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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느끼고 세상을 듣는 노래

강주수의 '재밌는 수어 노래교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1-04-18 11:31:06
듣지도 못하고 말을 할 수도 없는 사람들은 의사소통을 어떻게 할까. 보디랭귀지(body language) 즉 침묵의 언어 또는 몸짓언어라고 불리는 손짓 발짓 몸짓 그리고 표정 등으로 감정이나 뜻을 전달하게 된다. 얼핏 들으면 말 할 수 없고 들을 수 없는 언어․청각장애인을 떠올리겠지만 우리말을 듣고 쓰고 읽을 수 없는 다른 나라 사람들도 우리말을 배우기 전에는 보디랭귀지를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사회에는 우리말을 잘 몰라서 의사소통이 어려운 다문화가정이 많다. 그런 다문화가족들에게 우리말과 글을 가르치는 사람들의 노고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다문화가족들에게 좀 더 쉽게 우리말을 가르칠 수가 있고, 다문화가정의 외국인들도 우리말을 더 쉽고 재미있게 배운다고 한다.

왜? 어떻게 해서? 바로 강주수의 ‘재밌는 수어노래교실’ 덕분이란다. 강주수 씨가 10번째 수어 책 '재밌는 수어노래교실'(하나출판사)을 펴냈다. 강주수 씨는 30년 전에 수어를 처음 배웠고 대학에서 10년 넘게 수어를 가르치면서 그동안 수어로 표현한 노래가 200곡쯤 된다고 한다.

강주수(춘해보건대학 사회복지과 겸임교수) 씨는 부산KBS, 부산지방법원 부산고등법원 등의 수화통역사로 활동하면서 1998년부터 수어 책을 발간하기 시작했으며, 10년 안에 10권의 수어 책을 쓰겠다는 서원(誓願)을 세웠고, 13년째인 올 봄에 10번째로 ‘재밌는 수어노래 교실' 을 발간하게 되었다.

그는 부끄럼이 많아 소극적이고 다른 사람 앞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는 학생, 복도에서 교수와 마주쳐도 인사도 제대로 못하는 학생, 무대 공포증으로 벌벌 떠는 학생 등 내성적이며 소극적인 학생들에게도 수어를 가르쳤고 수어동아리를 지도했었다. 그는 학생들에게 수어노래를 가르치면서 그들을 격려하고 지지하는 사이에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삶을 사는 학생들을 보면서 흘러간 7080세대 노래를 비롯하여 요즘 유행하는 노래, 뽀뽀뽀 등 모두 48곡을 담았다.

이런 노래들을 선곡하는 과정에서 우리 민족 애환과 설움, 애달픈 사연, 사랑과 기쁨, 슬픔과 안타까움 등 삶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노래들을 골랐다는 것이다. 책에 실린 48곡을 전부 수화로 배우게 되면 수어 500단어 정도를 익히게 되어 언어․청각장애인과 대화가 가능해지는 수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책이 나오고 보니 다문화가정 주부들에게 더 요긴하게 사용되더라는 것이다.

음악은 흩어진 우리를 하나로 만들어주는 친구이고 문화는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라 국적을 뛰어넘고 시대를 초월하는 언어가 노래라는 것이다. 수어를 모르는 사람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수어로 표현하며 또 다른 문화와 소통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추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추억의 경험들이 축적되어 혹시라도 언어․청각장애인이나 보디랭귀지를 사용하는 다문화가족들을 만나게 되면 축적된 경험들을 요긴하게 사용하여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 불교수화, 소리나눔 사랑나눔 수화, 의료수화, 아기 손말, 생활수어, 응급수어, 아이 사랑 손말, 의료수어, 민원수어 등을 차례로 펴내 왔다. 그의 수어 책은 실제 생활에 곧바로 적용 되는 실무적이고 실용적인 수화를 익히도록 하였는데 누구의 지원도 받지 않고 줄곧 자비로 책을 발간하는 희생도 아끼지 않았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아직도 언니들이 도와주고 있어요.”
그는 집안의 막내였고 수어 책 발간은 언니들의 지원을 받고 있단다. 그는 수어 책 10권을 서원했는데 이제 그 서원은 이루어졌지만 아마도 서너 권은 더 써야 될 것 같단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모든 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아니 된다고 되어 있지만 언어청각장애인에게는 아직도 먼 얘기 같기만 하단다.


“ ‘내 마음이 들리니’라는 드라마를 봤는데 언어․청각장애인 엄마를 위해 딸이 수어를 하고 있던데 딸이 하는 수어의 옳고 그름을 떠나 어떻게 다른 사람들이 엄마를 비롯해서 딸의 수어를 다 알아 볼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실제로 농아가 있는 집안의 식구들도 수어를 잘 모를 뿐 아니라, 간혹 친한 형제들은 정식 수어가 아닌 그들만의 보디랭귀지로 소통하기도 합디다.”

심지어는 언어․청각장애인 학교에서도 정식으로 수어를 가르치지는 않아서 수어는 학교 선배 또는 동료들과 의사소통을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는데 그래서 수어는 지방마다 차이가 나는 등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차별금지법 준수 이전에 누구나 사고와 질병으로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장애인들과 소통하며 더불어 살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는 말하지 않으면 잘 모르는 언어․청각장애인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단다.

“말은 잘 할 줄 몰라도 수어 동작은 소통 효과가 훨씬 크기 때문에 외국인들도 한글을 배우는 것에 비해 수어노래를 빨리 배우고 이해하는 것 같아요.” 노래를 동작으로 하다 보니 가사 기억하기가 좋아서 우리 문화와 우리말을 익히는 데에 수어 노래만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번에 나온 책 ‘재밌는 수어노래교실’은 언어․청각장애인 뿐 아니라 다문화가정 주부들이 이미 활용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수어보급을 위해서 다문화 가정 뿐 아니라 합창단 등에서도 수어노래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란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수어노래 한 두곡쯤은 부를 수 있었으면, 그래서 언어․청각장애인과 함께 하는 강주수 씨의 수어에 대한 사랑이 우리들 가슴에 조금씩 묻어나오기를 바라본다.

*강주수 수화통역사는 언어․청각장애인들이 사용하는 수화도 국어나 영어처럼 그들이 사용하는 하나의 언어로 봐야하기 때문에 수화(手話)가 아니라 수어(手語)를 고집하고 있다.

* 이 내용은 문화저널21(www.mhj21.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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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남 기자 (gktkr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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