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문화예술의 대중화를 꾀하고자 서울 중심가 광화문광장으로 진출한 ‘2017 장애인문화예술축제’ 마지막 날인 14일. 축제의 콘셉트인 ‘함께 해(偕), 즐길 락(樂), 울림 향(響)’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관객을 맞을 준비를 마쳤다.

14일 ‘2017 장애인문화예술축제’ 빛된소리글로벌예술협회 리허설 모습.ⓒ에이블뉴스

PM 12:00, “대중들의 관심, 장애예술인들에게 절실하답니다”

기자가 방문한 정오, 뮤지컬 리허설이 한참 진행되고 있던 시간. ‘The Last Concert’는 SBS 놀라운대회 스타킹 왕중왕에 오르면서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진 시각장애인 가수 김지호의 실화를 담은 작품으로, 빛된소리글로벌예술협회 배은주 이사장이 극본을 맡았다.

배 이사장은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A+스테이지 무대 위에서 12명의 배우가 리허설 하는 모습을 매의 눈으로 지켜보며 꼼꼼히 영상으로 기록했다. 기자를 만난 배 이사장은 장애인 대중예술은 돈보다 박수, 즉 ‘대중들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했다.

가수, 배우, 마술 등 총 33명의 단원을 직원으로 두고 있지만, 클래식 분야와는 달리 장애예술계에서 빛을 못 보고 있는 것이 현실. 지원도, 관심도 덜해 인건비를 위해서는 직접 발로 뛰어야 한단다.

특히 지난해 찾은 일본 장애인들의 ‘골드콘서트’ 속 열광하는 관객들의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배 이사장은 “정부지원도 없이 100% 유료 티켓을 구매한 관객들이 찾아왔다. 관객 중 70%가 비장애인”이었다“며 ”장애인 대중문화예술도 발전해서 더 많은 분들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관객 수준에 맞춰 콘텐츠를 만들고 기획하는 것이 우리들의 과제“라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가수 김지호씨. 리허설 공연과 무대 대기 중 모습.ⓒ에이블뉴스

PM 12:30, “무대는 많이 섰지만 콘서트에 도전하는 것은 처음이에요.”

시각장애인 가수 김지호 씨는 이번 콘서트를 위해 연습, 또 연습에 매진했다고 했다. 김 씨는 지난 2009년 ‘영혼을 울리는 목소리’라는 찬사를 받으며 SBS 스타킹에 출연해 3연승, 상반기 왕중왕전 우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간 보컬트레이너로도, 싱어송라이터로서 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무대가 고프다. 여전히 낮은 장애인 대중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으로 대형 기획사에서도, 무대도 벽이 높다. 김 씨는 “인식이 나아지긴 했지만 비장애인과 함께 할 수 없다는 인식이 여전히 많다. 시각장애인이 메이저 무대에 활동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열심히 하는 것이 해답”이라는 김 씨는 이번 콘서트는 축제의 취지인 ‘함께하는 즐거움의 울림’에 맞춰 사회적 이슈도 함께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현재 사회적으로 학교폭력이 이슈이지 않냐. 이번 뮤지컬에서도 극중 여주인공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해 손목을 그어 정신병원에 입원한 학생”이라며 “장애 인식 개선 뿐 아니라 10대 마음도 함께 힐링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각장애인 캐리커처 류영일 작가.ⓒ에이블뉴스

PM 1:30, “장애예술인들에게 힘든 점은 바로 생계가 아닐까요?”

한국장애인미술협회 ‘아트, 이음’ 부스에서 만난 시각장애인 캐리커처 류영일 작가는 이제 막 한 관객의 캐리커처를 완성했다. “영광입니다”고 꾸벅 인사한 관객이 떠나고 류 작가는 기자의 얼굴을 그려준다 했다.

시각장애 6급으로 오른쪽 눈이 실명된 류 작가는 직장을 다니며 휴일에 근처 장애인복지관에서 주로 예술 활동을 한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그림을 좋아했다는 그는 벌써 장애인예술에 발을 담은지도 벌써 13년째. 하지만 예술 활동으로서는 수입이 거의 없다.

2012 장애문화예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예술인의 82.18%가 발표의 기회를 갖지 못하며, 창작비용 지원을 가장 1순위로 꼽았다. 사회적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장애인문화예술정책 부재 속 예술적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

한국장애예술인협회는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에 창작지원금제도, 공공쿼터제 등이 담긴 ‘장애예술인 지원에 관한 법률’ 정책을 제안한 바 있다.

“나 뿐만 아니라 생계수단으로 예술 활동을 하는 것은 힘들다”며 너털웃음을 지으며 그는 캐리커처를 그릴 수 있도록 정면을 봐달라고 몇 번이고 주문했다. 5분여 끝에 캐리커처를 완성한 그는 “정면을 똑바로 안 봐서. 그래도 예쁘게 그렸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이어 “예술가들을 위해 나라에서 경제적으로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지적장애인 천다혜 씨가 밸리댄스를 선보이고 있다.ⓒ에이블뉴스

PM 2:45, “다혜가 끼를 발휘하고 배울 수 있는 무용단이 있었으면..”

햇볕이 내리쬐는 광화문 광장 A+프린즈 스테이지. 어쿠스틱 듀오 추억, 선호재용의 따뜻한 공연이 끝나고 쿵짝 쿵짝 화려한 무대가 펼쳐졌다. 밸리댄스복장으로 무대에 선 지적장애 3급 천다혜 씨는 관객들의 박수 속에 화려한 무대를 펼쳤다.

올해 24살인 다혜 씨는 올해 스페셜K 무용부분 장려상을 수상하며, 장애예술계 샛별로 떠올랐다. 이날 공연을 위해 그녀의 어머니 김봉자 씨와 경남 진주에서 올라왔다는데.

김봉자 씨는 “어릴 때부터 다혜가 TV앞에서 몸을 흔들길래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밸리댄스 춤을 가르쳤다”며 “현재 학교를 졸업하고 롯데시네마에서 일을 하며 학원을 다니며 예술가로서의 꿈을 키우는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혜 씨처럼 밸리댄스를 하는 장애무용단이 없어 앞길이 막막하다. 김 씨는 “아무래도 현재 밸리댄스를 하는 장애인이 없어서 다혜가 함께 할 수 있는 무대가 없다. 밸리댄스 무용단이 생겨서 다혜가 더 춤을 배우고 예술가로서 활약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2017 장애인문화예술축제’의 목표, 대중화를 꾀하는데 성공했을까? 땡볕과 더위로 취약했던 행사장이었지만, 가족과, 친구와 손을 잡고 프린지 공연도, 부스 체험을 찾는 관객들이 적지 않았다.

아이와 손을 잡고 부스를 돌며 체험을 한 김유정씨는 “볼일이 있어 서울에 왔는데 축제가 있길래 한번 와봤다. 평소 장애인예술에 큰 관심은 없었는데 여기와서 체험해보니 재밌고 아이도 좋아한다”며 “널리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4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17 장애인문화예술축제’ 마지막 날 모습.ⓒ에이블뉴스

14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17 장애인문화예술축제’ 마지막 날 모습.ⓒ에이블뉴스

14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17 장애인문화예술축제’ 마지막 날 모습.ⓒ에이블뉴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