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제39회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맞아 올해의 장애인상(3명), 국민훈·포장(8명), 근정포장(1명), 대통령 표창(5명), 국무총리 표창(4명) 수상자를 확정해 발표했다. 이들에 대한 시상은 18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리는 ‘제39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 석상에서 진행됐다. 올해의 수상자를 소개한다.

올해의 장애인상 김예지 씨.ⓒ보건복지부

"음악을 통해 넓은 세상을 보다"

김예지(여, 39세, 시각장애, 숙명여자대학교 실기강사)

시각에 문제가 있는 것을 안 때는 두 살 무렵이었다. 서서히 시야가 좁아지다가 완전히 보이지 않는 망막색소변성증이었다.

그러나 그의 엄마는 담담하게 딸의 장애를 받아들이고 맹학교에 입학시켰다.

19년 뒤 이 소녀는 100회가 넘는 국내·외 피아노 연주공연과 3D촉각악보 발명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피아니스트가 됐다. 시각장애인으로서는 전례가 없었다. 피아니스트 김예지 씨가 그 주인공이다.

장애가 무색했던 피아니스트 인재

김예지 씨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숙명여자대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다. 당시 장애인특별전형이 없었기에 비장애 학생들과 경쟁해야 했다. 그런데 일반 특차전형에 수석으로 입학한 것이다. 점자악보를 구하기조차 힘들었던 당시 여건 속에서도 남다른 피아노 실력을 보였던 그다.

“장애인 전형이 없기도 했지만, 공정한 경쟁을 통해 입학하면서 오히려 피아노에 자신감을 갖게 됐죠.” 이후 김예지 씨는 KBS 열린음악회뿐 아니라 체코, 일본 등 세계 각국의 독주 무대를 통해 전문 피아니스트로서 인정받았고, 활발한 연주 활동으로 2004년 학부 졸업과 함께 ‘21세기를 이끌 우수 인재상’의 영예를 안았다.

3D촉각악보를 최초로 선보이다

비장애인도 도전하기 힘든 음악계에서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로 인정받았지만 이에 안주하지 않고 2007년 유학을 떠났다. 김예지 씨는 2007년 존스홉킨스 피바디 음대에서 피아노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리고 2010년 위스콘신 메디슨 대학에서 피아노 교수법(Pedagogy) 박사과정을 밟기 시작했다. 이때 발명된 것이 ‘3D 촉각악보’(다차원 촉각악보)다. ‘3D촉각악보’는 일반 악보의 음표와 같지만 3D로 그려 시각장애인이 촉각으로 음표를 이해하도록 만든 악보다.

“피아노를 시작할 때 점자악보를 읽고 외우는 공부를 하는데, 악보가 직관적으로 들어오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음표를 직관적이게 받아들이는 3D 방식은 정말 신세계였죠.”

김예지 씨가 세계 최초로 발명한 ‘3D촉각악보’는 AP통신, Euro News 등 국제 사회에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15년 영국 국제 컨퍼런스에 소개됐다. ‘3D 촉각악보’로 피아노를 처음 배우는 시각장애인의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이다.

김예지 씨는 귀국 후에도 더 많은 시각장애인이 쉽게 피아노를 배우도록 ‘3D촉각악보’ 상용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3년의 노력 끝에 실제 기술 특허를 얻어냈다. 또한 ‘피아노 교습본’을 새롭게 구성하며 연주 활동에만 그치지 않고 장애인 음악 교육의 인프라 구축에 힘쓰고 있다.

힘들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람을 느낍니다

김예지 씨는 시각장애인으로서 음악을 한다는 것이 힘들지만 보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세대가 바뀌며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지만, 음악계에서는 아직 시각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힘든 것도 잊을 만큼 음악을 할 때 자기만족이 크기 때문에 이 일을 할 수 있어요. 음악이라는 게 아름답고, 여러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일인 것은 분명하거든요.”

올해의 장애인상 최보윤 씨.ⓒ보건복지부

"손해배상 전문 변호사"

최보윤(여, 41세, 지체장애, 법무법인 태신 변호사)

긴 도전 끝에 2009년 사법시험 51회에 합격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예기치 못한 의료사고로 척수장애인이 되었다. 가장 중요한 5번 척추 손상이었다.

예비 법조인으로 사법연수원 재직 중 찾아온 장애였기에 더욱 큰 상처였다. 그리고 9년이 지난 지금, 손해배상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법무법인 태신 변호사 최보윤 씨가 그 주인공이다.

장애 당사자이자 전문가로 장애인을 변호하다

“사실 좌절할 시간이 없었어요. 갑자기 장애를 갖게 돼 적응해야 했어요.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어떤 전문 변호사가 될 것인가에 대해 고민도 했죠.” 최보윤 씨는 누구보다 빨리 냉정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재활에 임했다.

“입원 치료를 받으면서 중도장애인과 가족들을 많이 만났어요. 그때 ‘장애인들이 힘든 부분이 많구나, 내가 변호사로서 도움을 주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최보윤 씨는 이때 만난 중도장애인들과 가족들을 보고 손해배상전문 변호사로서의 결심을 하게 되었다.

자신 또한 중도 장애인으로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기에 누구보다도 장애인에 대한 불평등함, 인권 보호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최보윤 씨는 2012년 사법연수원 수료 후 장애인 권리구제와 법률상담 활동을 시작했다.

성남시 찾아가는 법률상담으로 2014년부터 현재까지 50건 이상의 장애인 법률자문 및 소송구조를 하고, 2014년 장애인 관련법 강의, 2017년에는 장차법(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 마련에 참여하며 장애인 권리구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권향상을 위한 노력

최보윤 씨는 손해배상전문 변호사로서의 활동에 안주하지 않고, 장애인 인권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5년부터 (사)척수장애인협회 솔루션위원으로 법률봉사를 실천하고 있으며, 타 변호사들에게도 재능기부에 참여하도록 동기부여하고 있다.

그 결과 2017년 법무법인과 성남시장애인권리증진센터와의 업무협약이 이뤄졌다. 장애인 인권 보호를 위한 법적 울타리를 마련한 것이다. 업무협약 이후에도 장애인권익지원단 위원, 장애인 관련법 강사로도 활동하며 장애인이 정당한 권리를 갖고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장애인으로서, 장애인과 함께 할 미래

최보윤 씨는 직장인 척수장애인을 위한 한국척수장애직장인협회 회장을 역임한바 있으며 장애인권익지원단, 위원으로 지속해서 활동할 예정이다.

“상담을 하러 오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대부분 중도장애인임에도 자신이 배상을 받을 수 있는지 모르는 분들이 많아요. 제가 가진 법률 지식으로 이 분들을 도와드릴 수 있다면 정말 좋은거죠.”2018년에 이어 앞으로도 최보윤 씨가 자신의 재능을 봉사하는 이유다.

올해의 장애인상 황영택 씨.ⓒ보건복지부

"테니스 선수로, 성악가로 희망을 전하다"

황영택(남, 53세, 지체장애, 수레바퀴 재활문화진흥회 경기지부 회장)

1992년 건설회사에 재직하던 한 청년이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 마비 중도 장애인이 됐다. 고통의 시간 에서도 재활 운동을 통해 장애인 테니스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그러나 거듭된 사고는 그를 테니스조차 할 수 없게 만들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청년은 불굴의 의지로 성악가가 되어 또다시 장애인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수레바퀴재활문화진흥회 경기지부 회장 황영택 씨의 이야기다.

장애체육인으로서의 헌신

1992년 황영택 씨는 건설회사 재직 중 크레인 사고를 당했고, 평생 걸을 수 없다는 진단에 좌절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재활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이때 재활 목적으로 시작했던 휠체어 테니스는 그에게 희망을 안겨주었다. 아내와 갓 백일이 지난 아들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삶의 목표가 생긴 것이다.

매일 새벽 4시에 학교 운동장에서 폐타이어를 끌며 근력과 지구력을 키워나갔다고 한다. 그 결과 1997년 장애인테니스 국가대표로 발탁, 1999년 방콕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동메달을 획득했다. 그가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다.

황영택 씨는 장애인 테니스 국가대표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순간부터 장애인을 대변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테니스뿐 아니라 핸드바이클 국토대장정으로 전국을 돌며 척수장애인의 무한도전을 알렸고, 각종 국제대회에 출전하며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제3의 인생‘한국의 폴포츠’가 되기까지

그런데 황영택 씨에게 또 다시 비운의 사고가 닥쳤다. 경사면에서 휠체어가 미끄러지는 사고로 오른쪽 손바닥 인대가 파열된 것이다. 테니스 선수에게는 생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황영택 씨는 그렇게 테니스코트를 떠나야 했지만 불굴의 의지로 다시 일어섰다.

“몸이 안 된다면 목소리로라도 뭔가 할 수 없을까 생각하던 중 휠체어 합창단을 알게 됐습니다.” ‘한국의 폴포츠’가 탄생하던 순간이었다.

서른여섯의 나이로 2007년 성결대학교 성악과를 졸업, 이 후 10여 년 동안 1420회가 넘는 공연·강연으로 제 3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지난 2014년 SBS‘놀라운 대회 스타킹’에서는 영국 출신 성악과 ‘폴포츠’와의 합동공연으로 국민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전하기도 했다.

장예예술인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다

척수장애인 성악가로 제3의 인생을 살아가는 황영택 씨는 장애예술인들이 시민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 하고 있다.

지난 2016년 대한민국 장애인문화예술축제 ‘리날레 in 부천’을 직접 기획·추진했는데, 당시 1,600여 명이 참석하며 소통의 장이 마련됐다. 또한 ‘희망을 노래하는 사람들’의 대표로 활동하며, 재능 있는 장애인 예술가들이 장애에 대한 편견 없이 예술가로서 평가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국민훈‧포장, 대통령 표창, 국무총리 표창 수상자

■국민훈장(4명)

모란장-오태희(남, 64세, 지체장애, 사회복지법인 희망세상 대표이사): 선천성 지체3급 장애인으로 장애를 딛고 목공예 교사를 시작으로 16년간 장애인들의 직업재활에 공헌했다. 2004년 9월 장애인보호작업장을 개원하여 현재 50명의 중증장애인에게 안정적인 일자리 제공 및 고용확대에 기여했다. 2002년부터 지역내 다양한 단체활동으로 장애인들의 인권과 권리 증진에 기여하고 있다.

목련장-유영미(여, 58세, 센터봄장애인단기보호시설장): 자폐1급 장애자녀를 돌보면서 발달장애인 기본계획추진위원으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등 발달장애인법 제정(‘17.7.)에 기여했다. WHO 양육자 기술훈련 프로그램 CST 도입 및 발달장애인 가족힐링 모델개발에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전국자폐인사랑캠프 추진 위원으로 국내 유일의 생애주기별 캠프모델을 시행하여 자폐성장애인 권익 보장에 기여해왔다.

석류장-손영호(남, 62세, 지체장애,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장): 소아마비로 장애를 딛고 서울시립북부장애인종합복지관 관장으로 근무하며, 2014년 제4회 취업정보 박람회를 개최하는 등 장애인 자립 및 고용촉진에 기여했다. 전국 17개 시도 지부에 장애인고용노동지원센터 설립 및 22개 시군구 지회를 활용하여 노동‧민원상담센터를 개설하는 등 장애인 고용 및 인식개선에 노력해왔다.

석류장-구근회(남, 64세, 지체장애, 한국척수장애인협회장): 지체1급으로 장애를 딛고 국산화 휠체어테니스 등 장애인 스포츠 종목을 국내 최초 도입하는 등 척수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했다. 88 서울장애인올림픽에서 성화 봉송 주자로 참여하고, 올림픽조직위원회 테니스분과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장애인 스포츠 발전에 이바지했다. 국내 장애인용 전문 휠체어의 개념 및 장비를 도입하는 등 장애인의 편의증진에 기여했다.

■국민포장(1명)

이영숙(여, 64세, 지체장애, 부산광역시연제구장애인협회장): 부산장애인교통대책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장애인의 운전면허 취득을 도와 택시회사에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장애인자립장을 설립하여 27명을 고용하는 등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

■근정포장(1명)

전숙연(여, 59세, 시각장애, 한빛맹학교 교사): 시각1급으로 장애를 딛고 특수학교 교사가 되어 장애인 진로직업교육에 기여했다.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2004년에 시각장애 안내견 관련 책을 집필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SBS특별극 ‘내사랑 토람이’가 반영되어 전국적으로 시각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개선에 기여해왔다.

■대통령표창(5명)

권선진(남, 57세, 지체장애, 평택대학교 재활상담학과 교수): 1999년 평택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면서 장애인편의시설 확대, 보장구 확대방안, 장애인 콜택시 등 이동권 개선방안 등의 연구 및 장애인복지서비스 기준 확대를 위한 정책개발에 공헌했다.

장웅(남, 47세, 한국방송 차장): KBS 아나운서로 3라디오 대표적 장애인대상 정보 프로그램 <함께하는 세상 만들기>를 13년째 진행하면서 장애계 주요현안과 복지혜택 등 4,300여회를 제공했다.

김병수(남, 45세, 울산참사랑의집 시설장): 2007년 전국 최초 출연진 전원이 장애인으로 구성된 연극 「미운오리」제작(연극 2회 1,250명)하여 인식개선에 기여했다.

양태성(남, 64세, 시각장애,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전라북도지부 상임부 지부장): 1급 시각장애인으로 장애를 딛고 사회로 부터 소외되고 있는 시각장애인을 ‘80년부터 일일이 찾아다니며 지역사회로 이끌어 내는 등 사회적응 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헌신했다.

남인수(남, 52세, 지체장애, 한밭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2003년 한밭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개소하고, 한/일 자립생활 세미나 개최 등 자립생활 이념 확산을 위해 지속적으로 자립생활운동 전개했다.

■국무총리 표창(4명)

이현옥(여, 63세, 청각장애, 한국농아인협회 창원시 진해 지회장): 청각장애 2급 장애인으로 장애를 딛고 2000년부터 수어문화제 및 수어음학회 등 활동을 하면서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해왔다.

송경주(여, 49세, 한국지체장애인협회 국장): 전국장애인근로자문화제사업 활성화를 추진하여 2005년에는 장애인이 출품한 작품이 429편에 불과하였으나 2011년에는 13,058편으로 참가자가 증가했다.

하재국(남, 56세, 시각장애,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부산광역시지부 회원):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시각장애인으로 구성된 ‘이료 선교팀’에서 장애 노인을 대상으로 안마, 침술 등 꾸준히 돌보며 재활을 도왔다.

권오영(남, 52세, 지체장애, 구립용산장애인복지관 사무국장): 2006년 부평장애인복지관 사무국장으로 재직 시 자체적으로 진행해 온 장애아동치료바우처(구)사업을 복지부와 협력하여 전국 사업화(현재 발달재활서비스)에 이바지한 공로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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