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국립재활원이 개최한 제10회 성재활세미나. ⓒ에이블뉴스

장애별 성문제와 전문가 조언-⑤척추손상-수정에서 임신·출산까지

이범석 국립재활원 병원부장(재활의학과 전문의)이 지난달 30일 국립재활원이 개최한 제10회 성재활세미나 ‘장애인 부부를 위한 행복한 가정 만들기’에서 각 장애별 의학적 성문제를 짚어보고 이에 대한 실질적 조언을 전했다. 이번 기사는 마지막 연재기사로, 척수손상 장애인의 수정과 임신·출산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진동자극으로 92%, 직장내 전기자극으로 100%가 사정유도에 성공=대부분의 남성 척수손상 장애인은 사정능력의 감소와 정액의 질의 저하로 아이를 임심시킬 수 있는 능력이 감소돼 있다. 2,527명의 남성 척수손상 장애인에 대한 연구 결과, 그 중 15%만이 성적 자극, 자위행위로 사정을 할 수 있다고 나타났다. 이범석 부장은 “남성 척수손상 장애인이 자연스러운 성생활을 통해 자녀를 가질 확률은 10%미만으로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동자극법과 직장 내 전기자극법 등 의학적 방법으로 충분히 사정을 도울 수 있다. 진동자극법은 귀두 부위에 진동자극을 주는 방법으로 주파수가 100HZ, 진동폭이 2.5mm일 때 가장 효과적이다. 이 방법은 사용이 간편하고 안전해 집에서도 사용할 수 있으며, 상부운동신경원 손상의 경우 사용할 수 있다.

전기자극법은 직장 내에 전기자극봉을 삽입해 사정을 유도하는 방법으로, 상부운동신경원과 하부운동신경원 손상에 모두 사용할 수 있고 성공률이 높다. 다만 전기자극으로 직장 내 조직이 손상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하고, 흉수 6번 이상에서는 자율신경반사이상이 나타날 수 있어 미리 예방약(nifedifine)을 복용해야 한다.

이범석 부장은 “국내 연구결과 진동 자극법을 사용한 경우 92%가, 전기 자극법을 사용한 경우 100%가 사정유도에 성공했다”며, “이렇게 얻은 정자는 자궁내 주입법이나 시험관수정 방법을 통해 임신이 가능하다. 척수손상 환자의 1회 시술시 성공률은 25%로 다른 불임환자들의 성공률과 비슷하다”고 전했다.

위의 방법으로 정자를 얻을 수 없는 경우에는 부고환이나 고환에서 정자흡입술을 실시하거나 부고환이나 고환의 조직을 직접 채취해 정자를 얻을 수 있다. 국내에서는 시험관내 부고환 정자 채취술을 이용해 높은 임신율을 보이고 있다.

남성 척수손상 장애인이 반복적인 요로 감염, 고환의 온도 상승, 장기간 사정하지 않아 생기는 정자의 정체 등으로 정액의 질이 저하되는 문제는 교감신경자극제(슈도에페드린)을 복용과 반복적인 직장내 전기자극을 병행해 해결할 수 있다.

▲임산부, 조심만 하면 큰 문제 없어=여성 척수손상 장애인들은 남성과 달리 임신에 있어 척수손상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147명의 여성 척수손상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88%인 135명이 임신 및 출산이 가능해 정상인 부부의 임신 및 출산율과 거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 초기에는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의해 척수장애로 인해 복용하고 있는 약물들을 태아에게 안전한 약으로 바꾸거나 복용을 중단하는 것이 좋다. 특히 임신 후에는 장의 운동성이 저하되고 요로 감염 및 욕창의 발생률이 높아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수분 섭취를 늘리고 간헐적 도뇨의 횟수를 늘리면 요로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임신 말기에 자궁이 커져 방광을 압박해 방광의 용적이 줄어드는 경우에는 유치도뇨법을 사용할 수도 있으며, 요로감염이 발생한 경우 태양에게 미치는 영향이 적은 항생제를 선택하도록 한다.

흉수 10번 이상이 손상된 사람의 경우 분만시 정상적인 진통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임신 32주 이후에는 조기 입원해야 한다. 특히 제 6흉수 이상의 척수장애인에서는 분만 시 자율 신경 반사 이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 때 자율신경반사이상으로 나타나는 두통과 고혈압을 분만통증으로 오해하지 말아야 하며, 분만 방법으로는 경막외마취(epidural block)후 제왕절개를 실시한다.

제6흉수 아래 손상의 경우에는 정상 분만이 가능하고, 복부근육의 힘이 약해 분만시간이 길어질 때는 진공흡인술 등을 이용해 분만을 도울 수 있다. 임신 28주부터는 매주 산전 진찰을 받고 산모가 자신의 배를 만져서 자궁 수축을 느낄 수 있도록 교육받아야 한다.

출산 후에는 출산 시 시행하는 회음절개술(episiotomy)후에 상처가 잘 아물지 않아서 피부의 손상이 오래 지속되는 경우가 많이 있으므로, 이 부위를 비흡수성 봉합사를 이용해 봉합하고 수 주간 잘 유지해야 한다.

이범석 부장은 여성 척수장애인이 임신·출산 시 주의해야 할 점들을 알린 후 “출산 후 모유를 먹이는 일은 정상적으로 가능하며, 자녀들을 양육하는 데 있어 여성 척수손상 장애인들이 비장애인 여성들보다 특별히 더 어려움을 느끼지는 않는다고 보고됐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피임방법에 대해 “루프나 다이아프램 등의 사용은 복부의 감각이 떨어져 있는 여성 척수장애인에게 자궁내벽의 손상이나 염증을 일으킬 수 있어 권장하지 않으며, 경구 피임약 역시 혈전증의 위험이 있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며 콘돔 사용과 영구적 피임법인 난관 결찰술, 정관 수술 등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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