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과 연계된 쎄라피 서비스 클리닉(Therapy Service Clinic)에서 감각통합치료를 받고 있는 장애아동. ⓒ정봉근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새롭게 임명된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야심차게 내놓은 첫 장애인 관련 사업은 다름아닌 장애아동 재활치료 바우처 서비스 사업이었다. 기존 참여정부 때 지방 정부를 중심으로 장애 아동의 재활치료비의 일부를 지원하던 것을 바우처 제도로 도입하면서 기존에 적용이 되었던 물리치료,작업치료를 제외하고 심리치료, 운동치료, 언어치료 등 의료보험 적용 외 재활관련 서비스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변경하였고 수급자 역시 전국가구 평균소득 50%이하(4인 기준 1,956천원)를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 지원 금액 역시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최대 월 22만원을 지원하고 있으나 1회 서비스 비용을 3만원에서 4만원 정도로 책정하고 있는 것을 볼 때 터무니 없이 낮은 지원 금액이라고 하겠다. 가구당 월 소득수준 외에는 장애의 특성도, 장애의 정도에 대한 분류도 전혀 갖추고 있지 않고 제공되는 치료서비스의 질을 평가한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한다. 즉 장애아동 치료비를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내세운 홍보성 사업임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4개월이 지난 지금 장애아동 부모들이 거리로 나섰다. 바로 정부 기관의 현실성 없는 장애아동 재활치료서비스 정책을 바로잡기 위해서다. 더군다나 같은 시간에 몇몇 장애아동 부모들은 장애아동 지원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 미국,캐나다 등 선진국으로 이민을 알아보고 있다. 왜 그들은 고국을 떠나 이민을 결심하게 된 것일까? 우리나라에서 장애인 부모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척이나 많은 희생을 강요당한다. 장애아 부모 대부분은 사회에서 자리를 잡기도 전에 장애아동을 키우느라 일손을 놓은 채 활동 보조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더군다나 이러한 장애인 부모들의 역할은 아이가 성장해 가면서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죽는 그날까지 계속되는 것이다. 장애 아동 보다 하루만 더 살고 싶다던 어느 한 장애아동 부모의 말을 떠올리면 국내 장애아동 부모들의 가슴속 애환을 절실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세인루이스 한 병원의 장애아동치료실. ⓒ정봉근

그런데 이러한 어려움이 미국 장애아동 부모들에게는 조금 덜한 것 같다. 미국은 부모의 소득 수준에 관계 없이 장애아동이 적절한 발달상의 의료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다각도로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 의료보호제도는 특수교육 뿐만 아니라 직업교육등 장애인이 전 연령에 걸쳐서 국가의 의료재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잘 연계되고 있다. 저소득층의 경우에는 국가에서 직접 치료비를 전액 지원하게 되고 고소득자의 경우에도 민간 의료보험에서 똑 같은 수준의 치료비 지원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장애아동 부모들에게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사회공적부조인 메디케이드는 저소득층을 위한 국가 의료 보호시스템이다. 산모의 출산 뿐만 아니라 미숙아 지원, 인큐베이터 사용, 처방약에 이르기 까지 신생아의 발달상의 장애를 최소화 하기 위한 조기 치료 비용을 국가가 전액 부담하는 것이다. 희귀성 질환이나 자폐 등 발달장애를 가진 경우, 백혈병이나, 기형 등 신체적 장애, 그 밖에 정신적 장애를 동반한 경우에도 모든 치료에 대해서 국가가 부담하게 된다. 이들 장애아동 의료비에는 혈액 투석, 장기 이식, 중환자실 진료, 외래 진료, 방사선 진단 및 병리검사, 안과 검진 및 안경처방 등 고가 진료비가 함께 포함되어 있다.

무엇보다 장애 특성 및 장애 아동의 발달적, 질병적 상태에 대한 의료적 진단, 치료의 필요성 유무 등에 관한 판단 규정이 존재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치료지원이나 의료비의 청구는 상상하지 못한다. 반면에 메디케이드가 사용되는 공간은 병원 시설 뿐만 아니라 사설 치료 기관 및 특수학교로 다양하며 물리치료, 작업치료, 언어치료등 재활치료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미국 CMS 아동 메디케이드 및 의료보험가입 소득기준. ⓒ정봉근

저소득층의 메디케이드 신청 역시 가구 구성원 수에 따라서 그 기준이 다양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산층인 경우에도 장애아동 치료지원의 혜택에서 제외되지 않도록 별도의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즉 가구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이라서 메디케이드를 신청할 수 없는 경우 주마다 운영하고 있는 아동 건강보험 프로그램 CHIP(Children’s Health Insurance Program)을 통해 메디케이드를 대신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저소득층 - 4인가족 기준 월수입이 $1,833 (약 200만원) 이하인 경우- 메디케이드 에 해당하고, 월수입 $3,675 (약400만원)인 경우에는 아동건강보험프로그램 CHIP을 이용해서 장애아동 재활치료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다.

그밖에 장애아동 가족을 위한 공적 부조로 장애아동연금제도가 있다. 고용이 힘든 성인 장애인들에게 지급되는 연금을 18세 미만 장애 아동 가구에 지급하는 것으로 장애인 본인이 한 달에 $980 이하의 소득이 있는 경우에 자금 지원을 받게 된다. 이와 같은 장애 아동 국가 지원 시스템은 철저하게 효율성을 감안한 정책이다. 바로 장애아동의 지원을 국가가 앞장서서 지원하면 장애아동 부모들이 지속적으로 직업활동을 통해 소득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장애아동 한 명을 똑 같은 국민으로 인식하고 그들 가족이 갖게 되는 부담을 줄이는 것을 당연시 하고 있다. 이와 달리 국내에서는 어떠한가? 선거 표를 인식하고 고령자 암 치료비 전액 지원은 생각할 수 있어도 장애아동 재활치료비 무상지원에 대해서는 쉽게 대안을 마련할 수 없는 것이 무능한 정부기관의 모습이다.

국내에서 시행중인 재활치료서비스 바우처사업을 살펴보면 첫 번째 문제점으로 "장애아동 정책을 마련하는 과정에 있어서 전문 인력의 부재" 이다. 장애아동지원 정책을 개발하고 지원하는 부서에 장애아동을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 어떤 발달상의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지? 그 내용을 이해하고 있는 전문인력이 없다. 행정 사무직의 공무원들이 주어진 정부기관 예산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만 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이루어 지는 재활치료서비스의 질적인 부분이나 장애아동 부모들의 서비스 만족도 등을 자세히 살필 길이 없는 것이다. 오로지 바우처 제도를 통해 장애아동 재활치료비 지원 예산 지급이 지역 치료서비스 제공기관으로 투명하게 이루어 지고 있는 지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두 번째 문제점으로 들쭉날쭉한 기관별 장애아동 재활 치료비와 의료보험지원의 제한을 이유로 들 수 있다. 이번 재활치료서비스 지원에서 제외된 물리치료, 작업치료는 의료보험급여의 지원을 받는다. 실제 보험관리공단에서 병원으로 지급하는 금액은 일회 치료당 1만원이 조금 넘는 적은 액수이다. 치료사 대 아동 일대일로 진행되는 치료의 특성을 고려할 때 터무니 없이 낮은 의료 수가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다 보니 재활 병원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재활의학과에 장애 아동 치료실을 조그맣게 마련해 두고 있지만 장애아동 치료 수요를 채울 수 있을 만큼 그 규모가 충분하지가 못하다.

더군다나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 언어치료는 의료행위로 분류되어 있지도 않아서 의료보험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고 100% 본인 부담이다. 그러다 보니 장애아동 부모의 월 평균 치료비는 족히 30만원이 넘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장애인 부모님들이 찾는 곳은 거주지 근처 장애인 복지관이다. 복지관에서는 좀더 저렴한 비용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 마저도 대기 아동들로 넘쳐난다. 그 다음에는 사설 기관이다. 발달연구소 등의 간판을 내걸고 학원기관으로 등록되어 있는 이들 사설기관의 치료비는 정해진 액수도 없이 비용이 이곳 저곳 천 차 만별이다. 치료가 과학적 근거에 입각한 것인지? 치료가 제대로 이루어 지는지? 치료사의 자질은 신뢰할 수 있는지? 장애인 부모들에게는 신뢰할만한 정보가 제공되고 있지 못하다. 국가가 나서서 이들 치료서비스 제공기관을 관리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병원 및 재활치료기관을 전전하는 장애아동 부모들의 마음은 전혀 헤아리지 못하고 정부 기관에서는 저출산을 문제 삼고 있다. 산모의 고령화와 식습관의 변화, 환경 오염 등 다양한 이유로 장애 아동의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지만 정부는 마땅한 지원 제도도 마련하고 있지 않은 채 출산을 독려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중 하나는 미국처럼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장애아동이 주거지와 가까운 곳에서 직접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병원과 연계된 치료 클리닉이나 위성병원(satellite hospital)을 개설하여 의사의 처방전을 가지고 가까운 지역 클리닉에서 치료를 받는 방법이다.

이때에는 의료보험의 적용을 받아 필요한 만큼의 재활치료서비스를 받울 수 있으며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클리닉도 다양하게 된다. 치료 과정이나 기관의 자금 흐름이 의료보험관리공단을 통해 투명하게 관리 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겠다. 장애 아동의 재활서비스 특성상 고도의 의료 장비나 약물 치료를 요하지 않는 이상 이들 사설 치료 클리닉의 경우 현행법상 의료보험적용 기관인 의료기관(병,의원)외 기관으로 따로 지정하여 의료보험의 적용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장애아동을 어떻게 잘 교육을 시킬 것인지 부모들이 노력을 하기도 전에 우리 사회는 이들 장애아동부모들에게 희망을 주기에는 너무나 뒤쳐져 있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가장 먼저 한일 중에 하나가 바로 아동의료보험지원 예산에 서명한 것이다. 국가의 경쟁력 강화에 있어서 저소득층가구의 의료비 및 보육비 무상 지원을 통해 국민들의 기본적인 생활권을 가장 우선시 하는 미국의 국가 정책을 엿볼수 있다. 한국에서도 하루 빨리 장애아동 부모들이 안심하고 자녀들을 키울 수 있는 때가 오길 바란다.

지난 3월 아동건강보험지원 법에 서명하는 오바마 대통령. ⓒNew York Times

*정봉근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현재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의과대학에서 작업치료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정봉근 칼럼니스트 현재 서울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에 있으며 작업치료사, 보조공학사로서 장애인을 위한 기술을 개발, 연구하고 있다. 4차산업 혁명과 함께 앞으로 다가올 장애인의 일상생활 변화와 이와 연관된 첨단기술을 장애학 관점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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