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 극본 김홍동 연출의 ‘전생에 웬수들’은 ‘가족이라 쓰고 웬수라 읽는다’는 이야기다. ‘부모만 아니라면 절대 내 인생에 들이고 싶지 사람이었지만 부모라는 타이틀로 내 삶을 이리저리 간섭하는 바람에 숨이 막힌다. 자식도 마찬가지다.

전생에 철천지원수들이 현생에서 부부나 자식 또는 고부이든 사돈이든 그 이름도 아름다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재회한다고 한다. 이 드라마는 그 웬수같은 가족들의 이야기다.

웬수란 자식과 같이 매우 가까운 사람이 속을 썩일 때 못마땅하여 속되게 이르는 하는 말로 원수의 비속어다.

전생에 웬수들. ⓒMBC

최고야(최윤영 분)는 최태평과 우양숙의 큰딸인데, 10년 전 아버지 최태평이 바람을 피워서 집을 나가는 바람에 실질적인 가장이 되어 집안을 꾸려 나간다. 최고야는 요리에 관심이 있지만 온갖 알바로 전전하면서 집 나간 최태평을 찾으려고 백방으로 수소문을 한다. 최고야는 가족들을 배신하고 집 나간 아버지를 왜 그렇게 찾으려고 하는 것일까?

최고봉(고나연 분)은 최고야 동생인데 피트니스 퍼스널 트레이너다. 매사 즉흥적이고 생각 없이 행동하는 바람에 각종 사건 사고와 송사에 잘 휘말린다. 한마디로 트러블 메이커인데 입만 열면 허당에 무식이다. 그리고 언니 최고야의 염장 지르는 재미로 산다.

최태평의 여동생 최태란(이상아 분)은 아들 하나를 키우면서 올케언니 우양숙(이보희 분)의 가게 앞에서 퓨전요리집을 운영하는데 올케언니와 조카 최고야 하고는 잘 지낸다.

쓰러진 최고운을 맨발로 업고 뛰는 최고야. ⓒMBC

최태평(한진희 분)은 늘그막에 유부녀 오나라(최수린 분)와 불륜에 빠져 둘이 함께 달아난다. 오나라의 남편 한재웅(한갑수 분)은 신장 전문의인데 오나라는 최태평에게 빠져서 한재웅을 버렸다. 그러나 오나라는 이혼하기 전 산후우울증으로 고생하던 언니 오사라(금보라 분)를 대신해서 민지석을 젖먹이 시절부터 키웠기에 민지석에 대한 마음이 각별하다.

민지석(구 원 분)은 이혼 전문 변호사이다. 어느 날 카페에서 동생 최고봉의 남자 문제를 해결하러 나왔던 최고야를 보게 되지만 처음에는 상간녀라고 오해했었다. 그러다 할머니 장옥자(이영란 분) 쿠킹 클래스에 장보기 도우미를 하는 최고야와 다시 부딪히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최고야를 좋아하게 된다. 그러나 이모의 남자가 최태평이라는 것은 아직 모른다.

최태평은 오나라와 미국으로 달아났다가 사업이 쫄딱 망해 돌아와서 어느 부잣집 문간방에 살게 된다. 최태평은 투자자를 찾다가 신문에서 북촌의 땅값이 평당 1억을 호가한다는 기사를 보고는 ‘유레카’를 외치며 최고야의 동네로 향했다. 최태평이 우양숙과 이혼하면서 위자료로 준 집이 북촌의 기와집이었던 것이다.

최태평은 그 집을 찾아 갔다가 최고운을 만났으나 서로가 처음 보는 사이라 알아보지 못한다. 그 대신 동생 최태란을 만났는데 언니가 알면 큰일 난다면서 동생은 최태평을 쫓아낸다. 그런데 알고 보니 최고야가 자신을 찾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최고야는 왜 무엇 때문에 10년 전에 헤어진 아버지 최태평을 만나려고 하는 것일까.

최고야에게 신장을 주겠다고 큰소리치는 최태평. ⓒMBC

오나라가 최태평에게 왜 최고야를 만나려고 하느냐고 물었다. 최태평은 최고야에게서 투자를 받을 테니 잠자코 있으라며 최고야를 만나러 갔다.

“아버지, 우리 고운이를 살려 주세요!”

최고운은 혈액투석을 받고 있었으나 걸핏하면 쓰러지는 등 위중했기에 최고야는 동생 최고운에게 신장이식을 해 주려고 아버지를 찾았던 것이다.

“우리 식구들은 아무도 안 맞아요. 아버지가 검사를 좀 해 주세요.”

최태평은 아무리 아들이라지만 최고운에게 신장이식을 해 줄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그러나 최고야에게서 투자금을 받기 위해서는 검사를 받겠다고 했다. 최고야는 최태평의 속셈도 모른 채 눈물을 흘리며 고마워했다.

최고야는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고운이에게 신장이식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정말 이예요? 나 이제 뛸 수도 있는 거예요? 맘껏 축구도 할 수 있겠네요!”

최고운은 축구를 하고 싶은 어린 아이인데 혈액투석으로 축구를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전 이모부 한재웅에게 드나들던 민지석이 최고운이 혈액투석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자 안타까워했다.

“내 동생 고운이가 엄마 뱃속에서 엄마의 고통을 같이 아파하느라고요.”

최고운에게 신장이식 해 줄 사람을 설명하는 최태란. ⓒMBC

최태평은 최고운이 혈액투석을 받는 병원에 입원해서 조직검사를 받았다. 최태란은 입이 근질거렸으나 차마 최태평이 아버지라는 말은 못하고 “저 아저씨가 네게 신장을 줄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최고운은 “아저씨는 제비처럼 고마운 사람”이라며 최태평에게 자신이 그린 그림을 선물로 전했다.

의사 한재웅은 최태평에게 신장이식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아버님 CT 검사에서 신장 결석이 발견됐습니다. 이식 수술 후 신장이 하나뿐일 때 재발하게 된다면 그때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술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소견입니다”

검사 결과에 최고야는 절망 했으나, 최태평과 오나라는 축하파티를 열었다. “그럼 이제 우리 투자금만 받아내면 되겠네요?” 최태평과 오나라는 사업자금을 투자 받을 생각에 즐거워했다.

최고야와 가족들은 검사 결과에 실망하고 절망했으나, 최태평이 신장이식을 해 주려고 검사를 받았다는 것만 해도 고마워하면서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 최고야는 카페에서 최태평을 만나서 집으로 모셔오려고 했다.

최고야와 최태평이 옥신각신. ⓒMBC

“집이 전세였냐? 왜 진작 말하지 않았느냐, 그것도 모르고 내 신장 줄 뻔 했잖아”

“결국 돈 때문이었어요!”

“하마터면 신장을 도둑맞을 뻔 했다.”며 오히려 큰소리 쳤다.

“아버지가 무슨 짓을 한 줄 아세요? 살고 싶은 한 생명을 갖고 장난질을 쳤는데, 그런 줄도 모르고 우리 가족이 아버지에게 얼마나 고마워했는지 아세요!”라고 소리쳤다.

최태평은 그 집을 이혼 할 때 자기가 위자료로 준 것이라고 했다.

“오나라 그 여자가 가져갔어요. 오나라가 자기 명의로 돌려버리고 팔아버렸다고요. 그 바람에 고운이 수술시기를 놓쳤고, 상태가 악화된 거예요”라며 대들었다.

조정을 기다리는 최고야와 민지석. ⓒMBC

최태평과 오나라는 고심하다가 최고야를 상대로 부양의무 불이행을 명목으로 고소했다. 최고야는 절망했고 이를 안 민지석이 걱정 말라고 했다.

“피고 최태평은 이혼 후 가족의 생활비와 미성년자인 자식의 양육비 및 치료비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으므로 대신 원고 최고야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맞고소를 했던 것이다.

그래도 최태평과 오나라는 어찌 아버지를 고소할 수 있냐며 의기양양했다. 그런데 최고야의 변호사가 민지석인 것을 알고 오나라는 자신의 과거가 민지석에게 들통날까봐 조정기일에 불참하고 말았다.

오나라는 민지석을 따로 불러냈다.

“내 의뢰인의 아버지가 바람을 피웠는데 그 내연녀가 보통이 아니다. 사람이라고 할 수 없을 만한 인간들이다. 짐승 같다”며 욕을 했다. 이 말을 듣는 오나라는 좌불안석이었다. 결국 오나라는 최태평에게 우리가 졌다며 패배를 인정하고 고소를 취하했다.

고소취하를 고심하는 오나라와 최태평. ⓒMBC

여기까지가 현재까지 진행 된 ‘전생에 웬수들’의 줄거리다. 축구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그토록 좋아하던 최고운은 기약도 없는 혈액투석을 받아야 할 터인데 과연 누가 최고운에게 신장이식을 해 줄 것인가.

‘전생에 웬수들’에서 혈액투석을 하는 신장장애인 최고운을 보면서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 신장장애인은 어떨까. 신장장애 등급은 두 가지뿐이다. 만성신부전증으로 인하여 3개월 이상의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혈액투석 또는 복막투석을 받고 있는 사람은 2급이고, 신장을 이식 받은 사람은 5급이다.

현재(2016년 말) 전국의 신장장애인은 78,750명이고, 이 가운데 남자는 45,769명, 여자는 32,981명으로 남자가 월등히 많다. 그런데 통계를 보다보니 1급이 4,717명, 2급 54,969, 3급 59, 4급 650명, 5급이 18,355명으로 나와 있었다. 신장장애인은 2급과 5급 밖에 없음에도 다른 등급이 있다는 것은 다른 장애와 중복이 있어서 한 등급이 높아진 경우이리라.

필자가 이 글을 쓰면서 부산신장장애인협회 안규봉 회장에게 몇 가지 문의를 했다. 우선 드라마에서처럼 어린이들도 혈액투석을 받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였다. “어린이들도 많이 있습니다. 선천적인 경우도 있겠지만 질병이나 사고로 신장을 다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재 안규봉 회장은 신장장애 5급이라고 했다. 혈액투석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신장이식 하기를 원하지만 친인척이나 지인 중에 조직이 맞는 사람들이 없으면 장기이식센터에서 적합자가 나타나기를 마냥 기다려야 한다.

“저도 친인척 가운데 맞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22년 만에 장기이식센터에서 연락이 와서 작년 4월에 신장이식을 했습니다.”

장기이식센터에서 적합자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인데 그래도 안 회장은 혈액투석 21년 만에 기적처럼 적합자를 만났다는 것이다.

혈액투석이란 ‘말기 신부전 환자에게 시행되는 신 대체 요법의 하나로, 투석기(인공 신장기)와 투석막을 이용하여 혈액으로부터 노폐물을 제거하고 신체내의 전해질 균형을 유지하며 과잉의 수분을 제거하는 방법을 말한다.’

온병원에서 혈액투석모습. ⓒ부산신장장애인협회

혈액투석의 경우 대개 일주일에 2회 내지 3회 4시간 정도 혈액투석을 받게 되는데 병원에 따라서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1회 투석비용이 십오만 원 정도란다.

1회 투석비용이 십오만 원 정도라면 일주일에 3회이면 3회*4주로 한 달이면 12회가 되어 투석비용은 백 팔십만 원이나 된다. 그런데 혈액투석은 하루 이틀 만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죽는 날까지 받아야 된다. 혹시라도 중간에 이식이 가능하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혈액투석비용은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는 무료이고, 건강보험가입자는 산정특례로 10%만 부담하면 된다. 그리고 산정특례자의 본인부담 10%도 희귀질환자로 등록이 되면 보건소에서 지원을 해 주고 있다.

그러나 산정특례자로 지정되어 10%라 해도 15,000원 * 12회는 180,000원인데 평생이라면 이 돈도 적은 돈이 아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사유로 기초생활수급자가 못 되는 경우 위장이혼 등으로 가족들과 헤어져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신장이식 비용은 병원마다 조금씩 다를 수가 있는데 건강의료보험인 경우 약 1300~1500만 원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그리고 수술비용은 심장재단 등에서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 그 밖에도 모든 질환을 대상으로 하는 은 건강의료보험공단에 신청을 하고, 긴급의료비지원은 동주민센터에 신청할 수가 있다. 단 실비보험 가입자는 제외라고 한다.

드라마에서 최고운이 가끔 쓰러지기도 하지만, 투석을 받고 나면 먹고 싶은 것 다 먹고 건강한 사람처럼 행동하던데, 신장장애인이 투석 받는 날은 거의 초죽음이 된다. 그래서 필자도 신장장애인을 만날 때는 투석 다음날에야 만날 수가 있다.

신장을 이식한 사람도 평생 동안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되고 검진도 받아야 된다. 신장이식을 한 사람은 신장장애 5급이다. 물론 장애등급이 곧 없어진다지만 자신의 한쪽 신장을 공여한 사람도 신장은 하나뿐인데 왜 그들에게는 장애등급을 주지 않는 것일까. 신장 공여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혹시라도 신장 공여자에게 작은 혜택이라도 주어 졌으면 좋겠다.

안규봉 회장은 수급자가 아니더라도 산정특례자의 본인부담 10%도 암환자처럼 5% 정도로 낮추어서 투석비용 때문에 위장이혼을 하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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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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