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을 강탈당했다며 바로잡아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김준엽(뇌병변장애) 시인. ⓒ에이블뉴스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

나는 나에게 많은 날들을 지내오면서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어보겠지요

그러면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사람을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이들을 사랑하겠습니다.

이렇게 시작하는 시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은 20년 전 김준엽(뇌병변장애) 시인이 쓴 작품이다.

김준엽 시인은 중증 뇌성마비로 손가락 하나조차도 의지대로 움직여지지 않아 펜을 입에 물고 시를 써서 2011년 첫 시집 “그늘 아래서”를 출간했고, 새해 두 번째 시집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보치아 국가대표선수로 ‘2014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출전을 앞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구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3학년에 재학하고 있다.

이처럼 시인으로, 운동선수로, 사회복지전문가로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장애인문학지 솟대문학(발행인 방귀희)에 “작품 저작권을 강탈당했다. 세상에 알려 바로잡아 줄 것을 바란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이유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시 7편을 제출하기 위해 가장 아끼는 작품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김준엽 시인의 활동보조인이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이 인터넷상에서 좋은 글로 사랑받고 있는 시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 확인을 했더니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으로 이름을 바꾸어서 윤동주, 정용철, 작가미상으로 떠돌아다니고 있다는 것.

솟대문학은 신속히 이 문제를 처리하기로 정한 뒤 사실 관계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김준엽 시인은 20여년 전 하이텔 사이버문단을 통해 자신의 시들을 발표하며 문학 활동을 하던 중 1995년 봄 서울의 한 출판사에서 시집 발간 제의를 받고 작품을 보냈다. 하지만 출판사가 문을 닫게 되어 시집 출간도 못하고, 작품도 돌려받지 못했다.

몇 개월이 지난 뒤 알 수 없는 상황이 일어났다. 월간 ‘좋은 생각’ 1995년 9월호에 게재된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이란 제목의 시가 김준엽 시인의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과 유사한 점이 많았던 것.

솟대문학은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이란 제목의 시는 좋은 생각 발행인 정용철 시인의 작품으로 게재됐다”면서 “정 시인은 ‘인생이 끝날 때’로 제목을 수정해 발표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 인생에 황혼이 오면’이란 제목의 시는 작자미상을 인터넷상에 떠돌아다니고 있고, 가장 많이 알려진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의 경우 윤동주, 정용철로 작가가 표기되는 등 김준엽 이란 작가의 이름은 어디에도 없다”고 덧붙였다.

방귀희 발행인은 “김준엽 시인의 작품이 윤동주의 작품으로 둔갑한 것은 그만큼 작품이 우수하다는 증거”라면서도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이 김준엽 시인의 작품임을 밝혀 저작권을 바로잡아 주기 위한 법적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방 발행인은 또한 “이 같은 작품 도용 사례가 적지 않기에 장애인들의 작품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준엽 시인의 ‘내 인생에 환홍이 들면’, 정용철 시인의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윤동주로 알려졌으나 작자 미상인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이다.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

김준엽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

나는 나에게 많은 날들을 지내오면서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어 보겠지요.

그러면 그 때 가벼운 마음으로

사람들을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이들을 사랑해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

나는 나에게 많은 날들을 지내오면서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어 보겠지요.

그러면 그 때 자신 있게

열심히 살았다고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여 살아가겠습니다.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

나는 나에게 많은 날들을 지내오면서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 없느냐고 물어보겠지요.

그러면

그 때 얼른 대답하기 위해

지금 나는 사람들에게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않아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

나는 나에게 많은 날들을 지내오면서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물어 보겠지요.

그러면 그 때 나는 기쁘게 대답하기 위해

지금 내 삶의 날들을 기쁨으로 아름답게 가꾸어 가겠습니다.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

나는 가족에게 많은 날들을 지내오면서

부끄러움이 없느냐고 나에게 물어보겠지요.

그러면 그 때 반갑게 대답하기 위해

나는 지금 가족의 좋은 일원이 되도록

내 할 일을 다 하면서 가족을 사랑하고 부모님께 순종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

나는 나에게 많은 날들을 지내오면서

이웃과 사회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했느냐고 물어 보겠지요.

그러면 그 때 나는 힘주어 대답하기 위해

지금 이웃에 관심을 가지고 좋은 사회인으로 살아가겠습니다.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

나는 내 마음 밭에서

어떤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느냐고 물어 보겠지요.

그러면 그 때 자랑스럽게 대답하기 위해

지금 나는 내 마음 밭에 좋은

생각의 씨를 뿌려 좋은 말과 좋은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워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정용철 (좋은 생각 발행인)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에게 물어 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 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이들을 사랑해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 때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도록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며 살아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 없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 때 얼른 대답하기 위해

나는 사람들에게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 때 나는 기쁘게 대답하기 위해

지금 내 삶의 날들을 기쁨으로 아름답게 가꾸어 가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가족에게 부끄러움이 없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 때 반갑게 대답하기 위해

나는 지금 좋은 가족의 일원이 되도록

내 할 일을 다하면서 가족을 사랑하고 부모님께 순종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이웃과 사회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 때 나는 힘주어 대답하기 위해

지금 이웃에 관심을 가지고 좋은 사회인으로 살아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어떤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 때 자랑스럽게 대답하기 위해

지금 나는 내 마음의 밭에 좋은 생각의 씨를 뿌려

좋은 말과 좋은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워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윤동주로 알려졌으나 작자미상

내 인생의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가 있습니다.

내 인생의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는지에 대해 물을 것입니다

그때 나는 가볍게 마음으로 대답하기 위해

지금 많은 이들을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의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대답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말아야 겠습니다

내 인생의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나는 그때 기쁘게 대답하기 위해

내 삶의 날들을 기쁨으로

아름답게 가꿔 나가겠습니다

내 인생의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어떤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나는 사랑스럽게 대답하기 위해

내 마음 밭에 좋은 생각의 씨를 뿌려놓아

좋은 말과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워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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