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과 출산 강좌를 듣고 있는 장애여성들. ⓒ에이블뉴스 자료사진

많은 여성장애인들은 임신부터 육아에 이르기까지 겪어야 할 많은 어려움과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이 두려워 선뜻 아이를 갖지 못한다. 이들의 고민과 갈등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장애아 낳지 않을까’ 가장 큰 걱정=“주위에서 임신에 대해 반대를 했어요”, “임신을 하다가 눈이 안보이니 애를 낳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어떻게 키울까 하는 부담감이 엄청 많았어요. 기형아 낳을까봐 걱정했죠”, “저도 어렸을 때 놀림 받고 컸는데 우리 아이도 부모의 장애 때문에 힘들 것 같아서….”

지난 2007년 유명화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사무총장과 엄미선 한국싸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사례연구 중 만난 여성장애인들의 이야기다. 여성장애인들은 자녀가 자신처럼 장애를 갖고 태어날까봐 큰 심리적 불안을 겪고 있었다. 특히 여성장애인 및 장애인에 대한 주위의 부정적인 인식과 편견이 이들에게 큰 걱정을 안겨주고 있었다.

보건복지가족부(이하 복지부)가 지난달 발표한 2008년 장애인실태조사 보고서에서도 임신경험이 있는 여성장애인은 임신기간 동안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자녀가 장애를 가질 것 같은 두려움’(23.7%)을 첫째로 꼽았다.

▲출산 및 육아 관련 비용과 건강도 걱정=복지부의 같은 조사에서 여성장애인들은 ‘자녀가 장애를 가질 것 같은 두려움’ 다음으로 ‘병원비 등 돈이 많이 들어서’(12.8%), ‘본인의 건강악화’(10.5%)등을 꼽았다. 유명화·엄미선씨가 만난 여성장애인들도 의료비와 건강악화로 인한 불편함을 토로했다.

“돈이 많이 들었어요. 무슨 검사, 무슨 검사, 이래가지고 정말 그거 비싸더라고요.”

“병원가기도 어려웠어요. 경제적으로 병원에 갈 여건이 되지 않았어요.”

“저는 한 팔이 불편해 한 팔만을 사용하는데, 모든 생활에서 팔다리 등 한쪽을 주로 사용하게 되요. 신체적으로 균형적인 활동이 어렵기 때문에 임신 내내 한쪽 다리와 팔이 아프고, 아이가 뭉치고 항상 배가 많이 아팠어요.”

“임신 중 한쪽 다리가 불편해 불편한 다리에 쥐가 많이 났어요. 다리에 무리가 되어 앉고 일어설 때 관절에 무리가 가서 물리치료를 받아야 했어요.”

“약시였어요. 임신하니까 눈이 안보이더라고요.”

▲살림·육아·학습지도, 여성장애인에겐 더 큰 부담=복지부 조사에서 임신기간 동안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집안일 하기가 힘들어서’(7.8%), ‘자녀양육을 잘 할 수 있을지 두려워서’(7.5%)를 꼽은 응답자들도 있었다. 유명화·엄미선씨에 따르면 여성장애인들은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거나 목욕시키는 일 등, 육아 전반에 걸쳐 곤란을 겪고 있었고, 학습지도에 대해서도 많은 부담을 갖고 있었다.

“아이가 아프면 병원 가는 것이 너무 힘들었어요. 혼자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갈 수가 없어서 직장에 있는 남편을 부르거나 친정아버지께 연락을 드려야했지요.”

“아이가 어릴 때는 제가 간질로 인해 정신을 잃을까봐 걱정을 많이 했지요. 큰 아이는 나름대로 대처를 하는데 아기들은 어렵잖아요. 육아 도우미가 계실 때는 덜 걱정이었는데. 그리고 특히 목욕시킬 때나 아이와 외출을 해야 할 때 이유식 등을 먹여야 할 때 정말 힘들었어요.”

“아이들 학습지도 하는 것에 어려움이 많았지요. 우선 알림장의 내용을 알 수 없으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도와줄 수가 없었어요. 결국 아이가 공부에 흥미를 잃더군요. 아이가 성적표를 받고 통곡을 하더군요.”

현재 몇몇 지자체에서는 여성장애인의 출산지원금을 지급하거나 복지관을 통해 산모도우미를 파견하고 있다. 하지만 예산부족으로 지자체마다 서비스 내용과 규모가 달라 여성장애인의 임신·육아에 대한 부담과 두려움을 덜기에는 미흡한 수준이다. 여성장애인의 장애유형에 맞춘 보다 체계적이고 충분한 예산이 뒷받침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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