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 7기 유럽팀인 '나는 예술가다'는 지난 8일 오전 10시 반, 지적 장애 및 학습장애인 권리 옹호 지원 단체인 Mencap 산하의 예술 교육 단체 Art Spider의 런던 지부를 방문하며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Mencap은 '지적 장애인의 목소리(the voices of learning disability)'를 슬로건으로 1948년 설립된 단체로 전세계적으로 가장 큰 지적장애인 권리 옹호 단체 중 하나이다. Mencap은 지적 장애인을 지원해 직업 및 사회 통합을 증진시키고자 하며, 캠페인을 통해 지적 장애인이 독립된 주체로 사회 일원이 되는 일을 돕고 있다.

나는 예술가다' 팀은 Mencap Art Spider의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Gus Garside 씨를 London의 Mancap 근처 한 펍에서 만났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쌀쌀한 초가을 날씨, 첫 공식일정으로 바짝 긴장한 팀원들은 Garside와 함께 근처 펍으로 이동했다. Garside가 인도한 펍은 휠체어 장애인이 많이 이용하는 곳인듯 입구에 경사로가 놓여있었고, 펍 내의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는 간이 리프트가 설치되어 있었다. 따뜻한 홍차와 함께 인터뷰를 시작했다.

'나는 예술가다' 팀은 9월 8일 오전 10시 반 Mencap Art Spider를 인터뷰하며 본격적인 연수를 시작했다. ⓒ서유랑

Mencap은 지적 장애인 대상의 공동체 역할을 하는 동시에 3개의 대학(영국에 2곳, 웨일즈에 1곳)을 운영해 지적 장애인의 대학 진학을 돕고 직업 훈련을 하며 지적 장애인들이 자신들만의 공동체에서 나와 지역 사회에 통합되어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특히 Mencap은 지적 장애인의 스포츠와 예술을 지원하는 일을 중점 사업으로 두고 있으며, Art Spider가 Mencap의 산하 기관으로 예술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Mencap Art Spider는 지적 장애인의 예술 교육을 기관 내의 프로그램으로 국한시키지 않고, 지적 장애인의 예술 활동을 위해 필요한 'Doing Art 예술 활동 가이드'를 제작해 타 지적 장애인 단체와 예술가 단체에 정보를 제공하는 일도 하고 있다. 또한 예술 교육을 하며 예술 지도자 교육을 하고 있어, 지적 장애인이 활동을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무엇보다 Mencap의 슬로건인 '지적 장애인의 목소리'는 프로그램들에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

"지적 장애인 예술 교육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지적 장애인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주체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지적 장애인의 목소리를 추측하고 넘어가지 않도록 지적 장애인이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한 단어와 그림을 통해 정확하게 전달받고자 한다. 예술은 지적 장애인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 중 하나이다."

Mencap Art Spider의 목표는 단순히 지적 장애인을 훈련시키는 것이 아니다. 학교와 예술단체와 협력해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여 현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예술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독립적인 예술가로 성장한 장애인들이 주류 예술가와 통합되어 장애인 예술이 질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Mencap Art Spider의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이다.

Mencap Art Spider는 테이트 모던(TATE Modern) 리버풀 미술관과 3년 간 지속적으로 함께 활동하고 있다. 이 곳에서 10명의 지적 장애인 예술가가 자신들의 경험담을 소개하며 책자를 제작했고, 그 중 2명이 어시스턴트로 고용되었다. 단순히 프로그램 참여가 아니라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고용으로 연결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지적 장애인과 지역 사회와의 교류에 앞장서고 있다.

"우리는 참여하는 지적 장애인들이 목표를 최대한 높게 잡을 것을 요구 한다. 각 개인의 목표가 다르지만 개개인이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여기에는 '실제로' 참여하는 장애인이 동일한 출발선 상에 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지적 장애인 그룹 내에서도 인종이나 성, 나이 등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각 개인에게 알맞는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는 복합 장애를 가진 지적 장애인이나, 소수 인종 장애인, 젊은 지적 장애인에 대한 지원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장애인 예술 지원의 정당성을 묻는 '나는 예술가다' 팀에게 Garside 씨는 장애의 의료적 모델과 사회적 모델을 비교해 설명했다.

영국은 1970년대 장애에 대한 개인적이고 의료적인 모델을 넘어서는 '사회적 모델'의 이론적 틀을 마련했다. 사회적 모델의 성장은 에이블 아트가 싹을 틔울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우리가 이용하는 이 펍에 간이 리프트가 있다. 사회적 모델이 의료적 모델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이렇게 장애인들이 부딪히는 일상 생활에서 시작한다. 사회적 모델은 장애인의 문제가 우리 모두의 문제이며 사회 전체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Mencap Art Spider가 예술 활동을 통해 추구하고 하는 가장 단순한 목표인 지적장애인의 소통 역시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기회만을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사회에 통합될 지적 장애인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것은 모두가 책임져야 할 일이다."

Gus Garside 씨는 지적 장애인과의 예술 소통은 사회 전체가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서유랑

예술의 가장 큰 역할은 소통이다. 미술 작품은 관람자와 소통하며, 연극은 관객과 소통한다. 지적 장애인의 예술은 메타포로서가 아니라 직접적으로 사회와 '소통'하는 역할을 한다.

지적 장애인의 예술 활동을 지원해 소통의 싹을 마련한 Mencap Art Spider는 '나는 예술가다' 팀과 사회 전체에 지속적인 소통에의 노력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지적 장애인과의 소통은 어떤 방식으로 가능한가. 이어서 방문한 L'Arche community의 워크샵에서 그 단초를 찾을 수 있었다.

L'Arche community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생활 공동체로 전 세계 30여 개국 130개 이상의 커뮤니티로 형성된 비영리단체이다. 영국 내에 10개의 지부를 가지고 있으며 공동 가정 생활 중심으로 일과 활동을 공유한다.

우리가 방문한 Bogner Regis 커뮤니티는 극단 Riding Lights Theater Group과 연계하여 'Dance and Drama Workshop'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워크샵을 통해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제작된 영화는 유튜브를 통해 대중들에게 공개되는데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대중들에게 알려지고 있다. 우리는 같은 날 오후 2시 Dance and Drama Workshop에 참여했다.

워크샵에 참여한 참여자들은 대부분 지적 장애를 가진 장애인들로 가장 먼저 간단한 노래와 율동을 통해 서로를 소개했다. 이후 가게에서 물건을 사는 상황을 설정해 서로 물건을 주고 받는 연기를 하기도 했고, 소리나 몸짓을 통해 동물 이름을 맞추기도 했다. 워크샵이 끝나고 담당자인 Christina 씨와 간단한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워크샵에서 가장 중요한 목적은 다른 참여자와의 소통이다. 각자가 서로 다른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서로 잠시동안이지만 대화를 하며 소통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적 장애인의 경우 자기만의 세계에 갇히기 쉽기 때문에 작은 그룹 내에서도 소통이 중요하다. 오늘 참가자 중 한 명은 고양이를 설명하기 위해 혀로 앞발을 햝는 흉내를 냈다. 이것은 우리가 가르친 것이 아니다. 개개인에게 자극을 주며 소통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이끌어낸다."

L'Arche community는 소통 이외에 지적 장애인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고 있다. 커뮤니티 내에서 만들어진 그림이나, 바느질, 요리 작품을 통해 일한만큼 돈을 제공하며 지적 장애인의 자존감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L'Arche community의 활동은 참여하는 지적 장애인 뿐만 아니라 스텝으로 활동하는 비장애인들에게도 중요한 소통의 장이 된다. 지적 장애인과의 소통이 비장애인들에게 어떠한 의미가 될 수 있는지를 Christina 씨에게 물었다.

"처음에 일을 시작할 때 많은 고민이 있었다. 하지만 워크샵을 계속하며 참여하는 지적 장애인에게 모티브를 얻어 프로그램을 발전시킬 수 있다. 소통은 주고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떠한 때에 누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를 늘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소통하는 법은 우리의 삶을 더 완전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한다."

'나는 예술가다' 팀은 L'Arche community의 Dance and Drama Workshop에 참여했다. ⓒ서유랑

'나는 예술가다' 팀은 본격적인 연수의 첫 일정으로 두 개의 지적 장애인 예술 단체를 방문하며 예술의 중요한 역할로서 '소통'에 대해 다시금 정리할 수 있었다. 우리의 가장 중요한 고민 중 하나는 왜 장애인에게 예술이 필요한지를 정리하는 일이었다. 장애인의 예술을 말한다는 것이 아직까지는 배부른 고민은 아닐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기본적인 권리들에 장애인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소통 수단으로 우리는 장애인의 예술을 말한다. 이어지는 연수 일정을 통해 장애인 예술과 관련된 이슈들을 정리하며, 우리는 소통의 주체로 '장애인 예술인의 자립'을 말하고자 한다.

이글은 2011장애청년드림팀’ 유럽팀의 문영민 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서울대 화학부 04학번,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석사 진학 예정. 커피와 고양이, 책을 좋아하고 식상함과 무기력을 싫어하는 스물다섯의 귀차니스트. 다년간의 관악산 휠체어 라이딩으로 다져진 팔근육과 연약해 보이고 싶다는 욕망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지체장애인. '대중의 과학화'를 꿈꾸며 멋진 저술가가 되고 싶은 평범한 과학도. 내게는 일상인 풍경들 속에 나 역시 풍경으로 비춰질까, 부조화한 이방인으로 비춰질가 오늘도 고민-ing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