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장막의 한장면. ⓒ제주장애인연맹

PD수첩 방송을 보고 인화학교 홈페이지에 항의의 글을 남겼었다.

2011년 10월 PD수첩은 2005년 “은페된 진실, 특수학교 성폭력사건”의 후속편으로 “도가니, 영화보다 아팠던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인화학교의 당시 모습을 다뤘다.

인화학교 농아인 성폭행 가해자 6명 중 2명이 공소시효가 끝났다는 이유로 학교로 복직했고, 한 명은 아직도 교사로 재직한다는 내용이었다.

학생들 역시 다시 학교의 울타리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다큐제목처럼 ‘둥근장막’ 안에서 악마와 숨쉬어야 하는 현실을 다룬 내용이었다.

현재 인화학교는 폐교되었고, 내가 글을 남겼던 학교 홈페이지도 없는 상태다. 또한, 2006년도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행정실장(64)는 12년 징역을 선고받았다. 2005년부터 인화학교성폭력대책추진위원회에서 활동하기 시작하여 2012년에 이르러서야 학교가 폐쇄되는 등의 성과를 이룬 것이다.

'둥근장막'은 2005년 인화학교 성폭력 문제를 확인하는 시점부터의 기록영상을 담담히 풀어내며 그 속에서 고통과 절망, 희망을 그리는 이야기이다.

학생이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교장, 행정실장, 교사 등 성폭행을 당하고, 그 사실을 선생님께 관리자에게 얘기해도 입막음 되고, 사학체계안에서는 그저 덮어야 하는 일이었고 성폭행뿐만이 아니라 폭행, 살인등이 자행된 천인공노할 일들이 벌어졌다.

2005년 성폭력사건대책위원회가 꾸려지고 경찰에 조사되고 기소가 되어도 악마와 같은 어른들이 2006년 쉽게 풀려나는 현실을 봤을 때 농아학생들은 일반아이들이 당해도 이랬을까 하는 생각에 실망하고 장애인 차별로 받아들였다. 함께 사건을 고발한 어른들은 어른대로 어른이라는 것이 치욕스러움을 맛보았다고 소회하고 있다.

대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는지...

공지영 작가는 그것을 ‘카르텔’로 설명하고 있었다. 저 악마같은 사람이 교장도 되고, 경찰서장이 되어서 서로를 돕고 쉬쉬해주는.... 카르텔. 청각장애 아동을 자신의 딸과 똑같게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인간성의 결여.

그 카르텔을 깨고 학교 폐쇄를 이끌어낸건 결국 여론이었고, 상식을 가진 보통 사람들의 접근이 사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되었다.

여론이 들끓기 전부터 직접 양심과 상식에 의해 일을 해온 활동가, 김영일 선생님 외 교직원, 수화통역사, 모두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무엇보다도 '둥근장막'을 용감하게 헤쳐나가고 있는 아이들에게 감사를 보낸다.

'둥근장막'을 통해 광주인화학교에서 폭행뿐만이 아니라 교육의 부재, 고등학교 졸업장을 줄 수 없는 상태에서 학생을 속여 고등학교 3년을 다니게 하여 가짜 졸업장을 주는 등의 사기와 같은 행태를 버젓이 저지르는 행태를 고발 하고 있다.

졸업생이 사회에 참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현실과 함께 학교교육의 부재가 사회참여를 어렵게 하는 점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우리 사회 전체가 사학법인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개혁을 통해 장애학생들이 교육에서 소외받지 않도록 법 개정 등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는 계기가 되길 빈다.

‘제13회 제주장애인인권영화제는 14일부터~16일까지 제주영상미디어센터에서 개최되며, 총 24편의 다양한 영상이 상영된다. 자세한 사항은 제주DPI(064-757-9897)로 문의하면 된다.

*이글은 수화통역사 최인순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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