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지난 7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한 국제세미나 전경. ⓒ에이블뉴스

많은 선진국에서는 개인의 선택권을 강화하는 추세로, 예산의 권한을 부여하는 방법을 사용해 서비스를 유연하게 제공하고 있다.

장애인이 주어진 예산에 따라 천편일률적으로 제공되는 복지가 아니라 스스로가 주어진 예산을 가지고 사용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한 ‘미국·호주의 자기주도프로그램과 한국적용 가능성 국제세미나’에서는 미국의 자기주도프로그램 도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선택·자율성 강조된 미국 ‘자기주도프로그램’=이날 미국 보스톤 칼리지 케빈 마호니 교수, 이화여자대학교 전혜상 교사는 미국의 자기주도프로그램을 발표했다.

미국 보스톤 칼리지 케빈 마호니 교수(사진 좌)와 이화여자대학교 전혜상 연구교수(사진 우)가 미국의 자기주도 프로그램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미국의 자기주도프로그램은 일종의 영국 개인예산제와 같은 것으로 자립에 필요한 포괄적인 예산권한을 장애당사자에게 주는 것을 말한다. 1980년도에 시작됐고, 처음 3개주를 시작으로 점차 늘어나 지금은 50개 주에서 실시되고 있다.

이용자의 장애 정도에 따라 현금급여가 제공되고, 월 한도 내에서 본인에게 주어진 범위에 따라 자유롭게 쓸 수 있다.

미국 내 각 주에서는 목표, 정치적인 상황 등 특성에 따라 고용과 예산의 권한 범위가 각자 다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

기존의 사회복지사, 관계자들이 서비스를 결정하고 공급하는 방식이었다면 자기주도 프로그램은 이와는 정 반대의 개념이다.

자기주도 프로그램은 선택과 자율성을 강조하고 있다. 만약 내가 가정방문 서비스 대상자라면 기존에는 주어진 서비스만 받아야 했지만 이 제도 안에서는 서비스를 줄이거나 받지 않고 몇 달간의 돈을 모아 불편한 화장실을 개조할 수 있다.

또한 지금 이 서비스를 받는 것 보다는 화가의 꿈이 있는 내가 붓과 물감을 사 삶의 질이 나아진다면 그것도 가능하다.

이 같은 자기주도 프로그램은 이용자에게 예산 권한과 함께 고용 권한도 부여된다. 고용권한의 경우 서비스 전달에 대한 개인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예컨대 서비스 전달자에 해당하는 활동보조인이라든지 요양보호사를 직접 고용·해고할 수 있다.

자기주도 프로그램은 크게 네 가지로 이뤄진다. 개인별 맞춤 예산, 카운슬링 서비스, 재정관리 서비스, 서비스 및 위험관리다.

개인의 장애 정도에 따라 필요한 예산이 주어지고, 예산이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위해 카운슬링 과정에서 서포트 브로커가 나서 필요한 계획을 작성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한다.

서포트 브로커는 장애인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있다면 지역에서 연계 자원을 찾아 연결시키는 역할까지 모두 수행하게 된다. 또한 미국의 경우 세금 계산이 굉장히 복잡하기 때문에 재정관리 서비스가 필요하게 되고, 예산이 잘 쓰여 지는지 모니터링하기 위해 서비스 및 위험관리도 포함된다.

(왼쪽부터) 서울IL센터 발달장애인자조모임 박현철 총무, 성공회대학교 이동석 외래교수,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윤삼호 정책위원. ⓒ에이블뉴스

■국내 도입 공감…지원시스템 중요=토론자들은 예산 선택의 권리를 부여하는 이 같은 자기주도프로그램의 국내 도입에 공감을 나타내며, 적용에 있어 지원시스템 마련 등의 의견을 내놓았다.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발달장애인자조모임 박현철 총무는 “자기주도프로그램이 우리나라에 도입하게 된다면 발달장애인들 할당된 돈을 지급받고 원하는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면서 “사회에 참여하게 되는 상태가 되는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시설에 있는 장애인도 시설에 주는 돈을 장애인에게 주면 장애인이 상황에 따라서 옷을 사고 싶을 때 사고 세금 내는 법만 알면 직접 세금도 낼 수 있다”면서 “발달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사회적 지위를 얻으며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공회대학교 이동석 외래교수는 “국가가 장애인에게 돈을 쓰겠다고 했을 때 그 돈은 전문가에게 가게 된다. 결과적으로 돈의 통제자가 전문가가 되는 것”이라면서 “어차피 장애인에게 쓰라고 돈을 주는 것이면 돈의 주인은 장애인이 되는 게 맞다”고 도입에 공감을 표했다.

이어 “영국의 개별예산제가 지원체계가 없어 가입자가 줄어드는 것을 고려할 때 미국과 같은 자기주도 프로그램을 도입하려면 반드시 처음부터 완벽하게 갖추고 가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지원시스템을 갖추는 게 중요한데, 발달장애인을 고려한다면 의사소통 지원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동석 외래교수는 또한 “품질관리 등도 중요한데 IL센터 같이 장애인을 위한 옹호기관에 위탁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윤삼호 정책위원은 “한국의 500만명의 장애인이 있다면 500만개의 서로 다른 욕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국의 장애인복시서비스의 내용들은 굉장히 획일적이어서 유연성이나 융통성이라고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한 뒤 “이런 시점에서 장애인들의 집단 권리, 보편적인 주장보다는 개인의 욕구로 가야 할 시점”이라며 도입에 동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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