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한 TV 프로그램에서 뇌전증 치료를 위해 매일 130㎖의 기름을 마셔야 하는 9살 아이의 사연이 소개되면서 뇌전증에 대한 시청자의 관심이 높아졌다. 뇌전증은 치매, 뇌졸중과 함께 3대 신경계 질환으로 꼽힌다. 뇌전증 환자 수는 치매 환자 수의 절반 수준이지만 정부의 뇌전증 지원 예산은 치매 지원 예산의 약 300분의 1 밖에 되지 않는다.

# 뇌전증 관련 전문가에 따르면 많은 뇌전증 환자들이 검사와 수술을 위해 일본 등 해외로 향하고 있다. 국내에는 뇌전증 검사와 수술을 위한 장비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증 뇌전증 환자가 비행기를 타는 것은 위험한 모험”이라면서 그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인재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30일 “뇌전증 환자에 대한 국가의 관심과 지원이 낮다”고 지적, 획기적 관련 예산 확대를 주문했다.

인재근 의원에 따르면 과거 흔히 ‘간질’이라 불렸던 뇌전증은 신경계 질환 중 사망원인 2위로 꼽힌다. 뇌전증 환자의 급사율은 일반인의 약 10배이고, 20~45세의 젊은 뇌전증 환자에서는 이 수치가 약 27배까지 올라간다.

하지만 뇌전증 환자의 약 70%는 약물을 통해 발작을 멈출 수 있고, 나머지 30%도 수술을 통해 개선할 수 있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증상을 관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재근 의원은 “우리나라 뇌전증 환자의 생활환경은 좋지 못하다. 일례로 장애인으로 등록한 뇌전증 환자의 경우 우울증 비율, 불안장애 비율, 자살 조사망률, 취업률 등의 지표가 전체 장애인 평균치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러한 실태는 뇌전증 환자에 대한 정부 지원이 턱없이 적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뇌전증 환자 수는 약 36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 중 3개 이상의 항경련제를 복용해도 한 달에 1회 이상 발작이 발생하는 중증 난치성 환자는 약 4만 4670명이며, 수술이 필요한 수술 대상 환자(이하 ‘수술 대상 환자’)는 약 3만 7990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비디오뇌파검사 등 검사를 받고 수술을 대기하고 있는 환자(이하 ‘수술 대기 환자’)도 1000명 남짓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실시되는 연간 뇌전증 수술 건수가 환자 수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난 2021년 기준 뇌전증 수술 건수는 145건으로, 앞선 연도를 살펴봐도 연간 뇌전증 수술 건수는 200건이 채 되지 않는다. 2021년 수술 건수를 토대로 단순 비교하면 모든 ‘수술 대상 환자’가 수술을 받는 데에만 약 260년이 소요된다. ‘수술 대기 환자’로 범위를 좁혀도 수술까지 약 6.7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기본적으로 뇌전증 수술 건수가 적은 이유는 수술병원과 장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뇌전증 수술이 가능한 병원은 6개소, 수술이 가능한 의사도 9명에 불과하다.

한편 뇌전증 수술은 크게 맨손으로 수술하는 방식과 로봇을 통해 수술하는 방식으로 나뉘는데 로봇 수술 방식이 부작용, 수술 속도, 수술 효과 차원에서 훨씬 더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수술 로봇은 고작 2대뿐이다.

인재근 의원은 “작년 기준 복지부의 치매 지원 예산은 2,000억원이 넘는 반면 뇌전증 지원 예산은 7억여원에 그쳤다. 뇌전증 환자 수가 치매 환자 수의 절반 가까이 되지만 지원 예산은 300분의 1에 불과하다”면서 “뇌전증 전문가들이 50억원의 지원만 있으면 국내 환자와 가족들의 고통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호소하는 데에는 이런 배경이 숨어져 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2020년 문재인 정부 시기 뇌자도 장비와 수술 로봇을 각각 1대씩 지원하는 예산이 반영됐지만 국가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면서 “아직도 많은 뇌전증 환자들이 사회적 낙인과 왜곡된 시각 속에서 살아가고 있어 복지부가 뇌전증 환자의 삶의 질과 증상을 개선하기 위한 예산을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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