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2명 키우는 영국 시각장애인 ‘Mary’ . ⓒ김혜림

한국장애인재활협회가 주최하고, 보건복지부와 외교부가 후원하는 ‘2015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의 시너지(Synergy)팀이 지난 11일부터 '장애 부모의 출산과 양육'이라는 주제로 런던과 리즈 지역에서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14일 런던의 왕립시각장애인협회(Royal National Institute of Blind people, RNIB)를 방문, 직접 아이를 양육한 경험이 있는 시각장애인 Mary Madison을 인터뷰했다.

Mary는 스무 살 때 시력이 약해진 시각장애인이며 현재는 두 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다. 그녀는 자신이 아이를 키우며 겪었던 어려움과 그 해결 과정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녀는 자녀를 양육하기 시작했을 때 시각장애인으로서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해 많은 어려움을 느꼈다. 이 때 도움이 되었던 것은 지역의 장애인 단체에 등록된 다른 장애 부모들이었다.

이미 자녀를 양육한 경험이 있는 장애 부모들과의 교류를 통해 아이를 키우는 노하우를 배웠던 것이다.

예를 들어 어린 아이들은 부모님이 밥을 먹여주어야 하는데 Mary는 앞이 잘 보이지 않아 아이에게 밥을 먹이기 어려웠다고 한다. 다른 시각장애인 부모들이 그녀에게 밥을 먹일 때는 한 손의 손가락을 아이의 턱에 대고 있으면 아이의 입 위치를 쉽게 알 수 있어서 음식을 먹여줄 수 있다는 조언을 해주었고, 이와 비슷한 조언들을 활용하여 영유아기의 자녀들을 양육할 수 있었다.

이처럼 장애 부모들이 아이의 양육 과정에서 겪는 다양한 어려움들은 비장애인 기준으로 된 양육 자료나 서적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점들이 많다.

따라서 직접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있는 장애 부모들끼리의 자료와 노하우 공유가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Mary는 장애부모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양육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다양한 책자 출판물을 발간하는 장애 부모 자조단체 DPPi(Disability, Pregnancy and Parenthood International)의 회원으로도 활동하였다. 아쉽게도 DPPi는 현재 인력 부족과 자금 문제 등으로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았지만, 그녀는 DPPi에서 배웠던 양육 경험들을 RNIB의 시각장애인 부모들에게도 공유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앞선 기사에서 다루었던 것과 같이 시각장애인들이 가정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보조기구들 덕분에 그녀는 집에서 아이를 양육하는 것에는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아이를 데리고 밖에 나가거나 하는 상황에서는 위험한 일이 생길 수 있으므로 외출 시에는 아이들과 소통의 규율을 정하거나 도구를 사용하여 위험성을 줄였다.

예를 들어 서로 몇 분 이상 떨어져 있지 않는 원칙을 정하거나 아이들의 가방을 붙잡는 기구 등을 이용하고, 아이가 조금 자랐을 때는 시각장애가 아닌 자녀에게 도움을 받기도 하면서 서로 도와가며 외출을 하곤 했다.

이와 같이 시각장애인으로서 양육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들을 해결했던 그녀의 노하우들은 직접 생활을 통해 체득한 경험적 지식들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경험적 지식들이 장애 부모들 사이에서 널리 공유될 수 있다면 처음으로 아이를 키우는 장애 부모들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안전한 양육을 도울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Mary가 들려주는 경험담에서는 자신의 삶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그녀는 비록 자신이 장애인이지만 본인의 아이들이 부모님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고, 특히 본인이 기쁨을 느꼈던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집에 친구를 데려온 아이가 친구와 장난을 치다가, 친구가 "너희 어머니는 못 보실테니까, 저기에 가서 하자"고 말하자 "하지만 우리 엄마는 보이지 않지만 다 들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을 우연히 들었던 경험이었다. 아이가 장애인인 어머니에 대해서도 큰 신뢰를 보내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사례였다.

그녀는 이에 덧붙여 "모든 부모들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장애는 단지 두 번째 문제이다."라고 말했다. 장애에 대한 편견이 낮고 장애를 보조할 수 있는 도구나 기술들이 발달한 사회에서 '장애 부모'들이 겪는 문제들은 단지 다른 부모들도 모두 겪는 문제일 뿐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Mary가 시너지팀에게 자녀 양육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김혜림

이처럼 Mary와의 인터뷰에서 느꼈던 '부모로서의 자부심'은 단지 개인의 자부심이 아니라, 장애 부모가 자신의 삶을 긍정하고 아이를 안전하게 양육할 수 있게 도와주는 사회적 배경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시각장애인으로서 아이를 키우는 이상 비장애인 부모와는 다른 어려움을 겪게 될 수밖에 없지만, 영국의 장애인에 대한 폭넓은 복지 혜택과 제도가 그녀를 한 명의 훌륭한 어머니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뒷받침 해주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Mary와 같이 성공적으로 아이를 양육했던 사례만으로 영국에서의 장애 부모들에 대한 처우를 모두 판단할 수는 없다.

시너지 팀이 방문했던 다른 기관에서는 복지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거나 사회적 차별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장애 부모들의 사례 역시 접할 수 있었다.

또한 그녀와의 인터뷰를 통해 장애 부모들 사이의 정보 공유가 부모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정작 영국에서도 자금 및 인력 문제로 인해 장애 부모 자조단체가 하나씩 문을 닫고 있다는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럼에도 그녀와 같이 장애 부모로서의 삶을 긍정하고 아이를 성공적으로 양육하고 있는 사례는 장애인들 역시 사회적 배려와 보장만 존재한다면 많은 어려움 없이 훌륭한 부모가 될 수 있다는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우리 사회 역시 장애 부모들이 아이를 잘 양육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우려와 의심의 시선을 보내기 전에, 사회가 정말로 장애 부모들에게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주었는지를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글은 ‘2015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 ‘시너지팀’의 김초엽 팀원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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