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 1급 중증장애인 한규선(48)씨는 지역사회에서 어울려 사는 것이 소망이라고했다. ⓒ에이블뉴스

“새해소망이요? 남들처럼 영화도 보고 맛있는 커피도 한잔 사먹고 내가 원하는 스타일대로 옷도 한번 골라보고 싶어요. 그저 평범하게 살아보는 게 꿈이라면 너무 진부한가요?”

뇌성마비 1급 중증장애인 한규선(48)씨는 ‘새해소망이 무엇이냐’고 묻자 평범하게 사는 것이라고 답했다. 평범한 삶이 무엇이냐고 다시 물었더니 “보통 말하는 ‘튀지 않고 남들만큼만 살고 싶다’가 아니라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현재 김포시에 위치한 석암베데스다요양원에서 살고 있다. 시설에서 옷도 배급해 주고 끼니때마다 식사도 제공하지만, ‘선택할 수 없는 삶’은 그에게 언제나 시설 밖 생활을 꿈꾸게 만들었다. 자유롭지 못하고 반복되는 생활 패턴에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혼자 외출할 수 있게 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고.

“이렇게 혼자 외출하게 된 것도 불과 얼마 전부터예요. 시설에서는 혼자 외출했다가 다칠까봐 걱정해서라고 했어요.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다치는 것보다 두려운 것은 시설 안에 처박혀 동물처럼 지내는 거예요.”

그는 얼마 전부터 자신이 생활하고 있는 시설을 향한 투쟁을 시작했다. 시설측이 시설생활인들의 동의 없이 지금보다도 훨씬 더 외진 곳으로 이전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씨는 자신과 뜻을 같이 하는 동료 6명과 함께 이전 반대를 위한 활동을 진행 중이다.

이달 초부터는 감리감독 기관인 양천구청 앞에서 1인시위도 벌이고 양천구청 관계자들도 만나 자신들을 뜻도 전달했다. 한씨는 “예전처럼 무조건 조용히 살고 싶지는 않다. 무엇보다 올해는 이런 문제들이 원만하게 해결되어 동료들이 인권침해를 받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자립생활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당장은 시설을 나오기가 어렵다. 가족들과 살기 어려워 시설로 들어온 것이라 가족들에게 돌아갈 수도 없고, 자립생활을 하자니 살 집도 없고, 생계비도 없다.

“인터넷을 통해 장애인 신문을 보면서 장애인복지에 대한 이념이 많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러면서 자립생활에 대한 꿈도 꾸게 되었지요. 시설 밖에서 살 수 있는 여건만 된다면 언제든지 나가고 싶어요. 시설장애인들의 대부분은 시설에서 나가기를 원해요.

하지만 자립생활은 최중증 장애인들에게는 그저 꿈같은 이야기일 뿐이에요.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자립생활을 쉽게 말하기 어려워요. 전반적인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무턱대고 나갔다간 굶어죽죠. 언젠가는 사회적 여건이 갖춰져 원하는 장애인들 누구나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꿈꿔요. 그저 더불어 살고 싶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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