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메이슨대 교수로 재직중인 정유선씨와 어머니 김희선씨. ⓒ파라다이스복지재단

“힘들고 괴로울 때마다 가족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어떤 역경도 이겨낼 수 있었어요.”

뇌성마비 4급 장애여성으로 미국 조지메이슨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정유선 씨(42세)와 그녀의 어머니 김희선 씨(71세)가 강단에 올랐다.

재단법인 파라다이스복지재단(이사장 윤성태)이 25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한 '장애인 부모를 위한 특별강연회'에 강연자로 나선 것.

정 씨는 출생 직후 심한 황달을 앓은 뒤 뇌성마비 장애를 입게 됐다. 당시 어머니 김씨는 ‘이시스터즈’의 멤버로 ‘울릉도 트위스트’, ‘별들에게 물어봐’ 등의 대표곡으로 인기를 누리던 가수였다. 하지만 딸이 뇌성마비 장애판정을 받은 뒤 가수 활동을 모두 중지하고 딸의 교육에만 전념했다.

물론 그 당시만 해도 ‘장애’에 대한 편견 가득찬 시선 때문에 좌절도 많았다. 가족들의 배려 속에서 자란 정 씨는 고교 졸업 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미국으로 떠나자 신체장애에 언어마저 통하지 않아 어려움은 배가 됐다. 토론 위주로 진행되는 수업 방식에 언어장애의 장벽을 실감하고 있었던 그녀는 스트레스와 좌절 속에 헤매고 있다.

그 당시 인생의 희망을 느끼게 해준 것은 바로 ‘보조기기’ 였다. 보조기기 덕분에 의사소통의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었다.

정씨의 노력과 장애인 편의지원 덕에 지난 2004년 우리나라 뇌성마비 장애여성 최초로 조지메이슨 대학에서 특수보조공학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현재는 조지메이슨 대학에서 보조공학 연구교수로 강의를 하고 있고, 토끼 같은 아들과 딸을 키우는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정씨는 교수로 서기까지 장애아동 인생에 부모의 역할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며, 보조공학의 도움도 컸다고 강조했다.

“본인 의지도 물론 중요하지만 가족, 특히 부모님의 역할이 가장 중요해요. 또 미국 공립학교의 경우 장애학생들에게 보조기기 사용 의무화가 되어 있어요. 저도 의사소통 보조기기를 통해 학업을 이어 갈 수 있었죠.”

정 씨는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보조기기를 개발할 수 있지만 수익이 적어 만들지 않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사실 저도 보조공학을 전공하기 전까지는 이 기계에 대해 알지 못했어요.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이 보조기기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제가 책을 쓴 목적도 한국에 이런 보조공학을 많이 소개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에요. 우리나라 장애인들도 저처럼 보조기기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녀의 뒤에는 든든한 어머니 김씨가 있었다. 밖에 나가 뛰어 놀지 못하는 딸을 위해 매일 집에서 동화책을 읽어주었고, 딸에게 끈임 없이 ‘넌 뭐든지 할 수 있다’며 용기의 말을 건넸다. 부모로서 평탄치 않을 딸의 미래를 바꿔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가족의 관심과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 끊임없이 용기와 격려를 주면 아이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지난 4월 정씨는 ‘Teaching with Technoloqy’ 분야로 조지메이슨 대학 최고 교수상을 받으며 많은 학생들로부터 인정받기도 했다. 이 분야는 강의시간에 과학기술을 효과적으로 이용해 강의 질을 높인 교수에게 주어진다.

한편 정 씨는 지난 2008년 보조기기 사용으로 변화 된 장애인의 삶에 대한 내용을 담은 ‘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다’ 저서를 발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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