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장애인 관련 법률안이 끊임없이 국회에 제출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국회를 통과해 시행이 되고 있는 법안은 그리 많지 않다.

지난 2012년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염원이 담긴 발달장애인법도 2년이 지나서야 어렵게 국회를 통과했다. 그 밖에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법안은 국회에 계류돼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마저도 다음 국회로 넘어가면 폐기돼 버려, 또 한 번의 발의를 거쳐야 한다. 앞서 지난 18대 국회에서도 통과되지 못한 장애인 관련 법안이 수두룩 폐기되기도 했다.

장애인들의 절실한 목소리가 담긴 소중한 법안임에도 국회에서 논의되지 못 한다면 ‘무용지물’인 셈. 더욱이 장애인 당사자 조차 자신들을 위한 법안이 제출됐는지 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에 에이블뉴스는 기획특집을 통해 장애인들에게 절실하고, 특징이 있는 19대국회에서 발의된 법안들을 연속적으로 소개한다.

여성장애인 가정을 방문한 홈헬퍼가 아이의 양육을 돕고 있다. ⓒ에이블뉴스DB

# “저는 초등학교 입학도 제대로 못 해봤어요. 70년대만 해도 여성장애인이 교육받는 건 어려웠기 때문에… 뒤늦게 어렵게 야학에 다니며 공부하고, 검정고시를 봐 방통대를 졸업했어요. 그 때의 감동을 생각하면 여성장애인에게 있어서도 교육은 너무나 중요합니다.”

# “8년 전 중도장애를 입었어요. 하반신 마비라 손 기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서 제조업 분야에 취업을 하고 싶어도 벌써 8개월 째 퇴짜 맞기를 반복하고 있어요. 여성장애인도 기회만 주어진다면 얼마든지 능력을 펼칠 수 있는데 답답합니다.”

# “시각장애에다 뇌병변장애까지 있어서 첫아이를 출산하고, 양육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어요. 아이를 씻기다 물에 빠친 적도 있고, 아이가 뭘 집어먹고 우는지 모를 때도 많았죠. 옆에서 도와줄 누군가만 있었어도 아이를 더 잘 키울 수 있었을 텐데 마음이 아프죠.”

이처럼 여성장애인들은 ‘여성’과 ‘장애인’이라는 이중의 특성으로 인해 교육, 취업, 육아 등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1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장애인 중 무학인 경우가 22.1%에 달해 남성장애인 4.4%보다 현저히 낮은 교육수준을 보였다.

이는 취업과 소득에도 영향을 줘 월평균 수입은 81만원에 불과했다. 심지어 월평균 수입이 50만원 미만인 경우도 34.2%에 달하고 있어 이들에 대한 교육지원의 확대와 고용 상의 배려가 절실했다.

여성장애인은 자녀출산 시 유산비율이 높고, 주위의 권유에 따라 인공임신 중절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또한 성폭력·성매매·가정폭력에도 쉽게 노출돼 특별한 보호와 지원이 필요했다.

이 같은 상황으로 인해 우울감 등 정서적으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여성장애인에 대한 국가적 배려와 종합적인 지원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지난 2012년 9월 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정록 의원(새누리당)이 ‘여성장애인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같은 달 28일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미희 의원(통합진보당)이 ‘여성장애인 지원 법안’을 각각 대표발의 했다.

‘여성장애인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여성장애인 종합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부처 간의 의견 조정, 정책이행의 감독·평가를 위한 국무총리 소속의 ‘여성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보건복지부장관이 여성장애인 지원정책 수립에 필요한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3년마다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해 5년마다 여성장애인정책종합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이밖에도 ▲여성장애인의 건강과 신생아의 건강관리를 위한 산전관리 비용, 출산비용 서비스 지원 ▲자녀양육을 위한 양육비, 방과 후 지도를 위한 도우미, 자녀양육 상담 지원 ▲성폭력·성매매·가정폭력 예방을 위한 정책 강구 및 피해자 보호·지원 ▲여성장애인 특수교육 및 평생교육 지원 ▲여성장애인 고용 사업주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겼다.

‘여성장애인 지원법안’도 보건복지부장관이 여성장애인 현황과 복지수준에 관한 실태조사와 여성장애인정책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고, 시·도지사는 매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하도록 규정했다.

여성장애인 취업·진로 교육과정 개발·보급과 단계별 평생교육사업 실시, 출산비용 지원 및 산전·산후조리·가사활동 도우미 지원, 여성장애인 전담의료기관 지정, 직업능력개발 등 여성장애인 고용에 필요한 조치 마련, 여성장애인 성·가정폭력 예방 및 피해자 보호·지원 등도 담겼다.

이처럼 두 법안은 여성장애인 지원에 대한 국가의 책임성 강화와 종합적인 지원 방안 마련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지만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교과부, 여성가족부 등 관계 부처들은 반대의 의견을 냈다.

여성과 장애라는 복합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성장애인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법이 필요한 것을 인정하면서도 현재의 장애인 지원정책을 활용해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유다.

장애인복지법, 장애인연금법, 특수교육법,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을 통해 지원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입장인 것이다.

두 법안은 2012년 11월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돼 논의를 거쳐 법안심사소위로 회부된 것을 끝으로 현재까지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법안심사소위는 상임위로 회부된 법안에 대해 1차적으로 심사하는 곳으로, 법안 통과를 위한 첫 관문이다.

여성장애인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는데다가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살아가기 힘든 현실로 종합적인 지원을 위한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법안심사소위 회부에 머물러 있는 두 법안에 대한 심의를 시급히 진행, 제정될 수 있도록 국회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유영희 상임대표는 “제도가 마련돼 있기는 하지만 여성장애인은 여성과 장애라는 이중의 특성으로 인해 삶의 전반적인 분야에서 취약한 상황에 놓여있다”면서 “여성장애인의 삶이 질이 향상되기 위한 기반 마련을 위해 법 제정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충남여성장애인연대 박혜경 대표도 “여성장애인이 지원을 받으려면 복지부에서는 여성이니까 여가부로 가라고, 여가부는 장애인이니까 복지부로 가라고 한다”면서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장애인을 지원하기 위한 종합적인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은정(여, 36세, 지체1급)씨는 “지금 여성장애인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들이 마련돼 있다고는 하지만 사회로 나와 참여하고, 능력을 펼치기에는 기반이 너무 부족하다”면서 “국회가 여성장애인들이 처해있는 현실을 깨달아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켰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한편 제18대 국회 때 곽정숙 의원이 ‘장애여성지원법안’을 대표발의 했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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