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기막힌 이야기 – 실제상황’은 '거짓말 같은 진짜 스토리'다. 명백한 실화지만, 일정한 부분은 극적 재미를 위해 각색을 한 것 같다.

MBN ‘기막힌 이야기 – 실제상황’은 2014년 4월 부터 시작되었는데 토요일 저녁에 방송한다. 필자는 가끔 시간이 날 때면 세상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싶어서 본방송 또는 재방송을 보기도 한다.

결혼을 앞두고 두 가족의 상견례 자리. ⓒMBN

지난 17일 방송 된 314회 중에서 3편은 ‘우리 며느리는 모르게’라는 내용이었다. 우연히 보게 되었지만 며느리는 모르게 하려는 게 무엇일까 싶었다. 물론 이런 내용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도 잘 몰랐다.

준하 씨와 은주 씨는 결혼을 전제로 맞선을 보고 서로가 맘에 들어서 양쪽 부모님이 상견례를 했다. ‘기막힌 이야기 – 실제상황’은 사시/교양 프로그램이고 실제상황이지만 드라마에 나오는 인물은 대부분 가명이다.

신부 은주 씨는 신혼여행을 어디로 갈 것인지에 들떠 있는데 신랑 준하 씨는 왠지 신혼여행을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은주 씨가 해외 신혼여행을 계획하자 준하 씨도 마지못해 찬성은 했지만 나중에 어머니에게 전화를 한다.

“엄마, 은주 씨가 신혼여행을 고집하는데 어떻게 하죠?”

“걱정하지 마, 엄마가 알아서 할게”

은주 씨는 왜 신혼여행을 고집하고 준하 씨는 왜 신혼여행을 가기 싫어하는 걸까.

시어머니는 은주 씨를 만나서 신혼여행을 안가면 외제차를 사주겠다고 했으나 은주 씨는 완강했다.

“일생에 한 번 뿐인데 신혼여행을 왜 포기해요?”

준하 씨와 은주 씨는 결혼식을 치렀다. 이제 남은 것은 신혼여행이다. 은주 씨는 빨리 공항에 나가야 된다고 준하 씨를 재촉한다. 그 때, 아악! 비명소리가 들렸다. 시어머니가 넘어지면서 계단을 구른 것이다.

시어머니는 병원으로 실려 갔다. 시어머니는 병상에 누워서도 아들과 며느리의 신혼여행을 걱정했다. 그러자 며느리는 빨리 신혼여행을 떠나자고 했다.

“엄마가 이 지경인데 어떻게 신혼여행을 가.”

신혼여행을 취소하는 준하. ⓒMBN

아들 준하는 어머니의 간병을 핑계로 신혼여행을 취소했다. 그러자 병상에 누워있던 시어머니가 벌떡 일어나더니 빨리 집으로 가자고 했다. 병원보다는 집이 더 편하다는 것이다.

남편 준하 씨는 물론이고 시부모는 며느리 은주 씨에게 과연 무엇을 숨기는 것일까?

아무튼 며느리 은주 씨는 신혼여행을 포기한 채 다친 시어머니를 보살피랴 겨우 일과를 끝내고 방으로 들어오니 신랑 준하 씨는 이미 자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신혼 첫날밤인데……. 은주 씨는 잠든 신랑을 흔들어 깨워도 깊이 잠이 든 신랑은 일어날 줄 몰랐다. 하는 수 없이 은주 씨도 포기하고 이제 자려고 전기 스위치를 끄려는데 스위치가 작동을 안 했다. 불이 꺼지지가 않았던 것이다. 그 때 시어머니가 방문을 열었고 며느리는 깜짝 놀랐다.

“어머니 이 시간에 무슨 일이에요?”

“불이 안 꺼지지?”

“네 고장인가 봐요.”

“그게 아니라 우리 집은 불이 안 꺼지게 해 놓았단다. 식구들이 어두운 것을 싫어해서.”

“그러면 밤에도 불을 켜고 자요?”

“이걸 쓰고 자거라.”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내민 것은 검은 안대였다. 다음날 아침 며느리가 일어나 보니 시어머니가 아들에게 약을 먹이고 있었다. 무슨 약일까? 시어머니는 감기약이라고 했다.

은주 씨가 준하 씨를 만나서 교제하는 동안 준하 씨는 말수가 적고 내성적이기는 해도 은주 씨의 요구를 잘 들어주는 착하고 성실한 사람이었다. 특히 시어머니 될 사람은 은주 씨를 딸처럼 예뻐했고, 준하 씨는 집안도 여유로운 편이고 직장에도 잘 다니고 있었기에 결혼을 결심했던 것이다.

그리고 몇 개월 동안 준하 씨와 은주 씨는 별 문제없이 평온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3개월이 지난 어느 날 저녁 준하 씨에게 은주 씨가 전화를 걸었다. 은주 씨도 회사에 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오빠 나 오늘 야근해야 되니까 10시쯤 데리러 와줘.”

갑자기 이상증세를 보이는 준하. ⓒMBN

준하 씨는 은주 씨가 데리러 와 달라기에 10시경에 은주 씨 사무실로 찾아 갔다. 준하 씨가 은주 씨 사무실에 도착하자 갑자기 불이 꺼졌다. 준하 씨는 놀라서 아우성치는데 은주 씨는 “오빠 생일 축하 해” 웃으면서 촛불을 켠 케이크를 들고 나왔다. “오지마! 저리가! 오지마!” 준하 씨는 몸부림쳤다. “오빠 왜 그래 나야나 은주야.” 은주 씨도 준하 씨의 이상행동에 당황해서 불을 켜고는 시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다.

잠시 후 시어머니가 와서 준하 씨를 달래었다.

“너 준하한테 무슨 짓을 한 거냐?”

“내일이 오빠 생일이라 깜짝 파티를 해 주려고 했는데……. 오빠가 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

“아니다 그냥 좀 놀라서 그러는 거다.”

“그냥 놀란 정도가 아닌데요 뭐.”

“내 아들은 내가 잘아, 얼른 집에 가자.”

며느리 은주 씨는 병원에 가자고 했으나 준하 씨와 시어머니는 괜찮다고 했다. 다음날 아침 준하 씨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은주 씨는 병원에 가자고 했으나 시어머니는 괜찮다며 며느리를 내 보내고 고 선생을 불렀다.

고 선생이 왔다. 준하 씨는 고 선생을 엄청 반가워했다. 시어머니도 고 선생을 반겼다. “별일 없지?” 고 선생이 묻자 준하 씨는 “결혼 괜히 했어요.”라며 고 선생에게 투정을 부렸다. 설마 준하 씨가 은주 씨와 결혼을 해 놓고 고 선생과 바람을 피우는 것은 아니겠지.

은주 씨가 가족들에게 임신 사실을 알림. ⓒMBN

다시 몇 달인가 평온 한 일상이 계속 되던 어느 날, 며느리 은주 씨가 가족들에게 임신 사실을 알렸다. 그런데 가족들의 반응은 기쁨이 아니라 놀라움이었다.

시아버지 “축하한다.”

시어머니 “세상에 이렇게 기쁜 일이…….”

은주 씨 “뭐야 오빠는 안 기뻐?”

준하 씨 “아니 그게…….”

어머니 “너무 놀라서 그렇지? 춥다 어서 방으로 들어가자.”

어쩔 줄 몰라 하던 아들은 엄마를 따로 불렀다. “엄마 나 이제 어떻게 해?” “걱정 마 엄마가 다 알아서 할게.”

준하 씨가 임신한 아내 은주 씨에게 각방을 쓰자고 했다. 은주 씨는 왜 무엇 때문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준하 씨는 어느 날의 그날처럼 갑자기 이상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놀란 시부모가 뛰어 왔다. 시아버지 “회사 일이 많아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 모양이다.” 은주 씨“아무리 그래도 임신한 저한테 어떻게 이래요?” 시어머니는 시아버지에게 준하를 데리고 나가 바람을 좀 쐬라고 했다.

시어머니는 준하가 워낙 예민하니 네가 좀 이해하고 당분간 친정에 가서 좀 쉬라고 했다. 은주 씨가 가방을 챙겨 친정으로 가려는데 우연히 시부모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시어머니는 아무래도 고 선생을 불러야 되겠다고 했던 것이다. 그리고 약도 바꿔야 되겠다고 했다.

“약이라니? 무슨 약이지?” 그제야 은주 씨는 시어머니가 준하 씨에게 약을 먹이던 기억이 났다. 시어머니는 감기약이라고 했었다. 은주 씨는 준하 씨가 먹던 약 몇 알을 챙겨 약국으로 갔다. “이 약이 무슨 약인지 알 수 있을까요?” 약사는 약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감기약은 아니죠?” 약사의 설명을 들은 은주 씨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그 놀라움으로 은주 씨는 약국을 나오다가 쓰러져서 유산을 하고 말았다.

남편과 시부모가 위자료를 지급해야 함. ⓒMBN

이를 계기로 은주 씨는 이혼을 신청했다. 준하 씨는 혼인 전에 발병한 조현병을 은주 씨에게 숨겼다는 것이다. 이를 뒤늦게 알게된 은주 씨는 충격과 배신으로 힘들어 하면서 더 이상 준하 씨와의 혼인관계가 어려워져 재판상 이혼사유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남편과 부모들의 귀책사유로 준하 씨와 은주 씨의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됨으로써 은주 씨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이 명백하므로, 남편과 부모들이 은주 씨에게 혼인관계 파탄에 따른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남편은 5천만 원 시부모는 각각 2천5백만 원의 위자료를 지불하라고 했다.

그런데 준하 씨의 조현병이 발병하게 된 계기는, 고교 시절 불량배에게 폭행을 당하고 어두운 밤 화장실에 갇히면서부터 어둠을 두려워하는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는데 담당의사는 이를 조현병 증세라고 했다.

준하 씨는 직장생활도 잘하고, 집안도 경제적으로 유복하고 은주 씨가 원하는 것은 웬만하면 다 들어주려고 노력하는 착한 남편이다. ‘우리 며느리는 모르게’에서 남편 준하 씨는 단지 어둠을 두려워해서 갑자기 캄캄해지면 어쩔 줄을 몰라 허둥대는 등의 이상행동을 보일 뿐이다.

준하 씨의 부모님은 제발 이혼만은 말아 달라고 애원했지만 그럼에도 은주 씨는 남편과 시부모가 결혼 전에 준하 씨의 조현병을 알리지 않았다고 해서 위자료를 받고 이혼했다.

‘기막힌 이야기 – 실제상황’의 마지막은 항상 유명인들의 격언으로 마무리 하는데 ‘우리 며느리는 모르게’에서는 “어떻게 말할까 괴로울 때는 진실을 말하라”는 마크 트웨인의 말로 끝을 맺었다.

이혼을 신청한 사람이 아내 즉 은주 씨였기에 어디까지나 아내 측면에서 구성된 것 같다. 만약에 준하 씨의 조현병을 사전에 알렸다면 과연 은주 씨는 준하 씨와 결혼을 했을까.

불량배들에게 폭행을 당한 후 화장실에 갇힌 준하. ⓒMBN

최근 인천의 몇 명 중학생들이 다문화 가정의 친구 A를 놀리고 집단폭행을 했다. 그 후 A는 옥상에서 추락하여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기막힌 이야기 – 실제상황’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지만 극적인 재미를 위해서 각색한 것이기에 실제상황이 어떠했는지는 사실 잘 모른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도 보듯이 어렸을 때의 집단폭행은 그 불안이나 공포가 어마어마하여 죽음 내지 갖가지 트라우마를 남기게 마련이다.

‘우리 며느리는 모르게’에서도 준하 씨는 불량배에게 집단폭행을 당하고 화장실에 갇힌 후부터 어둠에 대한 트라우마로 조현병까지 생기게 되었다고 하는데 과연 그 책임은 어디에다 어떻게 물어야 할까.

그리고 ‘우리 며느리는 모르게’에서 준하 씨는 직장도 다니고 운전도 하고 있다. 준하 씨가 운전면허는 어떻게 취득했을까.

「도로교통법」 제82조(운전면허의 결격사유)에 의하면 정신질환이나 뇌전증 등은 운전면허 결격사유에 해당된다. 현행법에 의하면 조현병 환자는 ‘자기신고제도’를 거쳐 운전면허를 취득하게 돼있다. 의사소견서를 통해 환자가 과거부터 꾸준히 치료받았다는 점을 증명하면, 판정위원회가 신고자가 운전할 수 있는 정도인지를 판단한다. 준하 씨는 과연 이런 과정을 거쳤을까.

얼마 전 SBS 월·화 드라마 '여우각시별'에서 조현병 장애인이 아침에 약을 먹지 않고 공항에 나왔다가 갑자기 게이트가 바뀌는 바람에 공항 직원을 폭행하는 내용이 있었다. 조현병 장애인이 하루아침 약을 안 먹었다고 해서 갑자기 폭행한다는 것은 조현병에 대해서 잘 모르고 당사자나 가족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는 내용에 대해 ‘여우각시별’ 측에서 사과문을 싣기도 했다.

조현병은 망각, 환각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정신장애를 일컫는데, 완치가 쉽지 않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일상생활도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2011년 정신분열병을 조현병으로 바꾼 것도 사회적인 편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조현병 관련 성명서.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지난달 29일 성명을 통해 “전체 0.04%에 불과한 조현병 환자의 강력범죄를 무분별하게 기사화해 사회의 불안을 조장하는 보도는 조현병 환자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유발하고 지역사회에서 내몰리게 만들어 사회에 적응할 기회를 잃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또한 “환자의 인권향상은 입원하지 않았을 때 획득되는 것이 아니라 치료 받을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여 범죄자의 낙인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는데 있다.”고 했다. 따라서 적법하고 충분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정신건강복지법」이 개정되어 현실성 있는 치료 인프라를 구축해주기를 정부에 촉구한다는 것이다.

조현병 등 정신장애인은 사회가 가하는 폭력에 상처받고 노출되고 길들여진 약자일 수도 있다. 따라서 조현병장애인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을 비롯하여 단체와 전문의 그리고 사회와 정부가 다 함께 행동변화를 위한 재활프로그램 및 사회복귀를 도울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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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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