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미 (organ) 기자

비영리민간단체로 창립 10년이 되었으며, 부설기관체가 3개인 여성장애인단체 총회에 다녀왔다. 10년 전에는 집에만 있던 독거여성장애인이었지만, 그녀는 사회활동을 활발하게 하기 시작한 여성장애인과의 인연으로 해서 집 문턱을 넘고 세상속으로 나온지 5년 만에 단체의 대표과 되어 총회를 진행하고 있었다.

총회를 진행하는 의장은 처음에는 많이 망설였으나 차츰 단체 문턱을 넘으며, 자주 사람들과 소통하고, 컴퓨터를 비롯해 여러 가지 역량강화 교육을 받으며 조직관련일을 맡다가 대표가 된 사람이다. 툭하면 고음을 내기도 한 대표였지만 언제 그랬느냐 싶게 무척 차분하게 진지하면서도 내실있게 진행을 해나간다.

사람이 환경을 만들어가지만 때때론 환경이 사람을 만들어나간다. 특히 여성장애인 인권관련 일에서는 서로의 장애를 보완해가면서 다 함께 지혜를 모아 일해가는 배려의 환경이 여성장애인의 사회성을 크게 향상시킨다.

여성이면서 장애인으로서의 이중차별의 환경에서 가족안에서도 목소리는커녕 존재감조차 드러내기 어려웠던 수 많은 여성장애인들이 여성이면서도 장애인으로서의 당당한 목소리를 자주 드러내는 것이 바로 여성장애인단체의 모임에서 시작할 때가 많다.

단체 창립의 10년 전에는 자기이름 소개조차 제대로 못하며 마이크를 잡으며 얼굴을 못 들고 시선을 어디 둘지 모르던 그런 여성장애인들이 많았다. 그러나 오늘은 정말 귀를 쫑긋하고 신경을 모으며 잘 모르는 것은 질문하고 잘 하는 것은 박수를 치며 그렇게 주체성을 가진 모습들이었다.

중요한 것은 아직도 여성이면서도 장애인인 수 많은 여성장애인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가족안에서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직도 우리나라인 대한민국의 여성장애인 차별의 현실이다.

그런 아픈 현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에 사회참여를 하는 여성장애인들은 외발로 외롭게 목발을 휘청거리며 짚으며 간신히 한 걸음 한 걸음 걸어나가거나 어두컴컴한 밤길, 위험한 차도위를 전동휠체어로 달린다.

5년 전부터 검정고시를 준비한 미나씨는 가끔은 차들이 빵빵거리며 운전자들이 욕설을 하기도 하고, 가끔은 돌이나 울퉁불퉁한 도로로 바퀴가 안 굴러가서 진땀을 빼거나, 가끔은 충전이 떨어져서 하염없이 그대로 길에 도와줄 사람들이 올 때까지 전봇대처럼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한다. 날씨가 좋으면 그냥 햇빛을 쬐거나 책을 보며 기다리면 되지만 요즘은 겨울이라 만반의 준비를 하는데도 가끔 피할 수 없는 그런 경우가 생긴다고 한다.

"어쩌겠어요? 그래도 집에만 있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이 다행이고 고맙지요!"

처음에는 당황하고 상처입고 다시는 안 나가고 싶은 감정이 일어나지만, 영혼 깊숙이 이대로 무너지면 안된다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와 다시 세상속으로 나가서 세상의 일원이 되면서 살아간다. 그렇게 대견하면서도 당당한 여성장애인들이 참 많이 생겼다.

그래도 아직도 사람들은 "그냥 집에나 있지..."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저상버스를 타고 내릴 때 잘 작동이 되지 않아 자신들이 불편을 당할때는 특히 그런다.

얼굴에 철판을 깔거나 아니면 득도한 사람이 되지 않는 한은, 세상속에 나가 활동하며 살아가는 것이 무척 힘들다. 그래도 이왕 시작한 공부, 장애인이라서 공교육에 접근을 못했지만 죽기전에 무언가 이뤄보고자 한다.

제 몫을 해내는 존재감으로서 초등, 중등, 고졸 등 과정을 악착같이 검정고시를 보거나, 시각장애를 가지고도 생업과 문화공연단의 두 가지 역할을 꾸준히 한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자신과 비슷한 삶들을 사는 여성장애인들이 더 많이 세상에 나오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일전에 참석한 창립한 지 삼 십년이 된 유명한 어떤 단체의 예 결산내용은 프린트물로 돌려 회람하게 했다가 하나라도 빠질세라 그대로 수거해갔을 뿐 아니라 참석한 회원도 과반수가 훨씬 미달한, 친목회 수준이라 의아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참 많은 어려운 과정을 거쳐가면서 세상속으로 나온 여성장애인들은 총회에 만사제치고 과반수는 훨씬 웃돌게 참석했고 참관객들도 적잖이 왔다. 한 해의 살림살이가 부속기관들과 합해서 만만찮지만 예산과 결산을 자료집에 수록해서 투명한 집행을 보여주는 것이 좋았다.

회의가 거의 다 마칠무렵에 배가 급하게 아파서 화장실 가려고 잠깐 나왔는데, 의자에서 일어나니깐 사람들은 내가 바빠서 그런 줄 알고 "왜 벌써 가세요?" "점심 먹고 가세요!" 소곤거린다.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 사람 사정이라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총회는 새로운 활동가와 이사에 대한 승인과 정관개정도 순조롭게 하고, 단체 이사하는 것도 무사히 승인받고 잘 끝났다. 10년 전부터 아는 얼굴도 적잖이 있지만 최근 들어 새롭게 들어와 낯선 회원들도 많았다.

옛 사람과 새로운 사람들이 적절히 조화되고, 역량강화과정을 거친 여성장애인들이 더욱 활발하게 사회참여를 할 수 있게 작은 불씨들이 모여 꺼지지 않고, 집안을 훈훈히 해주는 좋은 화로같이 단체가 더욱 발전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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