을 부탁했는데 그날 밤 정성준 팀장은 다리를 다치고 말았다.

양진수의 아내는 남편 양진수에게 위험한 형사를 그만 두라고 하지만, 양진수는 자기 대신 잠복을 서다 다리를 다친 정성준 팀장에게 차마 그만둔다는 말을 못하는 사이에 진종현에게 납치되어 양진수는 죽게 된다.

진종현은 국내 최대 IT 기업 포레스트 회장으로 성장하자 무속신앙 광신자가 되어 버린다. 진종현은 사사건건 모든 결정을 무속의 힘에 의지하게 되고 급기야 신의 계시라면 천륜조차 저버리는 인물이 되고 만다.

드라마 ‘방법’은 백소진과 임진희가 IT 대기업 회장인 진종현(성동일 분), 그리고 그를 보필하는 무당 진경(조민수 분)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진종현 회장과 무당 진경은 ‘악귀공동체’였다.

왼쪽 다리가 아파서 고통스러워하는 정성준. ⓒtvN

그런데 필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다리를 다친 정성준 팀장에 관해서다. 정성준 팀장은 왼쪽 다리를 다쳤는데 걸핏하면 다친 다리에 진통이 와서 왼쪽 허벅지 부분을 감싸고 고통스러워한다. 그리고 정성준은 왼쪽 다리를 다쳤는데 왼쪽 손으로 지팡이를 짚고 있다.

얼마 전에도 한번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지체장애인의 지팡이는 다친 다리 쪽이 아니라 다치지 않은 다리 쪽으로 짚어야 하는데 ‘방법’에서는 또 그런 실수를 범하고 있었다.

지체장애인 그중에서도 다리에 장애가 있는 중증장애인은 휠체어(전동 휠체어 포함)를 이용한다. 휠체어보다 한 단계 낮은 사람들은 목발이나 보조기를 사용하는데, 걔 중에는 보조기와 지팡이를 같이 사용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지팡이만 사용하기도 한다. 물론 전동휠체어 외에는 이동보행에는 전동스쿠터를 이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지팡이는 어느 쪽으로 짚어야 할까. 즉 다리가 불편한 쪽인가, 아니면 다리가 불편하지 않은 쪽일까. 다리가 불편해서 지팡이를 짚는 당사자가 아닌 경우 대부분의 사람은 지팡이는 불편한 쪽으로 짚는 거라고 알고 있다.

A 씨는 왼쪽다리에 보조기를 하고 있었는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계단 오르기가 불편했다. 보조기상에서 지팡이를 해 보라고 하면서 지팡이를 건넸다.

“저는 당연히 왼손으로 지팡이를 짚었더니 사장님이 그러면 안 된다면서 지팡이를 오른손으로 짚으라 하셨어요.”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되었는데 지팡이를 짚고 걸어 보니 오른쪽으로 짚는 게 더 나았다고 한다.

올바른 지팡이 사용법. ⓒ구글 이미지

B 씨는 오른쪽 발목을 다쳤다. 처음에는 깁스를 했고 병원에서 목발을 주었다.

“양 목발은 그런대로 하고 다녔는데 한 달 후에 깁스를 풀었더니 의사가 이제는 목발을 한쪽만 하라고 했습니다. 저는 오른쪽 다리를 다쳤으니 당연히 목발도 오른쪽으로 짚었습니다.”

그런데 걸음걸이가 뒤뚱뒤뚱 영 불편했다. 이게 왜 그렇지? 그래서 목발을 어느 쪽으로 짚느냐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글쎄, 오른쪽 다리를 다쳤으니 오른쪽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며칠 후 병원에 가서 물리치료사에게 물어보니 목발을 왼쪽으로 짚으라는 겁니다.”

물리치료사 선생이 목발 짚는 법을 자세하게 가르쳐 주던데 목발은 성한 다리 쪽으로 짚고, 목발과 아픈 다리를 동시에 앞으로 내밀고, 그다음에 오른쪽 다리를 내밀라고 하더란다.

“물리치료사가 시키는 대로 해 보니까 걸음걸이가 훨씬 수월했습니다.”

올바른 목발 사용법. ⓒ구글 이미지

다리가 불편하거나 다쳤을 때 그 다리로 바닥을 딛기가 불편하다면 양 목발을 짚어야 하지만, 바닥을 디딜 수가 있을 정도라면 지팡이나 한쪽 목발을 이용할 수가 있다. 이때 지팡이나 목발은 불편한 다리 쪽에 짚는 것이 아니라 반대쪽으로 짚어야 불편한 다리를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 어떤 사람은 지팡이를 오른쪽으로 짚었다가, 왼쪽으로 짚었다가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곧잘 언론에 비치기도 해서 그가 정말 다리를 다친 것인지 의아하기도 했다.

앞으로 지체장애인의 지팡이를 등장시키는 작가나 연출가 등은 지팡이는 다치지 않은 다리 쪽으로 짚는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끝으로 드라마 ‘방법’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초현실적인 이야기지만, 드라마에서도 ‘저주는 당신의 마음에서 시작된다.’고 했으니 모두가 마음속에 미움과 저주를 갖지 않기를.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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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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