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천만영화 ‘택시운전사’ 스틸컷.ⓒ네이버영화

2022년, 올해 스물 두 살인 시각장애인 A씨는 ‘영화광’이다. 내가 원할 때 영화관을 찾으면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화면 해설로 볼 수 있다. 올해 기준 전국 스크린 기준 11%인 280개나 설치돼있다. 오늘은 A씨가 좋아하는 배우 류준열 주연 영화를 보러 휠체어를 탄 연인 B씨와 영화관을 찾기로 했다.

5년전 접근성 부족으로 류준열의 첫 천만 영화 ‘택시운전사’를 보지 못 한 것이 너무나 아쉬워서 티켓 오픈 날 온라인으로 A씨와 B씨가 가장 좋아하는 맨 뒤 자리를 나란히 예매해 놨다. 두 사람이 찾는 이 영화관은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F) 인증을 받아 불편함 없이 자주 찾는 데이트 장소다.

어제 뉴스에서는 장애인영화관람 소요예산이 32억원이나 반영됐다고 한다. 다양한 영화관람을 통해 영화학과에 진학한 A씨는 졸업 후 꼭 ‘영화밥’을 먹고 싶다.

이 모든 게 실제였다면 참 좋았을 텐데. 5년 후인 2022년, 우리는 이런 세상에서 살 수 있을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18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 영화관람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제언 토론회’를 개최, 장애인 영화 관람권을 위한 의견을 수렴했다.

장애인들이 영화 관람이 어렵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문제다, 2014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24.8%만이 영화를 관람했다고 응답했다.

지난달 개봉한 영화 ‘택시운전사’도 천만 관객을 돌파했지만, 장애인 영화 관람은 개봉된 후 20일이 지난 후부터 가능했다. 관람 가능 영화관도 총 1446개 스크린 가운데 38개 스크린만 가능했다. 비단 상영의 문제 뿐 아니라 접근성 부분, 즉 점자블록, 점자표지판, 장애인용 화장실도 접근이 힘들다.

류준열 팬인 시각장애인 A씨가 2022년, 영화관을 찾기 위해선?

장애인정보문화누리 김철환 활동가.ⓒ에이블뉴스

장애인정보문화누리 김철환 활동가는 “차별 없이 다함께 누리는 영화관람 환경”이라는 정책비전 아래 법령 및 정책추진, 영화관람 기술구현 및 상영 기반구축, 영화사업자 참여 독려, 영화진흥위원회 내 직재 개편 등을 제언했다.

구체적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 속 영화사업자의 자막과 화면해설 제공을 의무규정으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속 영화관 사업자의 영화관람 콘텐츠 제공 의무화 신설, 저작권법 속 장애인 영화 콘텐츠를 자막, 화면해설, 수화 등을 편집할 경우 저작물 사용 가능 등을 들었다.

장애유형별로 주차장, 출입구, 매표소, 화장실, 매점, 안내데스크, 영화상영관 등 동선에 따른 영화관람 환경 개선 매뉴얼 개발도 필수다.

폐쇄형 관람기기(자막, 음향)의 경우 관련업자들이 난립하지 않도록 영화관 적용 규정도 정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예산은? 영화관람기금을 주된 재원으로 하고 정부지원금을 추가확보 하는 방향으로 했다.

“장애인 영화관 접근환경이 구비될 경우 장애인 관람객은 연 184만명이 될 것입니다. 지난해 국민 1인당 관람횟수가 4.2편인데, 이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장애인관객으로 인한 영화관의 예상 수입도 연간 472.5억원 정도 됩니다.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라는 겁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김재왕 변호사는 장애인 영화관람 제도 관련 해외 현황을 소개했다.

먼저 미국 장애인법에서는 디지털 영화를 상영하는 미국 전역의 공공시설이나 영화관이 장애인 이용자에게 자막 및 화면해설을 제공해야 한다고 법률로 명문화했다.

구체적으로 단일 상영관에 자막 장비 4대, 화면해설 장비 1대를 구비해야 하고, 16개 이상의 상영관이 있는 멀티플렉스 극장은 자막 장비 12대, 화면해설 장비 8대를 구비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 것.

미국의 3대 영화관인 리갈, AMC, 시네마크 모두 자막과 화면해설 등 편의 제공과 영화마다 상영 시간 표시와 함께 자막, 화면해설이 가능한지 표시하고 있다. 어플리케이션 ‘캡션피쉬’를 사용하면 인근 극장에서 어떤 종류의 자막을 제공하는지 알 수 있다.

영국도 역시 제작사, 배급사, 영화관에 법적 의무를 부여하고 있으며, 특히 멀티플렉스는 개방형 자막이 포함된 영화와 화면해설이 포함된 영화를 제공하고 있다. 영국 내 가장 큰 멀티플렉스 체인인 오데온을 비롯, 뷰시네마, 시네월드, 쇼케이스, 엠파이어 등이다.

“우리나라는 상영자에게만 장애인 영화관람권을 부여하고 있다. 제작자나 배급자에게도 부여할 수 있게끔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18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장애인 영화관람 환경개선을 위한 정책제언 토론회’ 모습.ⓒ에이블뉴스

“비장애인 때 뇌리에 잊혀지지 않는 영화는 바로 한석규 심은하 주연의 8월의 크리스마스입니다. 영화‘씩’이나 보러갈까가 아닌 영화‘나’ 보러갈까가 되었으면…”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김훈 정책연구원이 비장애인 시절 눈으로 봤던 영화를 똑같이 공감할 수 있는 방법은 지정된 날짜에만 가능한 개방형 화면해설 뿐이 없다.

김 연구원 또한 2022년에는 전체 스크린 수 11%를 자막 및 화면해설 영화가 상영되길 기대한다. 이를 위해 기술표준화 방안이나 자막 및 화면해설의 제작지침 등을 마련해 새로운 시스템 구축을 위한 토대를 갖추고 콘텐츠 제작 및 제작 영화의 의무화 등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 과정에서 자막 및 화면해설 영화 시스템의 폐쇄형 전환도 전면 시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에서 실시되고 있는 화면해설 영화 상영은 모두 개방형 시스템입니다. 비장애인과 장애인 서로 방해받지 않고 각자의 방식으로 영화를 편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폐쇄형으로 전환돼야 합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