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장애인 주성희씨가 5일 세미나에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휠체어 스킬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에이블뉴스

척수장애인이 평생 타야 하는 휠체어는 몸 일부분이긴 하지만, 제대로 된 지식이나 기술 없이 막무가내로 탔다간 평생 고통에 시달린다.

한국척수장애인협회는 5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척수장애인 휠체어 스킬 세미나’를 개최, 척수장애인들에게 휠체어 스킬의 중요성을 알렸다.

1998년 4살 나이에 교통사고로 척수장애인이 된 주성희(24세, 여) 씨는 재활치료가 보편화적이지 않아 스스로 자신이 편한 방식으로 휠체어를 익히게 됐다.

주 씨는 “제가 다쳤을 때는 너무 어린 나이였고 재활치료가 보편화하지 않아서 단순한 폐활량 운동, 중심 잡기 등의 신체기능적 운동밖에 하지 못했다”면서 “단순히 병원에서 기초적인 것만 배우고 퇴원했다”고 회상했다.

퇴원 이후에는 비장애인 부모님으로부터 휠체어 미는 동작을 배웠고,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는 스스로 편한 자세를 찾아 이른바 ‘나쁜 버릇’으로 휠체어 스킬을 터득했다.

제대로 된 교육 없이 스스로 휠체어 미는 동작을 배웠던 주성희 씨. 이후 척추측만증, 어깨 통증 등에 시달리고 있다.ⓒ에이블뉴스

주 씨는 “1990년대의 경우 소아재활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휠체어를 몸에 맞춰 타야 한다는 것을 알지 몰랐다”면서 “제대로 배우지 못해 척추측만, 어깨통증, 거북목 등의 여러 고충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주 씨는 “가장 심각한 것이 어깨 통증인데, 1년간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다. 잠을 못 자니까 몸의 상태가 좋지 못해 잦은 염좌, 옷을 갈아입을 때 힘들어서 외출마저 피하게 된다”고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주 씨는 “척수장애인들은 대부분 비장애인 삶을 살다가 장애인이 된 중도장애인이다. 이들이 사회복귀를 하려면 이동권 문제가 가장 중요시된다”면서 “휠체어를 스스로 밀지 못하면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는다. 빠른 사회복귀와 안전하고 장기적인 사회활동을 위해 개개인 맞춤식 휠체어 스킬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운대 나눔과행복병원 최철훈 물리치료사.ⓒ에이블뉴스

해운대 나눔과행복병원 최철훈 물리치료사는 지난 6월 캐나다에서의 휠체어 스킬 연수 내용을 바탕으로, 내년 부산장애인인식교육센터와 휠체어 스킬 시범사업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최 물리치료사는 캐나다 G.F.Strong 재활센터를 방문해 배웠던 휠체어 스킬을 설명했다.

재활센터는 입원한 첫 날 휠체어 창고에서 당사자에게 딱 맞는 휠체어를 제공해주고, 기초적인 것부터 고급과정까지 휠체어 스킬 교육을 실시한다.

교육의 전제조건은 휠체어 사용자의 도전하는 태도가 필요하며, 최소한의 에너지 소비로 과제를 완료하는 것이다.

스킬은 전진주행, 후진주행, 모퉁이 돌기, 오르막, 내리막, 에스컬레이터, 작은 턱 등 20가지의 종류가 있다.

이중 전진의 경우에도 좁은 공간, 천천히 이동 시 필요한 ‘호’와 카펫이나 부드러운 지면에서 좋은 ‘단일루프’, 사이클 선수 등이 사용하는 ‘반원’, 먼거리 이동하는데 효율적인 ‘이중루프’ 등이 있다.

최 물리치료사는 “너무 당연한 내용들인데, 환자들에게 초반에 올바른 휠체어를 타는 방법을 알려줘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잇다는 점이 특징”이라면서 “평생 휠체어를 타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잘못 사용하면 10년, 20년 되면 손상이 된다. 휠체어 스킬은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면서 휠체어 스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내년에 시행할 시범사업에서는 그룹훈련,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때의 대처법, 병원이 아닌 실제로 밖으로 나가보는 내용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척수장애인협회는 5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척수장애인 휠체어 스킬 세미나’를 개최, 척수장애인들에게 휠체어 스킬의 중요성을 알렸다.ⓒ에이블뉴스

구체적으로 내년 부산지역 ‘척수장애인 휠체어 스킬업 프로그램’ 시범사업은 내년 1월부터 11월까지 해운대 나눔과행복병원 내 초기 척수장애인 대상으로 실시하며, 총 10주 차로 진행된다.

프로그램은 ▲1, 2주 차 밀기, 회전 ▲ 3, 4, 5주 차 Wheelie(기초, 유지, 이동) ▲6주 차 경사로, 모랫길, 자갈길, 배수로 지나기 ▲7주 차 휠체어 팀 게임 ▲8주 차 위기관리 ▲9주 차 외부활동 ▲10주 차 최종복습 및 평가 등이다.

함께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박영하 부산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장도 “휠체어 적응이 안 된 사람들은 심각한 부상을 입을 수 있다. 개개인 상황에 맞는 시행착오 줄이고 예방하고자 하는 것이 이번 시범사업의 취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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