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장애인들이 문화공연으로 민중가요에 맞춰 몸짓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다함께 부르는 노래에는 큰 힘이 있다. 정서적인 유대관계를 끈끈하게 하고 결속력을 다지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노래는 목적에 의해 만들어지고 불러졌다.

대표적인 것은 애국가부터 군가, 민주화운동을 대표하는 노래인 ‘임을 위한 행진곡’ 등이 있다. 행사의 식전 애국가를 부르거나 시민사회단체들이 집회를 하면서 민중가요를 부르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장애운동 진영 역시 대표하는 노래들이 있다. 이 노래들의 공통점은 장애인들이 처한 시대상황, 요구하는 핵심사안과 필요성, 이를 쟁취하기 위한 결연한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이다.

장애운동 진영을 대표하는 노래는 1994년 최초로 등장한 김호철 작사·작곡의 ‘장애해방가’다. 많은 사람들은 ‘장애해방가’를 장애운동 진영이 부른 최초의 노래라고 입을 모은다.

이 노래는 당시 장애인들이 겪는 차별을 투쟁으로 없애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장애해방가’는 만들어진 지 20여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일부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즐겨부르는 노래 중 하나다.

반토막 몸뚱이로 살아간다고 친구여 이 세상에 기죽지마라.

삐뚤어져 한쪽으로 사느니 반쪽이라도 올곧게

말뿐인 장애복지 법 조항마저 우리의 생존을 비웃고 있다.

노동으로 일어설 기회마저 빼앗긴 형제여

아 차별의 폭력 눈총을 깨고 400만의 힘으로 하나로

아 외쳐불러라 해방의나라 장애해방 참세상을

아 우리는 뼈아픈 고통의 시련마저 싸워 싸워야 승리하리라

장애등급제 폐지 내용을 담은 나쁘자나송을 작곡한 야마가타 트윅스터가 공연을 하는 모습. ⓒ야마가타 트윅스터

장애계의 오랜 숙원인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내용으로 한 노래도 있다. 지난 2014년 ‘민중 엔터테이너’ 야마가타 트윅스터가 작곡한 ‘나쁘자나송’이다.

나쁘자나송은 장애인의 삶을 억압하는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라는 내용의 노래다. 가사는 “자나, 자나, 나쁘잖아, 장애등급제 나쁘잖아/

자나, 자나, 나쁘잖아 부양의무제 나쁘잖아”가 전부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쉬운 가사로 따라 부르기 쉬운 것이 특징이다. 야마가타 트윅스터는 지난해 3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개최한 집회의 문화공연 가수로 참여해 나쁘자나송을 부르기도 했다.

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내용의 노래도 눈여겨 볼만 하다.

박태승씨가 작사·작곡하고 이광석씨가 부른 ‘장애인이동권쟁취가’. 이 노래는 지난 2001년 오이도 리프트 추락사고 이후 시작된 이동권 투쟁에서 많이 불렸다. 투쟁을 통해 이동권을 쟁취하고 인간답게 살아가자는 의미가 담겨있다.

차별과 억압을 운명으로 참아온 동지여

기나긴 침묵의 역사를 깨뜨려 나가세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기필코 승리하리라

장애해방의 첫 깃발이여 이동권쟁취 투쟁이여

지하철 사방에 뚫리고 버스가 넘쳐나고

우리에게는 또하나의 벽 감옥이 따로 없다네

투쟁으로 세상 열어가리라 이동권 쟁취하리라

온몸에 사슬을 묶어 물러서지 않겠다

투쟁으로 세상 열어가리라 이동권 쟁취하리라

온몸에 사슬을 묶어 물러서지 않겠다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고속시외버스 도입 등 이동권 투쟁을 하고 있는 장애인. ⓒ에이블뉴스DB

2002년 김호철씨가 작사·작곡한 ‘이동권연대 투쟁가’도 대표적인 이동권에 관련된 노래다. 이 노래에 담긴 의미 역시 연대와 투쟁으로 장애인의 이동권리를 쟁취하자는 것이다.

크리스마스 캐롤을 개사한 투쟁가도 있다. 민중가수 연영석의 노래 ‘시설은 아니다’이다. 노래의 원곡은 보니엠의 feliz navida. 장애인거주시설에 사는 장애인이 거리를 걷고 버스를 타는 평범한 사람처럼 살고 싶다는 내용을 담았다.

시설은 아니다

시혜도 아니다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봐도 시설은 아니다

시설은 아니다

시혜도 아니다

밖으로 나와 생각해봐도 정말 시설은 아니다

내일도 오늘같이 똑같은 하루

언제나 방구석에 껌딱지처럼

내 몸을 숨겨둔 채 그냥 살라하는데

미치겠다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처럼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처럼

난 그냥 당신처럼 어울리고 싶은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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