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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소리’ 치료제, 벼랑끝 SMA 환자들 국회로

보험적용 문턱 높아, “아파트 팔아도 감당 안 돼”

일본, 제한없이 가능 “국가의 일방적 기준 위화감”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02-18 17:35:00
한국근육장애인협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6개 단체로 구성된 척수성근위축증 환자 치료제 급여적용 확대와 유지기준 철폐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포럼을 열었다.ⓒ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한국근육장애인협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6개 단체로 구성된 척수성근위축증 환자 치료제 급여적용 확대와 유지기준 철폐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포럼을 열었다.ⓒ에이블뉴스
“이제 중장년을 넘어가고 있는데 매년 시간이 지날 때마다 조금씩 제 장애 상태가 더 나빠지고 있는 것을 느끼며 참담하기 그지없습니다. 치료제가 있음에도 악화돼가는 상황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일까요? ”(49세, 노경수 SMA 당사자)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치료제의 효과가 더디게 나타난다는 이유로 심사에서 탈락돼 치료제 투여가 중단된다면, 지금까지 생존하기 위해 병마와 치열하게 싸워온 환우와 환우 가족들의 심정은 어떠할까요? 부디 그동안 고생해온 환우들에게 하늘이 내려준 선물을 뺏지 말아주세요. ”(40세, 신형진 SMA 당사자)


척수성 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 SMA)을 가진 당사자들이 국회에 한목소리로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억 소리’ 나는 치료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겠다며, 높은 보험적용 문턱을 낮춰달라는 벼랑 끝 목소리였다.

한국근육장애인협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6개 단체로 구성된 척수성근위축증 환자 치료제 급여적용 확대와 유지기준 철폐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포럼을 열었다.

SMA 치료제 보험적용…3세 이전 증명 못 하면 ‘탈락’

척수성 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 SMA)은 운동 기능에 필수적인 생존운동신경세포 단백질 결핍으로 전신의 근육이 점차 약화되는 희귀질환이다. 이전에는 치료제가 없었으나 2016년 최초로 근육 약화를 지연하는 ‘스핀라자’가 개발됐다. 2019년부터 우리나라에도 보험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주사 1회당 비용은 약 1억원으로, 급여가 적용돼도 본인부담금은 건강보험 600만원에 달한다. 보통 1년에 3~4번 주사를 맞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스핀라자’가 모든 유형의 SMA환자를 위한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비싼 약값 탓인지 인공호흡기를 사용하고 있거나 만 3세 이전에 진단 기록이 없는 환자들은 보험 급여적용 기준에서 제외한다.

인공호흡기를 사용하고 있는 환자나 성인기에 발병한 환자, 3세 이전에 발병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는 사람들은 현실적으로 치료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일정 기간마다 약물 투여 지속 여부를 심사해 의학적으로 유의미하다고 판단되는 기능 개선이 아닌 ‘유지’라고 2번 이상 판단될 경우 중도 탈락시키고 있다. 한국근육장애인협회 양지원 사무국장은 “SMA는 진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유지’라고 해도, 당사자로서는 개선된 효과를 가져오는데 불합리한 기준”이라고 말했다.

공대위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정부 통계상 확인된 국내 SMA 환자는 약 5000명에 달하지만, 스핀라자 치료제를 투여하고 있는 환자는 약 140명에 불과하다.

지난 7일 출범한 공대위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각 대선후보에게 ▲스핀라자 보험적용 현행 제한 기준 폐지 및 급여적용 확대 ▲희귀난치성 질환자 치료제 자부담 경감 대책 마련 ▲척수성 근위축 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전 연령대에 걸친 SMA환자 지원계획 수립 등을 요구한 상태다.

사상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 노경수 소장.ⓒ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사상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 노경수 소장.ⓒ에이블뉴스
■하루 15시간 휠체어 ‘통증’, “3세 이전 자료가 어딨나요”

이날 국회포럼에서도 SMA 당사자들의 “치료제 급여적용을 확대해달라”는 벼랑 끝 호소는 이어졌다. 이들은 3세 이전에 SMA 진단을 받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어서 보험적용에서 탈락하거나, 비현실적인 급여 유지기준으로 투약이 중단된 환자들이다.

올해 49세인 사상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 노경수 소장은 3세경부터 근육장애가 진행돼 현재는 손가락만 겨우 움직이는 와상 중증장애인이다. 하루 15시간 전동휠체어에 앉아 있는 그는 힘없는 근육이 뼈를 지탱하지 못해 매일같이 심각한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2019년, 지역 대학병원 교수로부터 ‘스핀라자보험적용 소식에 기뻐한 것도 잠시, 곧이어 ‘세 살 이전에 SMA 진단서’를 받아오라는 말에 힘이 ‘쭉’ 빠졌다.

노 소장은 “제가 제대로 걷지 못하자 부모님은 넉넉한 형편이 아님에도 이 병원 저 병원 전전했다. 당시 SMA 병명은 세상에 드러나지도 않았으며, 의사들은 소아마비, 척추신경 마비 등으로 각각 소견 내렸다”면서 “최근에서야 의학계에서도 SMA에 대한 자료와 의견이 나오는데, 당시 자료를 찾아오라는데 이게 말이 되는 것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결국 그는 치료제 보험 적용에 탈락했다.

노 소장은 헌법 속 ‘신체장애자 및 질병ㆍ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는 조항을 인용해 “현실에 맞지도 않은 기준과 잣대로 생명과 직결된 치료를 받을 수 없도록 엄격하게 하는 것은 옳지 못한 행태”라면서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한 삶을 보장해달라”고 치료제 보험적용 확대를 요청했다.

SMA 당사자 신형진 씨의 글을 대독하고 있는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노금호 부회장.ⓒ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SMA 당사자 신형진 씨의 글을 대독하고 있는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노금호 부회장.ⓒ에이블뉴스
■효과 더디다고 치료 중단?…“하늘의 선물 뺏지마라”

올해로 40세가 된 SMA 환자 신형진 씨는 태어나자마자 의사로부터 SMA 진단을 내림과 동시에 1년밖에 살 수 없다는 ‘사형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긴 끝에 정규교육을 밟고 연세대학교, 그리고 동 대학원까지 진학해 박사과정까지 수료했다. 현재 신 씨는 지인들과 스타트업을 창업해 그렇게 바라던 ‘납세자’가 됐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SMA치료제 ‘스핀라자’ 개발되고, 2019년부터 국내에서도 보험적용이 된 것이다. 신 씨 또한 또한 2019년 10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9차 주사를 맞았지만, 지난해 12월 10차 주사를 앞두고 보험 불승인 통보를 받았다.

신 씨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치료제의 효과가 더디게 나타난다는 이유로 심사에서 탈락되어 치료제 투여가 중단된다면, 지금까지 생존하기 위해 병마와 치열하게 싸워온 환우와 환우 가족들의 심정은 어떠할까”라면서 “희귀난치성 질병과 관련된 일은 단순히 비용효율적인 관점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부디 그동안 고생해온 환우들에게 하늘이 내려준 선물을 뺏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그의 어머니 또한 편지글을 통해 “몇십 년 만에 드디어 세상에 치료제가 나와서 모두 희망 속에 살고 있는데 느닷없이 국가에서 보험지원을 불승인했다면 좌절감과 슬픔, 낙심을 아시겠냐”면서 “1회 주사에 거의 1억을 호가하는 주사를 살고 있는 아파트를 처분해서라도 맞히고 싶지만 4개월에 1억씩 무슨 수로 감당할 수 있겠냐”고 절규했다.

라르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명주 소장.ⓒ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라르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명주 소장.ⓒ에이블뉴스
SMA당사자 라르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명주 소장 또한 차상위 급여수혜자로 본인부담금 없이 치료제 ‘스핀라자’를 맞는 기적을 맛봤다. 그러나 총 10회의 주사를 맞은 후, 심사기준에 탈락돼 현재 치료가 중단된 상태다.

이 소장은 “몸은 그대로 움직일 수 없었지만 머리가 말끔히 정리된 느낌이었다. 다리를 움직이는 기적은 아니지만, 침 삼킨 사례의 횟수가 줄고, 밤마다 느끼는 허리와 다리의 통증도 줄어 잠을 이룰 수 있었다”고 치료제 효과를 공유했다.

이어 이 소장은 “당장에 일어서고 뛰어다니는 그야말로 기적을 일으켜야 하느냐. 살고 싶은 사람들이 치료를 통해 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 치료를 받고 안 받고는 당사자의 결정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면서 치료받을 권리를 내세웠다.

일본 교토에 거주하는 SMA 당사자 유다 유이 씨.ⓒ유튜브 캡쳐 에이블포토로 보기 일본 교토에 거주하는 SMA 당사자 유다 유이 씨.ⓒ유튜브 캡쳐
■일본, SMA 증명되면 누구나 치료, 경제적 부담 없어

일본 교토에 거주하는 SMA 당사자 유다 유이 씨는 지난 2018년부터 ‘스핀라자’를 투여받고 있으며, ‘근력저하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효과를 느끼고 있다. 보험적용 기준 문턱이 높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은 누구나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

또 우리나라의 ‘억 소리’ 나는 치료제와는 달리, ‘지정난병 등의 의료조성제도’를 통해 경제적 부담을 덜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본은 SMA 등 330개 이상의 질환을 지정난병으로 정해 의료비 상한액을 두고 있다. 연소득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돈 8100만원 이상인 세대의 경우 최대 30만원을 넘기지 않는 것. 그 또한 매월 자기부담 상한액은 10만원 수준이라고 했다.

유다 유이 씨는 “지금까지 스핀라자를 맞은 달도, 맞지 않은 달도 10만엔(10만원)의 자기부담을 넘긴 적은 없다”면서 “한국의 자기부담 기준이 일본에도 적용된다면 일본에서도 극히 일부의 고소득 사람 이외는 치료에 접근할 수 없어서 대부분의 사람이 치료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또한 3세 이전에 SMA 진단을 인정받지 않으면 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변화가 없으면 치료가 중단되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유전자 검사에서 SMA라는 것만 확인되면 제한 또는 중단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그는 “몇 년 전에 유전자 검사에서 SMA라고 확정 진단을 받아 스핀라자를 시작한 지인도 있고, 효과의 유무에 따른 치료의 중단이라는 것도 없다”면서 “국가가 효과의 기준을 정해 일방적으로 치료를 중단하게 되어 버리는 것에 대해 매우 위화감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왠지 덜 피곤하게 된 것 같다’나, 병 진행이 조금이라도 늦춰지거나 진행이 멈추거나 하는 것 역시 큰 효과라는 설명이다.

유다 유이 씨는 “ 비장애인의 기준, 비장애인 사회의 기준으로 ‘효과’를 일방적으로 정해 치료를 계속하는 것을 본인이 아니라 국가나 행정이 정하려고 하는 것 그것 자체가 애초에 이상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SMA 치료제의 보험적용 확대를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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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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