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예술과 메세나(Mecenat). 우리나라에서는 너무나 생소한 단어의 만남이다. 메세나는 예술문화지원을 보호하고 지원한다는 의미의 프랑스어로 사기업이 시행하는 사회공헌활동의 개념으로 불린다. 소수의 기업에서 부분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인식 문제 등의 ‘높은 벽’에 부딪치고 있는 현실.

명지전문대학 문예창작과 차희정 외래교수는 8일 대학로 이음센터에서 열린 한국장애인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 주최 ‘2015 장애인문화예술축제 국제 세미나’에서 한국형 장애인예술메세나운동의 모형 개발을 제안했다.

명지전문대학 문예창작과 차희정 외래교수가 한국형 장애인예술메세나운동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에이블뉴스

■인식 부족, 장애인예술메세나 현주소=‘기업의 장애인 관련 사업에 대한 사회공헌을 아십니까?’, ‘글쎄요, 그게 무엇인가요?’ 차 외래교수에 따르면, 지난 6월15일부터 한 달간 총 187명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 결과 물음표를 찍는 사람들이 많았다.

장애인 대상 기업의 예술 문화 사업 및 프로그램에 대해 알고 있다는 응답이 47.1%에 달한 것. 어찌 보면 많은 답변 같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

장애유무와 직업별로 살펴보면 장애가 있는 연구자 및 장애인 관련 직업 종사자의 경우 각각 71.4%, 69.2%로 높은 반면, 장애인 관련 업종 이외의 사람은 20% 수준인 것.

‘알고있다’는 응답을 분석해보면 장애인의 예술 및 문화 활동 활성화를 위한 전시회를 가장 많이 알았으며, 장애인 관련 콘서트, 교육 프로그램 등이었다. 그 뿐 대부분의 사업에 관한 인지도는 낮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업의 예술 문화사업이 충분히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대답이 10명 중 9명 이상, 압도적으로 지원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홍보부족, 정보부족으로 인한 부분으로 충분치 않았으며, 기업에서 실시하는 장애인문화예술사업은 단기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

장애인문화예술 활성화를 목표로 한 기업의 과제로는 ‘장애로 인한 차별 없이 예술적 재능을 가진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 97.3%였다.

차 외래교수는 “일부 기업에서는 장애인의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나 정보가 없다. 향후 기업의 참여를 통해 장애인문화예술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장애인문화예술사업이 일반 대중에게 보편적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와 정보제공이 뒷받침되야한다”고 말했다.

■메세나 2% 의무화…후원고용제 ‘필요’=구체적으로 차 외래교수가 제언한 ‘한국장애인예술 메세나운동의 모형’은 공공분야와 기업분야로 나뉜다. 공공분야로는 장애예술인이 찾아가는 문화공연 기획, 문화누리카드 2% 장애인예술에 사용, 장애인예술 공공쿼터제도 등 3개 방안이 담겼다.

문체부의 찾아가는 공연이 ‘장애예술인이 찾아가는’으로 바뀌면 어떨까? 현재 찾아가는 문화공연은 소외지역, 군부대, 사회복지시설 등 수혜자가 65만 명으로 늘어나고 지원대상도 2200개소나 된다. 장애예술인에게 공연의 기회를 마련해주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

차 교수는 “문화소외계층에게 주어지는 문화누리카드의 2%를 장애예술인 작품을 구입하거나 관람한다면 장애인예술의 활로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며 “영화, 출판, 전시회, 공연 등 예술활동에 장애예술인들의 참여를 일정 비율로 정해 의무화하는 장애인예술쿼터제도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가령 문학을 예를 들면, 국가와 지자체 도서구입의 2%를 장애인 작품 도서로 구입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공공 전시시설 전시회의 2%를 장애인 미술품으로 구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것.

황무지와 다름없는 기업분야 장애인예술메세나 운동에서도 ‘2’의 기적이 있다. 차 외래교수는 기업의 메세나의 2%를 장애인예술로 지원하는 방안을 설명했다.

차 교수는 “한국메세나협회는 예술단체와의 파트너십을 이룬 기업의 문화예술 행사가 증가했다, 이와 함께 기업의 자체 문화예술 인프라를 활용한 운영비 투입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며 “이렇게 증가하는 메세나 지원금의 2%를 장애인예술에 지원한다면 장애인예술이 현격하게 활성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4년 기업의 문화예술지원금 1771억의 2%인 35억을 한국메세나협회 차원에서 장애인예술 지원 항목을 만들어 의무화하는 방법도 필요하다는 것.

또 눈에 띄는 부분은 장애예술인 고용제도다. 장애예술인 창작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장애인고용을 인정해주는 방식이다. 이외에도 장애인문화공헌 프로그램 신설, 장애인예술 기업 설립 등도 함께 들었다.

사회공헌정보센터 곽대석 소장, 한국메세나협회 이충관 사업국장.ⓒ에이블뉴스

■“장애예술인들, 기업의 마음을 움직여야”=장애인예술메세나운동에 대해 토론자들도 대체적 공감을 표하며, 구체적으로 운동이 가야할 길을 제시했다.

사회공헌정보센터 곽대석 소장은 한국기업의 사회공헌활동 현황을 들며, 성과에 집중하는 기업의 특성상 기업의 경영철학과 욕구에 맞춘 전략적 고민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곽 소장이 이날 소개한 기업사회공헌지출규모는 2010년 2조8000억원, 2011년 3조8000억원으로 증가했다가 2013년 2억80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경기에 민감하게 기업의 사회공헌활동비가 줄어든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만큼 기업은 성과를 내야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곽 소장은 “기업들의 사회공헌 예산 지출을 보면 전통적으로 복지분야의 취약계층 지원이 가장 많고 문화예술 분야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며 “성과를 내야 하는 구조상 장애인문화예술은 기업들에게 좋은 기회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곽 소장은 “철저하게 해당기업의 철학과 기업미션을 분석해서 성과로 이뤄질 수 있게 전략적 협력이 필요하다. 문화예술 영역의 예산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잘 활용한다면 분명 결과를 낼 수 있다”며 “참여기업의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기획과 품질과 서비스로 승부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메세나협회 이충관 사업국장도 “장애인예술 후원 고용제도 도입에는 적극 동의한다. 기업의 실리적인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실제 장애예술인에게도 기업후원 유치에 필요한 새로운 수단을 제공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기업 지원금의 일정비율을 장애인예술 지원에 할당하자는 방안은 의무화할 수단이 없기 때문에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사업국장은 “하모니카 연주자인 전제덕은 태어난지 보름만에 시력을 잃었지만 피나는 노력으로 최고의 경지에 올랐다. 수 많은 고정 팬을 확보하고 있고 스탠다드차타드의 메세나 프로그램 후원으로 공연과 앨범 제작을 한 사례가 있다”며 “역량을 갖춘 예술인재들을 키워내고 기업들이 성과를 인정할 때 후원도 필연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노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8일 대학로 이음센터에서 열린 ‘2015 장애인문화예술축제 국제세미나’ 전경.ⓒ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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