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대표. ⓒ에이블뉴스

13일 현재 지난 6월 4일 시설에서 나온 8명의 장애인들이 서울시에 자립생활지원책 마련을 요구하며 39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을 돕는 사회복지시설비리척결과탈시설권리쟁취공동투쟁단(이하 탈시설공투단) 등은 그동안 서울시측과 공식·비공식 면담을 가졌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7일 서울시의회 시정질문 자리에서 중앙정부와 보조를 맞추어 정책을 시행하겠는 기조를 밝혔고, 지난 9일에는 장애인단체 간담회를 열어 자립생활정책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가 진행되는 동안 탈시설공투단 등은 탈시설 당사자들이 빠진 기만적인 간담회라고 시위를 벌였다. 탈시설 운동을 벌이고 있는 장애인들을 대표해 유일하게 간담회에 초대받았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대표를 지난 10일 만나 간담회 결과를 들어봤다.

- 9일 열린 간담회는 그동안 탈시설공투단이 요구한 오세훈 서울시장 면담 요청에 대한 답변인가?

박경석 대표(이하 박): 서울시는 그렇다고 얘기하고 있다.

- 탈시설을 중심으로 진행된 건가?

박: (단체별로) 아주 다양한 얘기가 나왔다. 탈시설만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각 단체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얘기했고 시설을 더 지어달라는 단체도 몇몇 있었다.

- 시설 신축을 원하는 이유는 뭐였나.

박: 요양이 필요한 최중증 장애인들에게는 시설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면서 시설에서 좋은 경험도 있다고 근거를 댔다.

- 그 외에 어떤 내용들이 오갔나.

박: 여러 단체장들의 입장을 돌아가면서 이야기 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탈시설을 중심으로 답변했는데 먼저 우리가 집회하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는데 ‘서울시가 탈시설에 동의하고 준비하고 있는데 왜 계속해서 집회를 하느냐’는 것이었다.

또 완전한 탈시설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생계를 해결할 수 있는 장애인고용, 이동권 관련해서 무장애 환경, 주거문제, 시민의 인식 변화 등이 선행돼야 하는데 이런 것들이 한꺼번에 해결될 수 없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결국 속도의 차이, 우리가 너무 급진적이라고 얘기했다. 자립주택과 관련해서는 복지부와 논의해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 자립주택과 관련해서 구체적인 계획에 대한 언급은 없었나?

박: 임대주택에 시설 장애인이 입주하는 조건, 제도개선의 문제는 복지부와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말하자면 복지부로 책임을 떠넘긴 거다. 그 부분은 분명 제도개선이 필요한 것이고 그 모든 것이 바뀐 후에 자연스럽게 탈시설이 이뤄지나? 지금 당장에 서울시가 준비할 수 있는 것들이 있고 그것이 주거지원이다.

서울시가 제도와 관계없이 SH공사를 통해 독자적인 주거정책을 펴듯이 시가 의지만 있다면 시설 장애인 혹은 자립을 원하는 재가장애인을 위한 자립주택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탈시설 5개년계획을 만들어 실행하자는 것이다.

- 자립주택에 대해 명확히 설명해 달라. 체험홈이나 그룹홈과 다른 점이 뭔가?

박: 먼저 소유에 대한 문제가 다르다. 체험홈이나 그룹홈은 위탁형태로 복지관이나 시설에서 운영되고 관리되는 것 아닌가. 관리나 종속관계에서 거주하지 않고 싶은 많은 장애인들이 있고 위 2가지 형태는 다양한 자립생활 정책의 변화 속에서 필요한 문제이지 자립주택의 대안으로 이야기 될 것은 아니라고 본다.

- 체험홈이나 그룹홈이 자립생활의 완충역할을 할 수 있지 않나?

박: 그런 역할은 자립주택에서 거주하며 지역의 IL센터 등 인프라를 이용하거나 지자체에서 자립생활지원을 이뤄지는 환경을 만들면 되는 것이지 자립주택과 체험홈, 그룹홈이 비교대상이 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엄연히 다른 문제다.

결국은 장애인들을 위한 주택물량과 예산확보의 문제로 귀결되는데, 시설 신축에 사용되는 돈을 활동보조서비스나 자립주택정책 지원금으로 사용해야 한다. 시간, 속도와 같은 거시적 문제로 몰아갈 것이 아니라 시가 정책 의지를 가지고 당사자들의 의견을 담아 입주자격, 장애인 우선권 부여를 시행한다면 자립주택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본다.

-향후 계획은?

박: 아직 내부 논의를 거치지 않아 확정된 것은 없다. 수일 내로 농성을 접진 않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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