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여수세계박람회 예행연습에 참석한 중증장애인. ⓒ박종태

'2012 여수세계박람회'가 오는 12일부터 8월 12일까지 전남 여수시 여수 신항 일대에서 '살아 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이라는 주제 아래 열린다.

박람회조직위원회는 105개국, 10개 국제기구, 30여개 지자체가 참가하고 내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정도가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400여개의 프로그램, 8000여회 이상의 문화공연 및 이벤트를 준비해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적인 국제행사를 즐기기 위해 방문회장을 방문하는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시설 설치 수준은 어떨까? 제1차 예행연습이 열린 지난달 28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와 박람회장을 방문해 점검해 봤다. 점검 결과를 2회에 걸쳐 연재한다.

박람회장은 모든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로 장애인주차장의 경우 공사 중이었으며, 장애인화장실을 비롯한 곳곳의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수준은 매우 부족했다.

조직위가 밝힌 '장애인, 노약자 등을 위한 편의시설 및 박람회장 운영계획'에 따르면 8개의 전시관에는 화물용 엘리베이터 4기를 포함해 총 30기의 엘리베이터가 운행된다. 실제 관람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는 한국관 2기, 주제관 2기, 아쿠아리움 2기, 국제관A∼D 18기, 스카이타워 2기다.

장애인화장실은 실내외를 합쳐 총 남성장애인화장실 51개, 여성장애인화장실 50개, 남녀 공용 장애인화장실 9곳이 마련돼 있다.

장애인·노약자센터도 정문, 1문 오동도입구, 3문 KTX입구, 4문 아파트입구 옆에 각각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는 장애인과 노약자의 관람 편의를 지원한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안내촉지도는 한국관에만 8개 설치됐고, 가로 폭 1.2m의 장애인용개찰구가 설치됐다. 또한 5개소의 종합안내소 등에 수화가 가능한 인원을 배치한다.

이처럼 조직위가 박람회장을 찾은 장애인 관람객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장애인화장실의 수준은 국제행사라는 타이틀을 붙이기 부끄러웠다.

■국제관=코엑스보다 3배 큰 전시관으로 박람회에 참가하는 국가들의 전시공간이다. 장애인화장실은 국제관 곳곳에 남녀로 구분돼 설치됐다.

공통적으로 출입문이 터치식자동문이기 때문에 출입이 편리했다.

내부는 손 닦고 말리는 핸드드라이어가 없고 휴지를 빼서 손 닦는 자동롤핸드타올이 설치됐다. 손이 불편한 중증장애인의 이용에 불편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중증장애인들이 몸을 기댈 수 있는 용변기 등받이가 없었다.

위급한 상황이 발생 했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비상호출버튼과 휴지걸이는 사용하기 편한 위치에 설치됐다.

미국 및 일본관 앞 장애인화장실의 경우에는 더 많은 문제점이 발견됐다. 휴지걸이가 용변기 뒤쪽에 설치돼 있고, 나갈 때 눌러야 하는 터치식출입문이 턱 위에 설치돼 있어 손이 불편한 중증장애인들은 손이 닿지 않아 사용하기 힘들었다.

또한 시각장애인들에게 성별을 알려주는 점자촉지판과 그 팀에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었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비장애인화장실을 이용하기 때문에 비장애인화장실에 설치해야 한다.

■스카이타워=이곳에는 장애인화장실이 남녀로 구분돼 마련됐다.

남성장애인화장실의 경우 내부에는 비상호출버튼, 휴지걸이가 사용하기 편한 위치에 설치됐다.

반면 세면대의 용변기 방향 손잡이가 고정식으로 높낮이를 조절해 사용해야 하는 중증장애인들의 이용이 힘들었다. 또, 용변 후 물을 내리려면 손으로 버튼을 눌러야하기 때문에 손이 불편한 중증장애인들은 사용하기 힘겹다.

여성장애인화장실은 출입문이 자바라로 손이 불편한 장애인, 휠체어장애인 등의 장애인의 불편을 초래했다. 내부에는 비상호출버튼이 없고, 자동 물 내림 장치가 없어 용변 후 손으로 버튼을 눌러 물을 내려야 했다.

한편 스카이타워 꼭대기에는 중증장애인들이 급하면 사용할 수 있도록 남녀장애인화장실이 각각 마련돼 있다.

■주제관=주제관에는 해양베스트관에 장애인화장실이 남녀로 구분돼 마련돼 있다.

공통적으로 내부에는 아이들 용변기, 베이비시트, 기저귀교환대 등이 설치돼 있다. 설치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간이 협소해 휠체어장애인들의 원만한 이용이 어려워 보인 점을 생각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특히 비상호출버튼은 심한 손 떨림 등이 있는 장애인들이 위급한 상황이 발생해 도움을 청하려할 때 사용하기 불편한 전화기인터폰이다. 여기에 휴지걸이와 용변기 뒤 등받이가 없다.

이 밖에도 남성장애인화장실의 경우 시각장애인에게 성별을 알려주는 점자촉지판과 그 밑에 점자블록이 설치됐다. 이는 비장애인남성화장실에 설치해야 한다.

■야외 장애인화장실=박람회장에는 야외에 곳곳에 남녀로 구분된 장애인화장실이 마련돼 있지만 가장 문제가 심각했다.

공통적으로 출입문은 미닫이문으로 타원매입손잡이로 손이 불편한 중증장애인은 사용할 수 없고, 목발 짚은 장애인도 불편하다. 타원의 홈에 손가락을 넣어 문을 열어야 하기 때문이다.

내부는 넓지만 중증장애인들이 몸을 기댈 수 있는 용변기 등받이가 없고, 비상호출버튼은 사용하기 불편한 위치에 설치됐다. 또한 손을 닦고 말리는 핸드드라이어가 없고, 손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휴지를 빼서 손을 닦는 자동롤핸드타올이 설치돼 있다.

오동도 1문 장애인·노약자안내센터 옆 야외 여성장애인화장실의 경우에는 출입문인 미닫이문이 설치된 용변기 손잡이에 걸려 반 밖에 열리지 않았다. 남성장애인화장실에는 용변기 양 옆에 설치돼야할 손잡이가 하나 밖에 없었다.

점검 중 만난 한 휠체어장애인은 "국내 전시행사보다 장애인화장실의 이용이 불편하다"면서 "남여공용장애인화장실의 경우 세계인들에게 망신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조직위 담당자는 야외 장애인화장실과 관련 "완전한 설치가 아닌 임시로 설치한 것"이라면서 "강동석 조직위원장이 장애인 편의시설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담당자는 미국·일본관 외부의 남녀공용장애인화장실 마련과 관련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는 상태였다.

지난달 28일 방문했을 때 국제관A·B의 공사가 한창이었다. 개장이 얼마 안남아 예행연습에 들어갔는데 공사가 왠말인지 모르겠다. ⓒ박종태

국제관의 미국 및 일본관 앞 남여공용장애인화장실. 입구 벽면에 시각장애인에게 성별을 알려주는 점자촉지판과 그 밑에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은 비장애인화장실을 이용하기 때문에 비장애인화장실에 설치해야 한다. ⓒ박종태

국제관의 미국 및 일본관 앞 장애인화장실 내부에는 휴지걸이가 용변기 뒤쪽에 있고, 중증장애인들이 기댈 수 있는 용변기 등받이도 없다. ⓒ박종태

국제관의 미국 및 일본관 앞 남여공용장애인화장실 내부에 설치된 출입문 버튼. 턱 위에 설치돼 있어 중증장애인들이 누르기 힘들다. ⓒ박종태

야외 장애인화장실 내부는 공통적으로 용변기 손잡이가 간격이 넓고, 용변기 등받이 및 손을 닦고 말리는 핸드드리어가 없다. ⓒ박종태

스카이타워 여성장애인화장실 출입문은 자바라로 문 잠금장치도 없다. ⓒ박종태

해양베스트관의 장애인화장실의 비상호출버튼은 인터폰전화기로 손이 불편한 중증장애인들은 사용할 수 없다. 휴지걸이 및 용변기 뒤 등받이도 없다. ⓒ박종태

야외 곳곳에 설치된 장애인화장실의 출입문은 미닫이인데다, 타원매입손잡이 때문에 손이 불편한 중증장애인들의 사용은 힘들다. ⓒ박종태

1문 오동도 장애인·노약자센터 옆 야외 여성장애인화장실의 미닫이 출입문은 용변기 손잡이에 걸려 약 반 밖에 열리지 않는다. ⓒ박종태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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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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