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립시각장애인협회 사무실 안쪽에는 시각장애인이 안전하게 쓸 수 있는 주방이 꾸며져 있다. ⓒ김혜림

한국장애인재활협회가 주최하고, 보건복지부와 외교부가 후원하는 ‘2015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의 시너지(Synergy)팀이 지난 11일부터 '장애 부모의 출산과 양육'이라는 주제로 런던과 리즈 지역에서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시너지 팀은 장애인으로서 직접 아이를 양육한 경험이 있는 시각장애인 Mary Madison을 인터뷰하기 위해 14일 런던의 왕립시각장애인협회(Royal National Institute of Blind people, RNIB)를 방문했다.

사무실을 들어서자마자 눈에 띈 것은 입구에서부터 시작되어 두 개의 방을 가득 채운 다채로운 보조기구들이었다. 인터뷰에 응해준 Mary는 장애 부모와 관련된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RNIB가 보유하고 있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조기구들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시각장애인은 물건을 사용할 때 시각을 활용하기 어려우므로, 대신 세 가지 정도의 방법을 사용한다. 바로 '대화(talking), 소리, 촉각'이다.

사무실 안쪽에는 시각장애인이 안전하게 쓸 수 있는 주방이 꾸며져 있었다. 이곳의 전자레인지나 오븐, 계량 저울과 같은 전자기기들은 대개 대화를 이용한 기기로 저울에 밀가루를 올려놓으면 몇 파운드인지를 직접 음성으로 설명해주는 등의 방식이었다.

또한 머그잔에 꽂아 두고 컵에 물을 받으면 물이 넘치지 않도록 적당한 양을 인식하여 알려주는 등 음성 대신 다른 소리를 이용하는 기구도 있었다.

이 밖에도 기존의 주방 도구들은 대부분 하얀색 등으로 색깔이 비슷하기 때문에 시각장애인들이 분별하기 어려운 점을 보완하기 위해 식기 밑에 깔 수 있도록 진한 색깔의 매트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거의 모든 도구들이 만져서 용도를 빠르게 파악 가능하도록 디자인 되어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왕립시각장애인협회에 시각장애인을 위해 비치된 기기. ⓒ김혜림

주방을 나오면 복도에는 저시력 시각장애인들이 글을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확대 카메라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카메라로 글과 그림을 촬영하면 실시간으로 모니터에 확대해 보여주는 기기로, 개인의 필요에 따라 약 3배부터 70배까지 다양한 배율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

또한 디지털 타입이 아닌 문서를 카메라로 비추면 이를 자동으로 음성으로 바꾸어 읽어주는 기계도 있었다.

이러한 도구들은 가격이 비싸지만 만약 직장을 가지고 있다면 정부에서 펀딩을 받아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이 가능하다고 했다.

IT 기술의 발전에 의해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혜택을 받게 되었으며, 장애를 보조하는 첨단 도구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에서는 장애인들이 거주 지역의 병원에 장애와 관련된 진단을 받으면, 의료진이 장애인을 전문가와 연결해주어서 개인에게 필요한 보조기구를 판단하고 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려준다.

또한 RNIB에 진열되어 있는 각종 보조기구들 역시 시각장애인들이 직접 체험하고 사용해볼 수 있게 되어 있다. 시각장애라는 하나의 유형 안에서도 색깔이나 빛이 구분 가능한 장애나 저시력 장애 등 다양한 경우가 존재하는 만큼 단일한 보조기구만으로 도움을 주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인 Mary는 자신의 집에서는 이러한 보조기구들이 모두 완비되어 있어 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다고 이야기 했다.

RNIB에 준비된 다채로운 보조기구들은 비장애인들의 편의성만으로 장애를 구분하지 않고 개인의 다양한 상황과 환경에 따라 어떤 도움을 제공할 것인지 판단하는 영국 장애 복지의 일면을 보여주는 듯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첨단기술의 혜택이 세계의 부유한 10%에게 주로 주어지는 것처럼, 장애인을 위한 보조기구들 역시 이러한 기구를 사용할 수 없어서 소외되는 사람들이 있지 않는가 하는 고민이 필요해 보였다.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복지 혜택이 뛰어난 영국에서도 보조기구를 무상으로 받을 수는 없고 약간의 지원금을 받아 장애인이 기구를 구입하는 데에 보태어 사용하는 방식이므로 이러한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을 것으로 생각됐다.

어떻게 하면 장애인의 삶을 돕는 아이디어들이 소외되는 이들 없이 모든 장애인의 삶에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우리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몫으로 남겨야 할 것이다.

*이글은 ‘2015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 ‘시너지팀’의 김초엽 팀원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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