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휠체어 사용 장애인 좌석(기사 내용과 무관).ⓒ에이블뉴스DB

장애인 문화 권리는 생존에 필수적인 경제적 권리, 그리고 자유권인 정치적 권리조차 보장받고 있는 현실에서 어쩌면 ‘사치’가 아니냔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장애인차별금지법’에는 장애인이 문화·예술 활동에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정당한 제공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인권위 진정도 지난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전체의 3.5%를 차지하고 있고요.

“이게 장애인 차별 맞는 건가요?” 아직 명확한 차별에 대해 파악하지 못한 사업자들과 장애인들은 매번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최근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는 장애인 차별을 피할 수 있는 문화·예술에서의 장애차별 예방 매뉴얼을 펴냈습니다.

먼저 “장애인을 장애를 사유로” 불리한 대우는 당연히 차별입니다. 장애에 대한 무의식적 편견이나 혐오가 녹아있는 건데요. 다도와 꽃꽂이 강습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어느 문화센터의 경우, 한 언어장애인이 프로그램을 등록하려고 하자, 거부했습니다. 다른 수강생들이 장애인과 함께 강습받기를 꺼려할 것이라는 판단인건데요. 이는 ‘장애를 사유’로 한 불리한 차별이죠. 장애인 수강생에 대한 다른 수강생들의 혐오는 장애 수강생을 거부하는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습니다. ‘혐오’ 자체가 편견이기 때문입니다.

‘비장애인보다 장애인에게 더 많은 서류를 요구했다? 차별입니다!’

어느 공연장에서 대관을 하려면 대관 신청자는 신청서에 소속 기관에 대한 자료, 주요 공연자의 공연 이력서 등을 첨부해 제출해야 합니다. 그런데 어느 장애인예술단체가 대관 신청을 하려고 하자, 단체의 재정 상태에 대한 자료를 추가로 요구합니다. 공연장 측은 장애인예술단체가 재정상태가 좋지 못할 것이고, 그러면 대관료를 제대로 지불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 추가 자료를 요구한 건데요. 만약, 장애인단체가 아니었다면 추가 자료를 요구하지 않았겠죠.

반면,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장애인차별도 아니지 않냐! 라고 항변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물론 그렇지만, 정당한 사유의 폭은 좁습니다. ‘특정 직무나 사업 수행의 성질상 불가피한 경우’인데요.

‘정당한 사유? 도대체 어떤 게 정당한 사유에 속하는 건지 헷갈립니다.’

연주회 도중 발달장애인이 계속 괴성을 내서 다른 관객의 감상에 상당한 지장을 주고 있자, 부모에게 퇴장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는 분명 장애를 사유로 한 불리한 대우입니다. 그런데 실내 연주회에서는 연주 동안 관객은 불필요한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 불문율입니다. 다른 관객들의 음악 감상, 연주자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이는 연주회 사업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조치였고요. 이는 ‘정당한 사유’입니다.

다만, 참고적으로 미리 ‘다른 관객을 방해할 것’이라는 예측으로 발달장애인 가족에게 입장권을 내주는 것은 차별이 됩니다. 따라서 일단 관람하게 하고, 괴성을 지를 시 즉시 퇴장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러면 이 사례는 어떨까요? 조각칼과 전동공구의 사용이 필수적인 목공예 강습에 뇌병변장애인이 강습을 신청했습니다. 문화재단은 “안전 위협 소지” 이유로 등록을 거부했습니다. 정당한 사유가 아닙니다. 정당한 사유가 되려면 그 안전사고가 장애인의 안전에 실질적인 피해를 줄 수 있을 정도로 상당해야 하구요, 그 내용이 구체적으로 특정돼야 합니다. 만약 장애인에게 안전장구를 제공하거나 보조 인력을 제공할 경우 위험하지 않다면, 이에 대한 거부는 ‘정당한 사유’가 아닙니다.

‘한 장애인을 위한 편의가 너무 과도하게 비용이 든다면 거부할 수 있지 않나요? 그 기준은 뭐죠.’

장애인 편의의 비용이 ‘과도한 비용’이 든 다면 정당한 사유입니다. 하지만 비용이 많이 드는 편의라 하더라도 이용자의 숫자가 많다면 비용이 널리 분산돼 과도한 부담까지는 아닐 수 있습니다.

3층으로 이뤄진 대학 박물관의 1층과 2층은 전시실로, 3층은 고고학과의 강의실 및 강연장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곳은 승강기 없이 계단 이용만 가능한 곳입니다. 이 박물관 3층에서 유적 발굴 성과에 대한 발표 행사가 있었습니다. 이에 관심이 있는 휠체어 사용 장애인은 당장은 힘들지만 추후 승강기 설치 계획을 세워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당했습니다. ‘과도한 비용’ 그리고, 장애인이 많이 찾지 않는다는 이유였죠.

하지만 이 대학교는 학교 정책 상 장애학생이 많고, 이동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매년 꾸준히 고고학과에 진학중입니다. 결국 박물관은 많은 장애학생들이 이용할 상황을 고려해 승강기 설치를 결정했고요, 많은 이동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과도한 부담’은 아닙니다.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하는 문화‧예술사업자가 국가 및 지자체 소속 기관의 경우, 정당한 편의를 합리적으로 비용을 예측, 이를 상급기관에 요청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산 확보 노력 없이 단지 정당한 편의 예산이 없다는 말만을 번복한다면 이는 차별에 해당될 수 있겠죠.

또 정당한 편의 제공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매뉴얼이나 지침을 마련하고 담당 직원들에게 숙지하는 교육을 해야 합니다. 교육이 없다면 장애인과 교류한 경험이 없을 경우 당황할뿐더러, 정당한 편의도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겠죠. 당장 장애인이 없더라도 미리 예측해 안내정보를 점자화하거나 청각장애인 수화통역사를 미리 섭외해둔다면 갈등은 예방될 것이라 보입니다. 물론 장애인단체 등에 자문을 구하고, 고객 불만 절차 처리를 구축한다면 더 할 나위 없겠고요.

얼마 전 취재를 하면서 뮤지컬 등 공연예술계에서 아직 장애인 관객에 대한 편의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음을 발견했습니다. “장애인이 올 거 같지 않아서”라는 편견 이전에 “장애인이 오도록” 편의를 잘 갖춰놓는 노력이 선행되지 않을까요? “장애인이 올 수 있는” 문화‧예술계의 노력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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