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척수장애인협회는 15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척수장애인 장 건강 관리’ 세미나를 개최했다.ⓒ에이블뉴스

먹는 낙이 최고의 낙? 척수장애인에게만은 예외다. 배설에 대한 두려움으로 해외여행을 가도 길거리 음식은 꿈에도 못 꾸며, 심지어 ‘똥 누는 날’이라는 이유로 외부활동을 미루거나 취소한다.

올해로 척수장애인이 된지 30년째인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사무총장 또한 평생 트라우마로 남은 경험이 있다.

10여년전 타 직장생활을 하던 이 사무총장은 직원들과 점심식사를 마친 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설사가 나와 사무실에서 도망치듯 집으로 향해야 했다.

옷은 물론이고, 자동차시트, 휠체어도 엉망이 됐다.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다시 직장에 갈 수 있을까 하며”

그 이후 병적으로 음식에 의심을 갖고, 항상 조심하고 조절하며 장애인 화장실 존재여부에 촉각을 세우게 됐다. 이는 이 총장만의 특별한 경험은 아닐 것이다.

척수장애인은 평생 공포 속에 살아간다. 멀끔한 양복 속 남모를 속사정 문제를 공론화 시키기 위해 조심스럽게 커밍아웃했다.

한국척수장애인협회는 15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척수장애인 장 건강 관리’ 세미나를 개최, 장 관리를 위한 전문가의 다양한 조언을 들었다.

서울특별시 북부병원 김동구 재활의학과 과장.ⓒ에이블뉴스

척수손상으로 인해 척수장애인이 되면 저장과 배설을 담당하는 ‘결장 기능 장애’가 생긴다.

변비, 실변, 배변의 어려움을 경험하는데, 정상적으로 평균 12~48시간 내 배변하는 반면, 척수장애인은 평균 96시간이 걸린다. 너무 오래 변을 갖고 있다 보면, 변비나 치질 등 합병증까지 동반하게 된다.

서울특별시 북부병원 김동구 재활의학과 과장은 배변관리를 위한 기본 원칙을 설명했다. ▲1~2일에 1번씩 규칙적인 배변 ▲서는 운동과 복부 운동 ▲수분 및 야채 섭취 늘리기 ▲약물의 도움 등 크게 4가지다.

“야채 얼마나 먹어요?”란 질문에는 물은 2~3L 정도, 식이섬유는 하루에 20~30g 정도가 적당하다. 병원 일반 성인식의 경우 끼니당 보통 6~10g 정도니 참고하면 된다. “하루 세끼 잘 먹고 아침에 사과하나 저녁에 출출할 때 바나나 하나 드세요”김 과장의 조언이다.

만약 이로 부족한 경우, 약물 도움을 받아야 한다. 약물은 부피형성 완화제, 삼투성 하제, 자극성 하제, 좌약 등 총 4개 정도다.

단, 주의해야 할 사항은 자극성 하제 중 아락실 등은 장기간 사용 시 설사가 줄줄 새는 등의 합병증이 생길 수 있으니 규칙적인 사용은 자제해야 한다.

김 과장은 “괄약근에 힘이 없을 경우, 좌약은 효과가 없다. 이럴 땐 변을 규칙적으로 파내서 부피형성 완화제를 사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과장은 일상생활에서 실변 실수를 막기 위한 팁을 소개했다.

김 과장은 “두 번 손가락 자극했는데 10분 이상 지나도 대변이 나오지 않을 경우, 대변 없이 누런 코 같은 점액성분이 나올 경우, 장점막이 닫힐 경우 변이 완료됐다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손가락 자극법 시범을 보인 국립재활원 유양숙 수간호사.ⓒ에이블뉴스

국립재활원 유양숙 수간호사는 구체적인 배변관리를 위한 ‘손가락 자극법’ 시범을 보였다.

직접 손가락 장갑을 낀 채 유 수간호사는 “손가락에 윤활제를 바른 후 손가락 한 두 마디를 항문에 넣고 부드럽게 돌려가면서 꾹꾹 누르면 된다”고 설명했다.

30초~2분 가량 실시한 후 잠시 손가락을 뺐다 대변이 나올 때까지 3~4번 반복하면 된다. 만약 5분이 되도록 변을 못 보면 10분 휴식 후 다시 시도하면 된다. “마사지 중에 심호흡을 하면 더 좋다” 유 수간호사의 조언이다.

또한 좌약삽입을 위한 방법으로는 복부 마사지 후 왼쪽 방향으로 누운 상태에서 시행한다. 항문에 손가락을 넣어 딱딱한 변이 만져지면 파낸 후 좌약을 손가락으로 깊게 넣어 직장 벽에 넣는다.

이후 좌약을 넣은 후 15~30분 가량 지나면 변을 볼 수 있다. 만약 변 보기에 실패했다면 손가락 자극도 같이 시행하면 된다.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사무총장.ⓒ에이블뉴스

“장애인 단체가 똥 문제로 세미나를 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머쓱해한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사무총장은 배변관리를 위한 현실적인 교육과 대장암 예방 검진시스템 마련 등의 제언을 내놨다.

이 사무총장은 “오랜 입원기간 동안 자기에게 맞는 배변방법을 찾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병원초기부터 교육을 철저히 할 수 있도록 동영상 교육 등 매뉴얼이 필요하다”며 “장관리가 잘 되지 않은 척수장애인들은 대장내시경검사를 할 때 고생을 하는 부분이 많다. 1박2일 입원을 통해 검사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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