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는 아무도 원치 않지만 언제 누가 어떻게 해서 장애를 입을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 사는 세상에는 일정비율의 장애가 발생한다. 이미 오래전에 유엔에서도 사회인구의 10%는 장애인이라고 추정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2013년의 경우 인구 5천만 명에 250만명이 등록 장애인이니 5%정도는 된다.

MBC 드라마‘여자를 울려’. ⓒMBC

그런데 누구나 장애인 되면 그 이유나 원인을 찾게 된다. 기독교에서는 장애를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기 위함이라 하고 불교에서는 전생의 업보라고 한다. 기독교인도 불교인도 아닌 사람들은 운명이고 팔자라고 한다.

장애인 중에는 이유와 원인이야 어찌되었든 절망과 자포자기를 반복하면서 세상과 부모를 원망하다가 짧게는 몇 년, 길게는 10여년이 흐른 후에야 스스로 그 굴레에서 벗어나와 세상에 나서는 이들도 있다.

2013년 기준으로 등록한 장애인 2백5십만 명 정도라는데 통계청의 2011년 자료에서 장애원인을 보면 선천적 원인이 9.1%이고 출생시 원인이 0.7%, 질환에 의한 후천적 원인은 44.4%, 사고에 의한 후천적 원인은 33,9%이고 그 외 원인불명이나 모른다가 11,9%이다.

장애발생원인. ⓒ통계청

이 자료에 의하면 질환에 의한 후천적 원인이 44.4%라고 하는데 이 가운데 소아마비가 있다.

‘소아마비는 폴리오(polio) 바이러스에 의한 신경계의 감염으로 발생하며 회백수염(척수성 소아마비)의 형태로 발병한다. 예방 접종이 효과적으로 시행되면서 발생률이 감소하여, WHO는 1994년 서유럽에서, 2000년 우리나라를 포함한 서태평양 지역에서 소아마비 박멸을 선언하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폴리오바이러스는 사람의 입을 통해 들어와, 인두나 소장의 림프조직에서 증식하다가 혈관을 매개로 하여 체내에 퍼져나가 척수전핵세포 등의 감염으로 대부분이 하지마비 증상이 나타나는데 간혹 상지마비가 오기도 한다.

‘폴리오바이러스’는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존재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해방 전후부터 발병하기 시작해서 1950년, 6.25 무렵부터 소아마비는 전국을 강타하기 시작해서 1970년대까지 기승을 부린 것 같다.

그동안 필자는 많은 소아마비 장애인을 만났다. 일단 폴리오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증상이 나타나면 특별한 치료약은 없었다. 그러나 소아마비에 걸린 사람들이 어떻게 해서든지 낫게 해 보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증상이 조금씩 완화되기는 했었다.

WHO에서는 2000년에 대한민국의 소아마비 박멸을 선언했다. 가끔 동남아 등에서 소아마비가 한 두명 발견된다는 뉴스를 보기는 했지만 실제로 필자는 젊은(40세?) 소아마비 장애인을 만난 적이 없다.

정덕인의 시댁식구와 황경아 소개. ⓒMBC

MBC에서 '여자를 울려'라는 주말 드라마를 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강진우(송창의 분) 집안과 정덕인(김정은 분) 집안의 가족들이 서로 얽히고설키는 이야기다.

정덕인은 전직 형사였으나 아들을 잃은 후, 강진우가 교사로 재직하는 학교 앞에서 밥집을 운영하고 있다. 정덕인은 황경철의 아내인데 남편 황경철은 오래 전부터 집을 나가 강진우의 막내 여동생과 동거를 하면서 아내 정덕인에게 이혼을 요구한다.

정덕인의 남편의 가족들, 즉 시댁에는 시어머니 복례(김지영 분), 큰아들 황경철(인교진 분), 둘째아들 황경수(진선규 분) 세째아들 황경태(지일주 분) 그리고 외동딸 황경아(한보배 분)가 있다.

MBC 드라마 '여자를 울려'는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현재의 이야기인 것 같은데 경철의 막내 여동생 경아는 소아마비 장애인이다. 경아는 미용사를 지망해서 힘들게 미용사 자격증을 땄지만 소아마비로 인해 미용사가 되지 못하고 동네 미용실에서 알바로 허드렛일을 한다.

'여자를 울려' 등장인물에 나이가 명시되어 있지 않아서 정확한 나이는 알 수가 없지만 황경아는 동네 미용실에서 미용사도 되지 못한 채 손님들의 머리를 감기고 수건이나 빠는 아가씨로 나오는데 황경아의 나이는 과연 몇 살이나 되었을까?

'여자를 울려'에서 황경아의 나이는 25세~35살 정도일 것 같지만, 아무튼 황경아는 소아마비 장애인이다. 황경아의 나이가 몇 살이든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니까.

그런데 소아마비 장애인 황경아의 나이보다 더 어이없는 내용이 있다. 한 지인이 '여자를 울려'에 소아마비 장애인이 나온다며 한번 보라기에 지난 회 차를 다시보기 700원을 지불하고 다시 보았다.

황경철의 패륜적인 발언. ⓒMBC

정덕인의 남편 황경철이 덕인에게 이혼을 요구하자 경철의 어머니 복례는 절대 그럴 수 없다며 아들의 이혼을 반대한다. 그러자 아들 경철은 어머니에게 “엄마나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배운 것이 없었다."며 ”배운 게 있다면 절대로 엄마,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는 것뿐이었어요.“라고 한다.

어머니는 아들의 말에 어이없어 하면서도 그 때는 먹고 살기 바빴다고 하자 “그렇게 바쁘신 분들이 왜 경아를 낳으셨냐?”고 하더니 “남들처럼 키우지도 못할 거면서 덥석덥석 낳으셨냐고요?“라며 대든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요즘 세상에 소아마비로 다릴 저는 애가 어디 있어요?”다.

그래, 맞다. 요즘 세상에 소아마비는 없다. 그리고 장애의 이유와 원인이야 여러 가지이고 처음에는 누구나 남의 탓으로 돌리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겠지만 장애인 당사자도 아닌 오빠가 여동생의 장애가 얼마나 한이 맺혔으면 어머니에게 대들까? 그것도 이혼을 반대하는 어머니에게.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장애의 원인은 하나님의 영광도 아니고, 전생의 업보도 아니고, 개인의 운명이나 팔자도 아니고 국가와 사회의 책임으로 누군가는 입어야 할 필연이다. 따라서 오늘 내가 장애인이 아니라고 해서 누군가의 장애를 비웃거나 조롱해서는 안 된다. 그 사람은 나의 장애를 대신하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런데 '여자를 울려'에서 어머니 복례에 대한 황경철의 말은 어머니에게 무례하게 대드는 폐륜일 뿐 아니라 장애인복지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라 심히 유감스럽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장애는 누구의 탓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므로 그 책임에 대한 의무도 당연히 국가와 사회가 져야 할 것이다. 많은 이들이 보는 공중파 방송의 드라마라면 시청자들에게 왜곡된 사고를 심어주어서는 안 될 것이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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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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